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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둥지 지역아동센터 건물 꿈둥지 지역아동센터는 오는 4월 이 곳을 떠나야한다.
▲ 꿈둥지 지역아동센터 건물 꿈둥지 지역아동센터는 오는 4월 이 곳을 떠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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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단장한 3층 교실이 마구 부숴지는 꿈을 꿨어요."

이재영 꿈둥지 지역아동센터장은 최근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다. 지난달 29일 건물주로부터 '오는 4월까지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건물주가 바뀌면서 새 주인이 재건축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꿈둥지 지역아동센터는 관악구 청룡동(옛 봉천동)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은 최근 재개발과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지역아동센터는 1960~70년대 빈민지역이나 농산어촌지역에 소외된 아동·청소년을 보호·교육했던 '공부방'에 기원을 두고 있다. 2004년 법제화된 이후 지역 곳곳에서 교육·복지·문화·급식 등 통합적인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기구다(아동복지법 제16조 1항). 2009년 6월 말 현재 전국에 약 3200개소가 있으며, 9만4000여 명의 아동·청소년이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2006년 소액후원금 모아 설립... 초등 25명, 중등 21명

꿈둥지 지역아동센터는 2006년에 설립됐다. 전직 교사 출신인 이재영 센터장이 관악구 청룡동(옛 봉천동)에 관련 복지시설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설립을 추진했다. 지인들에게 편지를 보내자 1만~2만 원의 소액 후원금이 십시일반으로 모였다. 친척들, 옛 제자들이 10만 원, 20만 원씩을 보내 힘을 보탰다. 교회에서 알게 된 한 변호사는 300만 원을 내놨다. 현 운영비도 후원금과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다.

현 건물로 이사를 온 것은 2007년 말이었다. 2층에 공간을 임대해 아동들을 돌봤다. 현재 초등부에 25명, 중등부에 21명의 아이들이 있다. 이 중 22명이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이다.

중등부를 담당하는 청소년센터는 2009년에 만들어졌다. 초등부 10명이 중학교에 진학하게 돼 함께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하에 마련했던 청소년센터를 작년 5월 3층으로 옮겼다. 이 센터장은 "지하는 비가 오면 물이 샜다. 아이들을 위해 위층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간절히 기도했더니, 운 좋게도 작년 5월 옮겨갈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꿈둥지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그는 개인이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 중에는 주택에 공간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는 "주택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옆집 주민이 시끄럽다고 몽둥이를 들고 쫓아오는 경우도 있다. 그런 곳에서는 악기 교육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전했다.

특별활동 꿈둥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특별활동을 하고 있다
▲ 특별활동 꿈둥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특별활동을 하고 있다
ⓒ 꿈둥지 지역아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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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신난다! 꿈둥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여름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 야호 신난다! 꿈둥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여름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 꿈둥지 지역아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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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상 받았지만... 대다수 아동지역센터 임대 상가 전전

꿈둥지가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웬만한 학원보다 나아 보였다. 아이들은 방과후 꿈둥지에서 식사를 하고는 수업을 듣는다. 수업은 전직 교사 출신의 선생님들과 대학생, 대학원생 자원봉사자들이 진행한다. 자원봉사자는 인근 서울대학교의 학생들이 대다수다.

이재영 꿈둥지 지역아동센터장 인터뷰 도중 눈물을 참고 있다.
▲ 이재영 꿈둥지 지역아동센터장 인터뷰 도중 눈물을 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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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꿈동지에서 악기도 배운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오카리나를, 고학년은 플루트를 배운다. 중등부는 기타를 배우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관악 청소년 회관에서 발표회도 했다.

이외에도 영화 관람·캠프 등 다채로운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덕분에 2009년부터 시작된 서울시 아동지역센터 평가에서 2년 연속 100점 만점을 받았다. 2009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상도 받았다.

하지만 이 센터장은 "이 모든 게 다 소용없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3층은 작년 5월에 계약을 했어요. 이사 가야 할 줄 꿈에도 모르고 지난주에 3층 장판을 새로 깔고, 상담실에는 전기패널도 설치했습니다. 아픈 아이들이 따뜻하게 쉴 수 있도록 하려고요"라며 고개를 떨궜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기자의 말에 "글쎄요, 어디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요새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는 찾기도 어렵고, 재개발 붐으로 월세마저 치솟아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공공건물 내 지역아동센터 위한 공간 마련해야"

이 같은 상황과 관련, 성태숙 전국지역아동센터협회 정책위원장은 "대부분의 아동센터가 임대시설이다 보니 시설투자나 개보수가 어려워 아이들에 대한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센터가 1000만 원 가량의 돈을 들여 난방, 취사 등의 설비를 갖춰도 2~3년 뒤에는 나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민자치센터나 경찰서 같은 공공건물 내 빈 공간을 지역아동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지역사업이니만큼 지역에 뿌리를 내리려면 정부 차원의 공간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인터뷰 말미에서 꿈둥지에 다니는 한 중학교 2학년생이 했다는 말을 전했다. 아이는 이사를 가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저는 나중에 요리사가 돼서 꿈둥지 후배들을 위해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주고 싶어요. 그리고 돈을 많이 번 다음 건물을 지어 간사님(이 센터장)에게 드릴 거예요. 꿈둥지 후배들이 이사를 다니지 않아도 되도록이요."

지금 대한민국의 9만4000여 명의 '꿈둥지 아이들'에게는 안정적인 '둥지'가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 김수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 입니다.



#지역아동센터#꿈동지#청룡동(봉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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