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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없이 보편적 복지 국가로 가는 문을 열겠다는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 재원 조달 방안'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 내에서는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는 정동영 최고위원 등의 반발에 부딪혔고 당 안팎에서는 실현 가능성 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민주당이 29일 발표한 '보편적 복지 재원 조달 방안'은 '증세 없는 복지'가 핵심이다. 세금 신설이나 세율 인상 없이 부자감세 철회와 비과세 감면 축소 등 재정·복지·조세 3대 개혁을 통해 연간 43조 원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추가로 확보된 재원은 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과 반값 등록금 등 민주당의 '3+1정책'에 투입된다. 민주당은 여기에 일자리와 주거 복지 등으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내놓은 방안의 실현 가능성 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이 목표로하는 재원 규모가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물음표 찍히는 민주당의 재원 조달 방안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상이 제주대 교수는 "민주당은 부자감세 철회를 통해 연간 18조 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실현된 감세액 중에는 중소기업과 서민층에게 돌아간 감세까지 포함돼 있다"며 "이 부분은 민주당으로서도 되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2013년부터 시작될 법인세, 소득세 인하를 되돌려 봐야 추가 확보 가능한 재원은 연간 4조8000억 원 정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비과세 감면 비율을 2007년 수준으로 돌려 6조5000억 원을 확보하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현재 30조 원에 달하는 비과세 감면 중 9조 8000억 원은 임금 소득자에 대한 보험료, 의료비에 대한 감면이고 5조 6000억 원은 농민에 대한 감면, 기업 투자와 연구 개발을 위한 감면이 8조 2000억 원에 달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떤 부분을 축소하겠다는 것인지 밝히지 않은 채 6조 5000억 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대부분 혜택이 대기업에만 집중되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에 대해 민주당이 작년 폐지 대신 존치에 합의해 준 점을 들어 민주당의 의지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비과세 감면의 경우 조항마다 이익 단체의 이해가 걸려있어 폐지까지는 상당한 갈등이 수반돼 3조~4조 원이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의 최대치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종훈 시민경제사회연구소 기획위원(회계사)은 지난 20일 '복지는 세금이다' 토론회에서 "비과세 감면의 경우 70% 정도가 농어민을 포함한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폐지가 쉽지 않고 나머지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폐지에 따른 이익 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며 "세수 효과 확대는 별로 없으면서 정치적으로 골치만 아픈 방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4대강 사업예산 등 낭비성 예산 5%를 깎아 15조 원을 마련하겠다는 민주당 안에 대해서도 이미 도로 건설 등 대표적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줄어드는 추세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실적 제약론에 민주당 "중요한 것은 통치권자의 의지"

 

결국 민주당 방안에 회의적인 목소리는 증세 불가피론으로 이어진다. 당내에서는 부유세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정동영 최고위원의 태도가 가장 강경하다.

 

정 최고위원은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복지를 이야기하면서 세금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지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며 "대한민국은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는 초보적인 상식이 무너져 있는 사회인데 그런 차원에서 조세혁명을 단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최고위원도 "복지에는 재원이 필요한데 결국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라며 "그 형태가 세율 조정이든 부자 감세를 철회하는 것이든, 세목을 신설하는 것이든 국민 부담이 늘어나면 증세"라고 가세하기도 했다.

 

이밖에 민주당이 밝힌 대로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중을 현재 7.5%에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인 21.2%로 올리기 위해서는 증세 필요성을 부인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구인회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민주당은 사회복지지출 비중을 지금보다 3배 늘리겠다고 하는데 어느 정당이 집권해도 증세 없이는 불가능한 목표"라며 "세금 뿐만 아니라 연금 등 사회보험료 등도 장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증세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재원 조달 방안에 현실적 제약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실현 의지라며 향후 구성될 보편적 복지 특별위원회와 재원조달 방안 기획단에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보편적 복지 재원 조달방안 기획단에 속해 있는 한 정책통 의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 학급당 학생 수를 35명으로 줄이는 교육여건 개선 사업도 처음에는 돈이 없다는 관료들의 반발에 부딪혔지만 결국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13조9000억 원에 달하는 재원을 세출 우선 순위를 조정해 마련한 바 있다"며 "중요한 것은 통치권자 및 집권 세력의 실현 의지"라고 강조했다.

 

"3+1로는 불충분... 복지국가 그림 크게 그려야"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의문은 민주당이 내놓은 '3+1 정책'이 보편적 복지에 충분하느냐다. 민주당은 여기에 일자리와 주거 복지까지 분야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최저 소득보장 등 빈곤층 대책과 노령화 대비 정책 등이 빠져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구인회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최저 소득 보장 정책이 완성되지 않았는데 이런 빈곤 대책이 없는 복지국가는 없다"며 "국민연금과 실업급여, 노령 연금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이 교수는 "신자유주의 양극화에 지친 국민들은 '통큰' 변화를 원하고 있는데 민주당은 지난 민주정부 10년 동안 양극화를 막지 못한 '원죄'가 있는 경제관료들을 앞세워 가장 소극적인 안을 내놓았다"며 "그림을 크게 다시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보편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3+1 정책'에 더해 최소한 일자리·주거·노후 불안을 해소할 정책들이 추가돼야 한다"며 "많은 재원이 투입돼야 할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임금 격차 해소, 기초 노령 연금 확대 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태그:#복지국가, #복지재원, #민주당,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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