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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뜻밖의 방문객

전령 .
전령. ⓒ 일러스트 - 조을영

"뭐예요?"

조제는 와인 잔을 쥔 손을 와락 떨어가며 소릴 질렀다. 그에 아랑곳없이 인형 웨이터는 히죽거리며 통통 뛰어오더니 조제의 손에 든 잔을 확 낚아채고는 깊숙이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

 

"좋은데? 한 방울의 열정도 들어가 있지 않은 밍숭맹숭한 향기만 빼면 뭐.."

 

"이거 이젠 이중 삼중의 꿈 인가 봐요? 아니면 얘랑 내가 책을 읽고 있는 건가? 야, 너 내가 보이지?"조제는 인형웨이터와 내 쪽을 번갈아봐 가며 난리 법석을 떨었다.

"아저씨, 대체 어떻게?"

나도 멍한 눈으로 인형웨이터를 보며 말했다.

 

"글쎄, 그게 말야. 우리 예쁜이들이 돌아간 뒤로 그 남자가 있는 지하실로 가봤지 않겠써? 나 혼자."

"그 남자라면 얘의 그 늙은 영감?"

조제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으흥, 그 남자가 글쎄 지하실을 거쳐서 그 동굴을 열심히도 기어들어 갔나봥. 난 입구에서 어쩐지 심각한 기운이 느껴져서 발을 뗄까 말까 골똘히 생각을 했지 않겠어? 그러다 일단은 너한테로 부리나케 달려 온거양."

인형웨이터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다리를 꼬더니 잘도 이야기를 해댔다. 그러더니 옆에 있던 4B연필을 집어 들어선 손 등위에서 휘리릭 돌리면서 까불락 거리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오늘이 보름날이거든."

 

"보..름날요? 그런데 왜?"

내 말에 그는 사뭇 으스대는 표정으로 헤헤거리다가 그제야 생각난 듯이,

"거기 초록 머리! 너 핸드백 속에 꾸겨 들어가서 오느라 숨 막혔단 말양. 옷도 다 구겨지고 이게 뭐양? 지난주에 기껏 드럼 세탁기에 돌려져서 햇살에 보송보송 말린 피부에 때라도 타면 어쩌려고? 핸드백 청소 좀 해. 에잉, 이게 뭐야...."

하고는 조제를 쳐다보며 몸을 탈탈 털어냈다.

"헝겊 쪼가리 당신 몸이야 강력 세제에 담가 박박 씻으면 그만인 거고, 여긴 뭔 일로 온 거죠?"

조제는 꼴사납다는 얼굴로 대꾸했다.

 

"오늘, 열망 사냥꾼이 기승을 부리며 번식을 하는 보름날이란 말씀이징. 우리 귀염둥이들, 열망 사냥꾼이 어떤 놈인지 구경하고 싶지 않아?"

인형웨이터는 조제를 흘겨보고는 내 쪽에만 바짝 붙어서 속닥거렸다.

"열망사냥꾼이 보름날에만 번식을 해요? 오늘 같은 보름에?"

"그럼, 그 놈이 한 번 싸지르기만 하면 수억씩이나 그 기생충 같은 것들을 내놓는단 말야. 아휴 더러워, 징그러워."

인형웨이터는 몸서리를 치며 부르르 떨었다.

 

"그놈이 그럼 벌레나 뭐 그런 종류인가 보죠?"

조제는 와인 잔을 가득 채워서 인형 웨이터 앞으로 내밀며 물었다.

"몰라,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어떻거나 복잡해. 우리도 그 놈의 정체가 뭔지는 아직도 모르겠어. 어떻거나 오늘이 마침 보름이니 나랑 같이 그 더러운 것들을 내지르는 꼴을 보겠냔 말야?"

 

"어딘데요, 그곳이?"

조제는 바짝 다가앉으며 물었다.

"아휴 냄새! 너 이 안 닦았찌? 꼭 열망 사냥꾼이 지나간 자리에선 요런 냄새가 난단 말양. 어떻거나 오늘 밤 열두시가 되면 텔레비전을 켜봐. 그리고 다 같이 그놈에게로 가자."

 

<계속>


#판타지 소설#중간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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