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행정구역개편에 대한 소신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28일 오전 국회 의정실 105호에서 열린 법학전문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 자리에서였다. 강연은 학생들의 질문에 홍 최고위원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홍 최고위원은 "지금의 행정구역, 그러니까 8도와 기초 광역, 국가 이렇게 3단계로 나눈 게 해방 직후다, 그땐 교통이 불편에서 기초에서 광역까지 가는 게 한 단계 거쳐 갔는데 지금은 인터넷 시대가 되고 교통이 발전해 반나절 생활권이 되다보니 도가 필요 없다"며 행정구역개편의 당위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도를 없애고 40개 정도의 기초자치구로 재편해 기초자치구가 국가와 직접 소통하는 구조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지자체장들이 반대한다"면서 "요즘은 김문수 도지사가 반대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일종의 보편성 논리와 역사적 가치의 이유를 들어 행정구역 개편에 반대해왔다. 김 지사는 국가가 시·군을 직접 관할하는 구역개편에 대해 "세계적으로 광역단체가 없는 국가는 하나도 없다"며 "도는 고려시대 때부터 있었고 북한에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행정구역개편은 지난 참여정부시절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화두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선거구제 개편에서 효율성을 위한 군소 지자체 통합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홍 최고위원은 "(행정구역 통합은) 대통령이 하고 싶어도 잘 안 된다, 국회의원들이 반대하는 것 참 악한 짓이라 본다"며 "(단체장들의) 모가지가 달린 일이지만 국가적으론 맞는 방향이다"라고 강조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법조인 출신 정치인다운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법률가는 선악을 판단하는 사람이고 정치가는 선악이 공존하는 사람이다"고 구분한 뒤 "미국은 의원의 75% 이상이 법률가 출신이다, 원래 의회는 법률가들이 지배하는 게 맞다"고 생각을 밝혔다. 또한 홍 위원은 "우리나라는 법률가 출신 정치인이 50, 60명 정도로 비중이 적은데다가 융통성도 포용력도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선별적 복지가 소신, 언론 환경 변화는 우려스러워
한 시간 남짓 진행된 강연에선 이밖에도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한 학생이 "내년이 총선인데, 복지 문제는 어떻게 보는지"라고 묻자, 홍 최고위원은 "부자에겐 자유를 주고 서민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는 게 복지다"라고 답했다. 그는 부자들의 '돈 쓸 자유'를 들며 "(보편적 복지란 게)부자들에겐 자신의 돈을 내고 혜택 받는 건데 왜 그런 짓을 하나? 서민들에게 부자가 되는 길을 열어주면 되는 거다"면서 선별적 복지에 대한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최근의 언론환경 변화에 대해서 그는 "종편이 생기면 미디어 시장이 무한 경쟁에 돌입하고 자연스럽게 자극적인 뉴스 나올 것"이라며 "영화 <부당거래>같이 범인 조작하는 그런 식의 사태가 올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그는 "이럴수록 행간을 보는 훈련을 하고 보수와 진보 언론을 골고루 보면서 자기 견해를 정리하는 훈련을 반복하라"는 조언을 덧붙였다.
한편 그동안 반대를 외쳤던 로스쿨 문제에 대해서 홍 최고위원은 여전히 입장에 변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미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으니 졸업하는 분들이 자기 능력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며 "이미 판사, 변호사 분야는 포화상태니 국제상사나 기업분쟁 분야 쪽을 고민해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강연에 참석한 한 학생은 "(홍준표 최고위원이) 기본적으로 정치인이고 법조인이다 보니 기성의 시각으로 보는 부분이 있어 우려 반 기대 반"이라며 "(로스쿨 문제 등의) 정책들에 대해 학생들 입장에서 생각하시고 공론의 장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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