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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스페셜' 출연한 안철수, 김제동, 박경철.
 'MBC 스페셜' 출연한 안철수, 김제동, 박경철.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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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김제동은 두 사람을 머리 큰 두 형이라고 불렀습니다. 안철수 한국과학기술원 석좌교수와 트위터 영향력 1위를 자랑하는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 김제동 씨가 28일 방송된 <MBC 스페셜 - 2011 신년특집 안철수와 박경철>(이하 <MBC 스페셜>)에서 만난 든든한 두 형입니다.

각각 '현대인들의 멘토 삼고 싶은 인물 1위'와 '금융권 차세대 리더 1위'로 꼽힐 만큼 두 사람은 대중들에게 존경받고 또 든든함을 전해주는 우리 시대 리더이자 지식인들이지요. "전교 1등들에 대한 질투, 부담감이 있었다"는 '인터뷰어' 김제동씨가 그들을 만나기 전 "'무릎팍'만큼 재미있게, <100분토론>처럼 진지하게 할 자신은 없다"고 했던 게 어렴풋이 이해도 갑니다.

'머리가 크고, 의사였고, 부인도 모두 의사였고, 바이러스나 주식과 같은 다른 일에 관심을 가졌으며, 그 일이 대박을 터트렸다'는 공통점을 지닌 두 사람은 MBC <무릎팍 도사>에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출연한 바 있지요. 두 사람은 또 지난 봄 부터 지방대 학생들을 위해 공동강연을 해오면서 청년들에게 한국사회에 대한 자신만의 비전을 설파하고 있기도 합니다.

둘의 인연은 리더십에 대한 강의를 제안 받은 안 교수가 평소 눈여겨보던 박 원장에게 프로포즈를 하면서 시작됐다더군요. 그리고 2009년 10월, 이화여대에서 열린 공동 강연 도중 박 원장이 "전국의 대학을 돌며 강연을 해보자"는 돌발제안을 안 교수가 화답하면서 지방대 강의가 이뤄졌고요.

"젊은 사람들에게 도전정신을 불러 넣어주고, 또 어떻게 하면 자기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를 돌이켜볼 수 볼 수 있느냐하는 이야기를 해 주기 위해서였어요."

첫 공동 강연 당시 안 교수가 밝힌,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카이스트에 몸담게 된 이유입니다. '88만원 세대' 청년들에게 항상 "미안하다"고 말하는 박경철 교수와 함께 <MBC 스페셜>에서 두 사람이 전한 이야기들은 이 시대 청년들은 물론이요, 대한민국에서 2011년을 함께 살아나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곱씹어봐야 할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스파이더맨' 안철수, "정부가 무법천지, 약탈경영 방조"

 'MBC스페셜' 출연한 안철수, 김제동, 박경철.
 'MBC스페셜' 출연한 안철수, 김제동, 박경철.
ⓒ 'MBC 스페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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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

안 교수가 언급한 영화 <스파이더맨>의 대사입니다. 2005년 3월 '안철수 연구소'의 대표직을 사임하고 전 직원들에게 60억 상당의 주식을 무상 증자했던 안 교수는 스스로를 힘에 따르는 권한, 그 책임에 대한 압박감이 큰 사람이라고 토로합니다. 권력을 쥐고 나면 책임은커녕 휘두르려고 눈에 불을 켜는 한국사회의 권력층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지요.

"'기업가 정신'할 때 기업이라는 건 회사가 아니고요. 일으킬 기(起)자에 업 업(業)자예요. 즉, 어떤 업을 일으킨다. 기업가 정신이라고 하면 그냥 경영자 마인드가 아니고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굉장히 많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고 결국은 이루어내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게 기업가 정신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안 교수는 한국 대기업들이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경영자 정신'만을 강조하는 걸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한국윤리경영 투명경영부문 대상'에 빛나는 '안철수 연구소'를 일구어낸 안 교수이기에 '기업'에 대한 그의 철학은 더욱 진솔하게 와 닿더군요.

