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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장애 여성 철몽과 김충석 여수시장.
 몽골 장애 여성 철몽과 김충석 여수시장.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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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올 때는 휠체어 타고 왔지만 몽골로 돌아갈 때는 걸어서 가고 싶어요!"

몽골 처녀의 간절한 소망이다. 꽃다운 열여덟에 사고를 당한 뒤 장애를 운명으로 알고 살던 이 여성은 관광 목적으로 한국에 왔다가 직립 보행의 기적을 꿈꾸게 됐다. 그렇게 된 것은 몽골을 사랑한 자치단체장을 비롯해 나눔을 잇는 이들의 릴레이 사랑 때문이다.

아내를 잃은 슬픔 속에서 시작된 노 목사의 사랑의 손잡기. 그 사랑을 이어받은 주인공은 시장 월급 전액을 가난한 이웃을 위해 6년째 기부하고 있는 전남 여수시장. 그 다음은 이웃 사랑을 나누고 있는 여 한의사가, 또 다음은 낙도 의료봉사와 외국인노동자 무료진료에 앞장선 재활병원 원장이 동참하는 등 국경을 초월한 사랑이 추위를 녹이고 있다.

국경 초월한 사랑... 목사, 시장, 한의사, 의사 등 참여

간바트르 철몽(25)의 고향은 칭기즈칸의 고향 옆 마을인 바양아트라솜. 광활한 초원에선 양떼들과 말들이 뛰어놀고 마을 입구 자작나무 숲에선 황홀한 설원과 달빛이 수군거리지만 그들과 함께 사는 유목의 삶들은 누추하다. 그의 고향 마을엔 병원도 의사도 없다. 가난한 고향에서 철몽이 할 수 있는 것은 장애를 숙명으로 받아들인 채로 순한 양처럼 사는 것뿐이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트르에서 장장 450km가량 먼 벽촌에 사는 그가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은 김희찬(64) 목사의 초청 덕분이다. 김 목사는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었고 자신 또한 장애를 입으면서 목회 중단의 아픔을 겪었다.

그는 하늘나라로 떠난 아내의 뜻을 기리기 위해 철몽의 고향에 짓고 있는 문화센터 건축에 2500만 원을 헌금했다. 거기서 철몽의 안타까운 모습을 본 김 목사는 장애의 절망에 빠진 그에게 작은 희망을 심어주고 싶어 한국에 초청했다.

오영욱 한의사가 몽골 장애 여성을 한방치료하고 있다.
 오영욱 한의사가 몽골 장애 여성을 한방치료하고 있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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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몽은 지난해 11월 20일 한국에 왔다. 그가 한국에 온 것도 항구도시를 방문한 목적도 관광이었다. 그는 예정대로라면 12월 중순쯤 관광을 잘 마치고 또 다시 휠체어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갔어야 했다. 그리고 지난 7년 동안 앉은뱅이 신세를 숙명으로 여기며 살아온 것처럼 불구의 몸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장애인으로 평생 살아가야 했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초순, 난생 처음 바다를 보기 위해 왔다가 김충석(71) 여수시장을 만나면서 철몽의 한국 방문 목적은 '관광'에서 '재활치료'로 바뀌었다. 김 시장은 2008년도에 몽골을 다녀왔다. 단기선교 차 방문했다가 마을의 어려운 전기 사정을 보고 자가 발전기를 기증한 바 있는 김 시장은 몽골 처녀의 딱한 처지를 보고 지나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하반신 마비로 쓰러졌던 친척이 재활에 성공한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가능성을 타진한 것이다.

철몽은 열여덟 살이던 2004년에 사고를 당했다. 수업을 마치고 학교운동장을 지나는 순간, 갑자기 날아온 축구공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가 그길로 다신 일어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몽골에서 여러 가지 치료를 시도했지만 결국 불구의 몸이 됐다"면서 "갑작스런 사고로 장애인이 되면서 절망감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그냥 운명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 시장은 의사 사위가 근무하는 이대목동병원에서 검진토록 했는데 결과는 재활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잔정 많은 김 시장은 몽골 처녀의 아픔을 외면하지 못했다. 스물다섯 살 처녀를 영영 불구로 살게 놔둘 순 없었다. 그래서 하반신 마비를 앓던 친척을 일으킨 척추교정 활법치료에 희망을 걸었다. 2개월째 진행되고 있는 활법 치료비용은 김 시장이 부담하고 있다.

철몽의 소식을 전해들은 한의사 오영욱(여·46·여수오한의원 원장)씨도 무료 치료에 동참했다. 오씨는 철몽이 묵고 있는 사회복지시설 '평화의집'까지 왕진가방을 들고 찾아와 한방치료를 해주고 있다. 철몽의 식사와 잠자리를 챙겨주고 있는 평화의집 관리인 장경심(56)씨 부부는 수영장에 데리고 가는 등 재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철몽을 향한 사랑의 릴레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신 또한 장애의 아픔을 겪은 바 있는 박기주(50·여수사랑재활요양병원 대표원장)씨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지난 7일 자신의 요양병원에 철몽을 입원시킨 박 원장은 재활치료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병원비와 식사 일체는 물론이고 약까지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일어설 수 있는 믿음 생겼다" - "반드시 일어서 몽골로 돌아가라"

몽골 장애 여성 철몽씨가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몽골 장애 여성 철몽씨가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 여수사랑재활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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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아버지를 잃고 홀어머니 품에서 외롭게 자란 철몽. 낯선 나라에서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힘들 법도 하지만 따듯한 사람들의 깊은 정과 인술 덕분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한국에 와서 기쁘고 좋은 일들이 너무 많이 생겼다"면서 "한국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수줍게 웃었다.

사랑의 릴레이 덕분에 재활의지도 커지고 있다. 그는 "김충석 시장님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의 사랑과 도움 덕분에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며 "내가 받은 사랑에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받은 사랑을 나누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희망까지 품게 됐다.

김충석 시장은 철몽에게 "너의 재활 성공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면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과 의지를 갖고 재활치료에 임하길 바란다, 그리고 반드시 일어나서 몽골로 돌아가길 기원하겠다"고 격려했다. 박기주 원장은 "당장 큰 차도를 보이고 있진 않지만 본인이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을 크게 갖고 있고 또한 여러 사람들이 사랑을 쏟고 있는 만큼 재활치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몽골은 영하 30도 안팎을 오르내리고 한국 또한 유례없는 한파에 나라가 얼어붙었지만 사랑의 릴레이가 일으킨 훈훈한 바람이 몽골 고원지대와 남녘 항구를 이으면서 봄도 멀지 않았음을 직감하게 한다. 사랑과 믿음이 '불치'란 의학적 판단을 뛰어넘는 사건을 종종 일으키듯이 국경을 초월한 사랑으로 인해 심신 장애를 앓던 '철몽'의 영혼은 이미 일어섰고 남은 것은 육신의 재활이다.

한편, 재선에 성공한 김 시장은 민선 3기 여수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2~2006년까지 4년간 급여 2억6천만 원을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한 바 있다. 아울러 민선 5기 시장에 취임한 이후에 발생한 급여 또한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쓰는 등 이웃사랑 공약을 실천하고 있다.


태그:#몽골, #장애여성, #사랑의 릴레이,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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