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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댁~"

 

새벽 6시! 농가의 우렁찬 암탉 소리로 산티니게탄 하누당가 마을의 아침은 시작된다. 주로 농사일을 하는 이곳 주민들의 가옥에는 소와 닭, 개가 많다. 웨스트 뱅갈 지역인 이곳 산티니게탄 하누당가는 공항에서 5시간이나 걸리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우리나라의 읍보다 더 작은 리 정도의 마을이다. 오전 9시에 수업이 시작되는데, 8시 30분 경이 되자 첫 아이가 등교를 했다. 유치원 아이들이 또래 아이들과 뛰놀며 그네도 타고 미끄럼틀도 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배를 미끄럼틀에 대고 내려오는 아이, 머리를 완전히 뒤로 젖히고 미끄럼을 타는 아이, 무서웠는지 미끄럼틀에 올라가서 울면서 내려오는 아이!

 

"야쿠타~!"

"싸라~!"

 

뱅갈어라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모인 장소는 어디나 소란스럽다. 아침의 정적을 깨는 이 가벼운 소란들이 하나도 짜증나지 않았고, 저마다의 개성대로 친구들과 즐겁게 노는 장면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마치 아기 병아리들이 모여 함께 뛰노는 모습처럼 보였다. 수업 시작 10분 전이 되자 아이들은 어느새 50명 넘게 모여 있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아침 조회를 마치고 각자의 교실로 돌아가고 우리 봉사자들은 현지 선교사인 신미정 님의 오리엔테이션을 들었다. 산티는 평화 그리고 니게탄는 정원으로 '평화가 있는 정원'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타고르의 출생지는 캘커타인데 타고르는 이곳 산티니게탄에 타고르 대학을 만들었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교육을 받되 책상 위에서만 배우는 것만 아니라 자연 속에서 삶을 배워야 한다."

 

 

산딸 부족과 웨스트벵갈 족이 어울려 살아가는 이 마을은 전혀 문명의 이기를 받지 못하는 곳이었다. 어느 날 선교사 부부가 이곳을 알게 되었지만, 학교를 운영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어느 병원 의사 부부가 병원 땅을 기증하면서 이곳에 스프링워터 스쿨을 짓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숭실대가 이 학교에 지속적으로 교사(봉사활동점수를 학점으로 인정)를 보내면서 '숭실리빙워터스쿨'이 되었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참다운 교육의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선교사 부부가 와서 이곳에 교육을 심고 사랑을 전했더니, 주민들이 감동해 유치원 아이들이 이곳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독실한 이슬람이 많은 이곳에는 위기도 있었다.

 

한 때 이곳에는 옷도 입지 않고 맨발로 돌아다니는 촌장의 아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 아이가 학교에 나가면서 영어 찬양을 부르고 ABCD를 익히게 되고 셈을 했는데, 아버지는 이를 지켜보았다고. 부족간 종교적인 갈등으로 크리스찬 학교가 폐교 위기에 처했을 때 그 촌장이 선교사를 찾아 왔다고 한다. 놀랍게도 촌장은 무릎을 꿇고 이렇게 빌었다고 한다.

 

"제발 학교 문을 닫지 말아달라고. 우리 아이가 더 공부할 수 있게 해 달라."

 

자식이 교육을 통해 변해가는 모습은 종교적인 갈등과 이방인에 대한 갈등을 모두 해소하는 아주 중요한 끈이 되었나 보다. 이런 과정에서 학교는 생존하게 되었고 선교사는 이 과정을 설명해주며 봉사활동을 온 대학생들에게 간곡하게 말했다.

 

"여러분! 여러분이 봉사 활동으로 가르치는 이 아이들이 언젠가는 세상을 짊어질 미래의 인재가 반드시 나온다고 생각하십시오. 비록 가진 것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지만 이들에게도 평등하게 교육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니 각자 자신의 프로그램을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임해주시길 빕니다."

 

선교사의 말에 학생들의 눈이 반짝였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2시 30분부터 학생들은 조를 나누어 교실에서는 그림그리기, 카드 먼저 뒤집기 놀이를 했다. 학교 운동장에서는 자신의 슬리퍼를 차서 페트병을 쓰러뜨리는 게임과 2인 3각 경기 그리고 이어 달리기가 진행되었는데 아이들은 생각보다 너무 즐겁게 잘 따라와 주었다. 영어를 못 알아듣는 아이가 많기 때문에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한 학생이 뱅갈어로 통역을 해서 경기 규칙을 설명해주었다.

 

 

엄마가 아침부터 벽돌 공장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자기가 어린 동생을 돌보아야하는 어린 여자 아이가 있었다. 동생은 7개월 정도 되어 보였는데 5살 정도 된 여자아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를 안고 패트병 맞추기 놀이를 즐겼다. 이곳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부모 없이 동생을 돌보며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 듯 보였다.

 

함께 달리고 웃고 떠드는 동안 아이들은 교사인 대학생들과 친해져서 이름도 나누고 하이파이브도 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수업을 마치고 교문을 나서는 아이들에게 컵케이크를 하나씩 나누어 주자 "땡큐! "하며 응답한다. 이것도 교육의 효과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거나 내게 기쁜일이 있을 때에는 '감사합니다'하고 인사를 해야 한다는 것을 그들은 알게 된 것이다. 학교 교문 밖에는 정식으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구경 와서 또래 아이들이 노는 장면을 부러운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었다. 내일은 마을에 들어가 이 아이들을 위해 그림 그리기 놀이를 할 계획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농사일을 하기 위해 소와 함께 논으로 나가거나 공장으로 향하는 엄마 아빠들! 그리고 그들이 일하는 동안 어린 동생을 돌보며 무료한 일상을 보내었던 이 아이들에게 영어 한 자 그림 한 줄 그리는 것보다 더 큰 것은 아마도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일 것이다.

 

 

학교 사무실 앞에는 "Korea love India!"라는 문구가 있다.

오늘 공부하고 교육받은 이들이 나중에 자라서 "India Love Korea!"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덧붙이는 글 | 1월 16일부터 1월 25일까지 9박 10일간 남편과 나는 숭실대 금융학부 학생들과 인도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태그:#숭실워터스쿨 , #웨스트뱅갈 , #산티니게탄 , #봉사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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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입니다.세상에는 가슴훈훈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등불같은, 때로는 소금같은 기사를 많이 쓰는 것이 제 바람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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