빌 게이츠와 비교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천재적이고 영웅적인 개인보다 사회 시스템이 훨씬 중요하다"며 우문현답을 내놓습니다. 아무리 빌게이츠 같은 천재가 출현한다고 해도, 폐쇄적이고 기득권 위주인 우리 기업구조 하에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지적이지요.

그는 지난 30년간 대기업을 제외하고 독립적으로 창업한 기업 중 매출 1조원 이상인 기업이 '웅진', 'NHN' 두 곳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 두 기업마저도 기업과 소비자 간에 직접 거래를 하는 B2C(business to customer) 기업이었고요. 대기업에 납품하는 기업들은 살아남기 힘든 구조였다는 뜻이지요.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중견기업 씨가 말랐어요. 이런 이상한 구조가 왜 생겼느냐. 심하게 말하면 정부에서 대기업이 발전하는 게 국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 하에서 무법천지를 방조한 거죠. 약탈경영이 마구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안 교수는 기득권이 과보호 될 때 기득권 자신들에게도 치명적인 독이 될 거라 경고합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간 대기업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유입을 차단했던 스마트폰 시장을 예로 들었지요. 전세계적인 창업열기에 역행하며 기득권을 쥔 대기업만 살아남는 현 구조 속에서 '창업'을 강조하는 안 교수의 해법은 정치, 경제, 사회 분야 전반에 여러 시사점을 던져 줍니다.

 'MBC스페셜' 출연한 안철수, 김제동, 박경철.
 'MBC스페셜' 출연한 안철수, 김제동, 박경철.
ⓒ 'MBC스페셜'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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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사회 갈등, 빈부격차라든지, 청년실업이든지 이런 모든 것의 핵심은 결국 사람들이 새롭게 도전해서 창업을 할 수 있게 하고, 일단 창업된 회사들이 성공확률을 높이게 되면 우리나라의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해요."

'독수리 오형제' 박경철, "사회속의 10%가 깨어있어야 한다"

10년 동안 안동에서 외과의사로 살았던 '시골의사' 박 원장은 1990년대 말부터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수호신으로 떠오른 바 있습니다. 그리고 2005년 객장을 떠난 뒤부터 지금까지 자본시장의 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경제를 비롯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사회와, 청년들과 나누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김제동 씨는 그런 그에게 "왜 이러고 사십니까?"라고 물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이너서클에 접근하면 접근할수록 부조리한 구조는 더 많이 보게 됩니다. 조정래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사회속의 10%가 깨어있어야 한다.' 이건 엘리트 10%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에요. 이 시스템의 혜택을 받고 있는 10%의 사람들이 여기에 빠져 있지 말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개선을 해야만 바뀐다는 말씀에 동의해요."

경제 시장에 대한 직설적인 문제제기로 유명했던 그는 '개미들의 수호신'이란 호칭을 듣던 당시를 "약간 치기도 있었고 젊을 때니까 독수리 오형제 같은 마음도 있었죠"라고 회고합니다. 그렇게 '경제지킴이'를 자처하는 그에게 김제동 씨는 또 마주 앉은 포장마차에서 "우리 아빠, 우리 엄마 아빠, 여기서 장사하시는 분들이 잘 살려면 어떻게 되어야 합니까?"라고 물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스스로 제일 앞쪽 그룹에, G20 앞에 왔다고 합니다. 앞에 왔는데 뭘 따라 잡습니까? 길을 고민해야죠. 지금까지는 따라잡는 방식에 대해서 고민하고 논쟁했다면, 이젠 어떤 길을 갈 것 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돼야죠.

'아, 유럽형 모델로 가자, 아메리칸 모델로 가자. 아니다, 아직까지도 우리는 파이를 더 키워야 된다. 아니다, 사회적으로 이제 수평적으로 함께 가자' 라고 논의를 하는 사회가 건강해요. 근데 지금은 이제 그런 논의자체가 봉쇄되잖아요. 예를들면, 그런 논의를 하면 혹시 옷이 좀 빨간색…. 이런 시각으로 한쪽의 논의가 봉쇄되면 발톱이 서(는거)죠."

