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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냐 광장으로 남은 이베로-아메리카 박람회장

 자전거 타는 가족
 자전거 타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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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루이자 공원을 통해 에스파냐 광장으로 가면서 보니 산책도 하고 자전거도 타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 공원은 관광객들도 많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휴식공간으로도 이용되고 있었다. 자전거도 2인용 세발자전거, 6인 가족용 네발자전거가 있다. 6인용은 마차식으로 지붕까지 만들어 달았다. 공원에는 도자기로 만든 화병도 있고 개구리도 있다. 그리고 곳곳에 분수가 있는데, 물을 좋아하던 이슬람문화의 유산이다.

공원과 광장을 잇는 중심 도로인 로드리게스 카소 길을 따라가니 에스파냐 광장이 나타난다. 광장을 둘러싸고 멋진 건물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1929년 이베로-아메리카 박람회용으로 1928년 지어진 에스파냐 국가관이다. 아니발 곤잘레스가 무데야르 양식에 1920년대 아르 데코(Art Deco)양식을 가미해 만들었다. 반원형의 건물로, 가운데 분수를 설치하고 건물 앞으로 해자를 둘렀다. 그러므로 건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

 세비야의 에스파냐 광장
 세비야의 에스파냐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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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외벽은 도자기로 치장하고 독립된 공간에 에스파냐 주들의 문장과 지도 그리고 그림을 알파벳 순으로 표현해 놓았다. 왼쪽 끝으로는 아빌라, 바르셀로나가 보이고 오른쪽 끝으로는 사라고싸, 비쓰카야가 보인다. 바르셀로나는 에스파냐 북동부카탈루냐의 수도로 산업과 문화예술의 도시다. 그리고 사라고싸는 옛날 아라곤 왕국의 수도로 로마, 이슬람, 기독교 문화가 고루 남아있을 뿐 아니라 산업도 발달한 도시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회랑으로 연결되고 회랑을 통해 각각의 방으로 들어가게 되어 있다. 전체 건물은 2층이지만, 가운데 메인빌딩은 3층으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에스파냐에서 자주 보는 무데야르 양식의 전형이다. 현재 이 건물은 세비야 지방정부의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에스파냐 광장은 또한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 <스타 워즈 II>의 촬영지로 이용되기도 했다.
       
세비야의 플라멩코 음악

 세비야의 플라멩코 음악
 세비야의 플라멩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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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는 예술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있을까? 격동기 역사의 현장일까 아니면 즐거움이 가득한 향락의 도시일까?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역사도시 세비야를 생각한다. 그것은 세비야가 로마시대, 유대인, 이슬람 문화, 기독교 등이 혼재된 독특한 문화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20세기 들어서는 그러한 세비야에 즐거움과 향락이라는 개념이 더해진 것 같다. 그것은 플라멩코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플라멩코는 18세기 후반에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생겨난 에스파냐 음악이고 춤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유대인과 집시에서 그 뿌리를 찾는 경향이 있다. 플라멩코는 가수가 기타에 맞춰 한과 혼, 희로애락을 노래하고, 거기에 맞춰 춤꾼이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춤, 노래, 기타음악, 손짝짝이, 발구름 등이 플라멩코의 구성요소다. 그러므로 플라멩코는 역동적일 뿐만 아니라 조직적이다. 또 플라멩코는 가수와 춤꾼뿐 아니라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플라멩코는 작은 규모의 종합예술이다. 최근에는 플루트, 섹스폰, 피아노, 키보드 등을 동원하는 누에보 플라멩코가 나오기도 했다.

 2010년 플라멩코 비엔날레
 2010년 플라멩코 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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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플라멩코 음악이 가장 발달한 도시가 세비야다. 연중 플라멩코 강좌를 여는 곳이 있고, 플라멩코 쇼를 하는 곳이 있다. 강좌는 장기강좌와 단기강좌로 나누어지고, 춤, 노래, 기타처럼 분야별로 나눠지기도 한다. 강좌를 여는 대표적인 기관으로는 <Espacio Meteora> <Fundacion Heeren>가 있다. 쇼를 하는 공연장으로는 <La Carboneria> <Casa de la Memoria de Al-Andalus> <Los Gallos> 등이 있다. 이들 공연장은 대개 오후 8시부터 문을 열며, 입장료는 15-30유로이다. 1회 공연은 대개 2시간 정도로 이루어진다.

세비야는 플라멩코 도시답게 짝수 해 9월 한 달간 플라멩코 축제인 플라멩코 비엔날레(Bienal de Flamenco)를 연다. 1980년 비엔날레가 처음 시작되어 2010년까지 16회를 치렀다. 16회 비엔날레는 2010년 9월 15일부터 10월 9일까지 과달키비르 강변의 극장과 투우장, 호텔 등에서 열렸다. 축제는 춤, 노래, 음악 등 다양한 공연과 회의, 모임 등 행사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경연을 통해 가장 잘한 사람에게 최고상인 히랄디요가 주어진다. 2012년 제17회 비엔날레는 9월 7일부터 10월 6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유명 오페라의 배경이 된 도시 세비야

