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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일 오전 10시, 지엠대우 하청업체협의회와 노사간 복직 합의를 보고 정문 농성현장으로 달려온 전재환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장이 신현창 지회장의 농성 마감시간을 코앞에 두고 사발라면으로 장난을 치자, 신 지회장이 먹는 시늉을 하며 모처럼 환한 웃음을 지었다.
 2월 2일 오전 10시, 지엠대우 하청업체협의회와 노사간 복직 합의를 보고 정문 농성현장으로 달려온 전재환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장이 신현창 지회장의 농성 마감시간을 코앞에 두고 사발라면으로 장난을 치자, 신 지회장이 먹는 시늉을 하며 모처럼 환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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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엠대우자동차 서문과 정문의 농성을 영구 해제한다는 노조의 입장을 확인하며 아래와 같이 확약합니다"(하청업체협의회 대표 문병택)

지엠대우 비정규직회(지회장 신현창)가 3년이 넘는 농성 끝에 지엠대우 하청업체협의회(대표 문병택)와 2일 오전 극적인 합의를 보고 서문의 천막농성과 정문의 아치 위 농성을 영구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7년 9월 2일 설립된 지엠대우 비정규직지회가 해고된 35명의 복직을 외치며 천막농성을 한 지 1190일째, 그리고 최근 혹한의 추위를 견디며 정문 아치 위 농성을 한 지 64일째, 신현창 지회장의 단식 농성 45일째 되는 날이다.

GM대우 하청업체 소속인 조합원들은 노조를 설립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2007년 10월 사측으로부터 조합원 35명이 해고당했으며, 원청인 GM대우는 비정규직지회를 자신들이 상대할 노동조합으로 인정하지 않아 최근까지 원직복직과 노조인정 등의 내용으로 농성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엠대우 측은 최근 혹한의 농성을 지켜보면서도 자사와 무관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복직 등을 논의할 대상이 아니라며 이들의 투쟁에 무응답으로 일관해왔다. 이후 농성이 다시 장기화되자 인천지역 야5당과 종교계, 시민사회와 노동계 등이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송영길 인천시장과 인천시의회 등이 나서서 문제 해결을 요구하자 변화된 모양새를 보여 왔다.

이에 사측은 지난해 12월 23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과 전국금속노조 GM대우자동차지부(정규직 노조)가 참석한 1차면담에서 '(하청) 업체 폐업으로 인한 정리해고자 9명은 2011년 내에 단계적으로 복직하고, 나머지 6명은 1년 6개월 후 재논의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다 2차면담에선 1차면담에서 제시했던 안에서 9명에 포함된 2명(2008년 복직 포기), 6명에 포함된 1명을 복직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어 지난 1월 18일 실시된 3차면담에선 2차면담에서 제시했던 2명에 대해선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1명은 제외하겠다며,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복직 시기는 추가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결국 1명 때문에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이준삼 조합원의 결연한 표정
 이준삼 조합원의 결연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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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확약서에는 결렬된 내용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 해고자 15명 전원의 1·2차 하청업체 복직에 서명을 했으며, 채용당사자들에 대해서는 채용순서·채용시기·업체 사정·의견을 존중하여 결정 한 후, 채용 이후 불이익한 대우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노사 양측의 확약서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1항으로 "업체 폐업 등으로 인한 계약해지 인원 9명에 대해서는 농성해제일 1년 후부터 1년 이내(2013년 1월말)로 하청업체에서 채용하도록 한다"고 했다. 이어 2항에서는 "징계해고 등으로 인한 계약해지 인원 5명에 대해서는 농성해제일 2년후부터 6개월 이내(2013년 7월말)로 하청업체에서 채용하도록 한다"고 서명했다. 마지막 3항에서는 "부품협력업체 관련인원 1명에 대해서는 부품 협력업체의 하청업체에 알선하며, 그 기간은 2항에 준한다"고 명시했다.

복직합의는 했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진행형

신현창 지회장은 지난 1월 27일 <부평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설에 부모님 떡국 드시는 것은 보고 싶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으나, 이번 합의로 다행히 모든 조합원들과 연대하고 있는 단체 회원들, 그리고 경찰 관계자들까지 설날에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게 되었다.

2일 오후 2시에 현장을 찾았던 기자에게 신 지회장은 "오랜 단식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 위에서 농성하고 있는 조합원들도 건강문제가 제일 걱정되지만 무사히 내려와서 빨리 병원검진을 받으면 될 것 같다"라고 한 뒤 "단식을 오래해보니 사람이 밥을 안 먹고도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처지와 조건(복직에 대한 의지)만 맞으면 이 이상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엷은 미소를 전해 주었다.

극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연대 단체들의 회원들이 속속 현장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극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연대 단체들의 회원들이 속속 현장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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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후 5시 30분께 현장에 있던 관계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앞서 언급했던 부분도 잘 협의가 돼서 6시가 넘으면 농성자들이 무사히 내려올 것 같다. 경찰도 그 부분에 협의를 했으니 일단 검진부터 받고 이후 조사를 받는 수순으로 진행될 것 같다"고 전해 주었다.

오후6시30분께, 인근 소방서 사다리차가 아치 위 농성자들을 내리러 올라가고 있다.
 오후6시30분께, 인근 소방서 사다리차가 아치 위 농성자들을 내리러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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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내려온 황호인 조합원(가운데)이 이준삼 조합원의 내려 오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다.
 먼저 내려온 황호인 조합원(가운데)이 이준삼 조합원의 내려 오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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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모를 쓰고 아치위에서 내려오고 있는 이준삼 조합원
 안전모를 쓰고 아치위에서 내려오고 있는 이준삼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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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다시 현장으로 달려간 기자는 오후 6시 30분께 아치위에서 농성을 하고 있던 황호인, 이준삼 조합원이 인근 소방서에서 마련한 사다리차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로써 혹한의 추위와 맞서며 정신력으로만 버텨왔던 농성이 모두 끝나는 순간이었다.

두 조합원은 발에 땅에 닿자마다 비정규직 관계자들과 오랜만에 해후를 나눴으며, 함께 지켜본 연대 단체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고생했습니다. 건강하십니까. 웃는 모습으로 빨리 손 맞잡고 웃으며 만났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안부인사를 건넸다.

이후 이들은 경찰이 제공해준 승합차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바로 호송됐으며, 건강검진 후 간단한 조사를 거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부평신문>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지엠대우 비정규직, #아치 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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