"당면한 문제에 대해서 우리가 모두 투사가 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외면하는 비겁자가 될 수는 없죠"라고 말하는 박 원장. 그는 얼마 전 안 교수가 한 사회 현상에 대해 격분해 '격한 표현'을 쓰는 걸 목격했다고 합니다. 김제동씨가 "마주치면 일단 불공부터 드려야 할 것 같다"던 그 사람 좋은 안 교수가 말이지요. 안 교수가 욱했을 때 쓰는 격한 표현이라는 건, "나쁜 사람" 정도랍니다. 

<MBC 스페셜>은 방송말미 박 원장과 안 교수에게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안 교수가 격한 표현을 쓴 그 "나쁜 사람"이 오만한 독주를 멈추지 않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아닐지 유추해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MBC 스페셜'에 출연한 김제동, 안철수, 박경철.
 'MBC 스페셜'에 출연한 김제동, 안철수, 박경철.
ⓒ 'MBC 스페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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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경청해야 할 리더십론

"자기가 좋아하는 의견에 대해서 동조하지 않거나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 적대감을 가지고 배척하는 건 안 좋은 거 같거든요(중략). 회사에서도 의사결정구조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혼자서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건 안 좋아요.

'작은 의견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그것까지 고려해서 함께 결정해 나가겠다.' 그게 중요한 거지, '우리 지금 급한데 속도를 빨리 하기 위해서 내가 짐을 다 짊어지고 나 혼자 다 결정해서 갈 테니까 나를 믿고 따르시오', 그건 이제 안 맞는 거 같아요."(안철수)

"작은 조직이든 큰 조직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사회든 기본적인 리더십의 행사 방식을 바꾸고 사고방식을 바꾸는 게 필요하겠죠. 어떤 분야의 지도자든 리더십을 가진 사람들은 '모든 영광은 아래로, 모든 잘못은 위로'. 우리는 반대로 '모든 영광은 위로, 모든 잘못은 아래로'. 요것만 뒤집으면 정의문제, 공정문제, 어떤 대립과 분열의 문제가 한 꺼 번에 해결될 수 있는 사고방식인데요."(박경철)

리더십에 대한 두 사람의 고견이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4대강을 필두로 모든 정책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에 귀를 틀어막은 채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대통령의 독단적 리더십 때문이겠지요. 설날을 앞두고 생방송을 준비 중이라는 대통령이 이 <MBC 스페셜>을 다시보기라도 챙겨봤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민주당의 김진애 의원(@jk_space)은 방송 직후 "MBC에서 김제동 진행으로 안철수-박경철 로드다큐를 지금 듣고 있자니, 그 건강함이 기분 좋게 다가옵니다. 사회에 대한 통찰, 인간에 대한 배려, 액션에대한 긍정. 건강합니다. 희망을 키웁시다!"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트위터 상에서는 안 교수와 박 원장의 이야기에 공감했다는 글들이 지금도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MBC스페셜 감동. 트위터 글들도 "안철수 연구소에서 청소라도 하고 싶다"는 트윗까지…. 횡포 없는 부자가 왜 존재 할 수 없을까? 안철수같은 경영자가 더 많으면 좋겠다"(@Syunasuna)

"MBC스페셜에 안철수와 박경철이 나왔다. 두사람의 얼굴에서 나오는 무언가 온화한 미소가 인상적이다. 정말 강력한 포스와 내공이 느껴진다. 대기업 총수들의 얼굴을 보라. 항상 무엇을 뺏길까 노심초사한 표정들 아닌가?"(@thx16496)

"만약 어두운 길에서 같이 걷고, 앞에 걷고, 뒤에 따라오는 사람이 이 둘이라면 왠지 든든할 것 같았습니다. 머리 큰 두 형이 따라오니까요. 그것도 똑똑한 두 형."

인상적인 김제동 씨의 마무리 멘트처럼, 안철수 교수와 박경철 원장이 오래도록 한국사회를 위해 함께 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또 두 사람이 외롭지 않게 '스파이더맨' 같은, '독수리 오형제' 같은 동지들이 하나 둘 늘어갔으면 합니다.


#안철수#박경철#MBC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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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현 영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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