 1875년 초연 포스터
 1875년 초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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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는 비제의 <카르멘>, 롯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등이 있다. 이들 오페라는 모두 문학작품을 토대로 했다. 비제의<카르멘>은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소설 <카르멘>을 각색하여 작곡한 것이고, <세비야의 이발사>와 <피가로의 결혼>은 보마르셰의 희극을 대본으로 해 작곡한 것이다. 이들 작곡가는 모두 에스파냐 출신이 아니면서 그 배경이 세비야인 문학작품을 택했다. 그것은 세비야가 문화의 교차로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지방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 세 작품 중 세비야가 아니면 안 되는 오페라가 <카르멘>이다. 그것은 내용이 아주 현실적이고, 배경 역시 담배공장, 투우장 등 세비야에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주인공 역시 담배공장 종업원으로 집시적인 성격을 보여준다. 당시 유럽에서 집시가 가장 많았던 곳은 에스파냐의 안달루시아 지방이었다. 또한 남자주인공도 지위가 높은 귀족이 아닌 군인으로 시민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카르멘>은 시민 오페라라고 말할 수 있다.

 세비야의 투우장
 세비야의 투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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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공장 종업원이던 카르멘은 자유연애를 추구한다. 그녀가 처음 사랑을 나누는 사람은 군인 돈 호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카르멘은 돈 호세를 멀리 하고 화려한 투우사 에스카미요에게 마음을 준다. 돈 호세는 카르멘의 마음을 돌리려고 노력하지만 카르멘은 듣지 않는다. 돈 호세는 이에 격분해서 달아나려는 그녀를 붙잡아 단도로 찔러 죽인다. 그리고 카르멘의 시체 옆에서 자신도 목숨을 끊는다.

이에 비해 롯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은 배경만 세비야로 했을 뿐 세비야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그러나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에스파냐, 세비야라는 배경에서만 그러한 오페라가 가능할 수도 있다. 특히 서곡이나 중요한 아리아가 밝고 경쾌하고 재미있어서 남유럽의 밝은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수채화로 그린 <피가로의 결혼>
 수채화로 그린 <피가로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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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재미있는 것은 <세비야의 이발사>와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인물과 이야기가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세비야의 이발사>에 나오는 알마비바 백작, 피가로, 로지나, 바르톨로, 돈 바질리오 등이 <피가로의 결혼>에도 그대로 나온다. 그러나 <피가로의 결혼>은 남녀간의 사랑, 부부간의 갈등이라는 이야기 구조 속에 신분 차별, 귀족계급의 전횡이라는 사회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사회개혁을 추구했던 프리메이슨 단원 모차르트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남녀 주인공에게 이야기와 아리아가 집중되는 다른 오페라와 달리, 인물의 역할과 비중 그리고 아리아가 여러 사람에게 적절히 배분되어 있다. 그리고 오페라의 핵심인 아리아 역시 즐겁고 의미심장하기도 하고 사회비판적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아리아 '저녁 바람이 부드럽게',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는 아는가?', '더 이상 날지 못하리' 등은 한마디로 경이롭다. 이게 바로 문학을 음악으로 만드는 작곡가들의 힘이다. 세비야는 이처럼 문학과 음악을 통해 더 유명해졌다.  

에스파냐 사람들이 최근 선택한 12가지 보물

 코르도바 대성당
 코르도바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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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세계의 7대 불가사의(wonders)가 새롭게 선정되었다. 이것에 자극받아 그해 12월 에스파냐의 방송사 '안테나 3'가 인터넷과 핸드폰을 통해 에스파냐의 12가지 보물(treasures)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1위는 코르도바 대성당이었다. 2위는 칸타브리아의 알타미라 동굴이고, 3위는 세비야 대성당이었다. 4위는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 5위는 사라고싸의 석주(Pillar)의 마리아 성당이다.

이후 순위는 카나리아 제도의 테이데 자연공원, 메리다의 로마 원형극장, 갈리시아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 발렌시아의 예술과학 콤플렉스(City of Arts and Sciences), 바르셀로나의 성가족성당(Sagrada Familia), 바스코주 산 세바스티앙의 콘차 해안, 바스코주 빌바오의 구겐하임 박물관이다. 이들을 분류하면 문화유산인 건축물이 9개, 자연유산이 2개, 고대 벽화기념물이 1개이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이들 중 5개를 보았다. 1. 코르도바 대성당, 3. 세비야 대성당, 4.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 5. 사라고싸의 석주의 마리아 성당, 10. 바르셀로나의 성가족성당.

 사라고싸 석주성당
 사라고싸 석주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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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도바 대성당은 안달루시아의 고도 코르도바의 중심성당으로 이슬람 양식을 기독교 성당으로 개조했다. 세비야 대성당은 전 회에 이야기한 것처럼 에스파냐에서 가장 큰 성당이다. 알함브라 궁전은 에스파냐에 남아있는 가장 훌륭한 이슬람 건축이다. 사라고싸의 석주성당은 기원후 40년 성모 마리아가 에브로 강변에 나타났고, 그 자리에 지어진 성당이다. 바르셀로나의 성가족성당은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으로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성당이다.  

나머지 7개 중 알타미라 동굴벽화는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로 알려져 있고, 메리다의 로마 원형극장은 로마시대 유산이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은 산티아고 가는 길의 최종 목적지다. 발렌시아의 예술과학 콤플렉스는 1998년 1차로 완성되고 2005년에 보완된 예술과 과학 복합단지이다. 그리고 구겐하임 박물관은 공업도시 빌바오를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한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이베로-아메리카 박람회장#플라멩코 음악#<카르멘>#<세비야의 이발사>#<피가로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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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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