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기승을 부리던 한파가 한풀 꺾인 설 연휴 첫 오후(2월 2일). 민중의 집의 유일한 상근 근무자인 안상민 사무국장을 만나 민중의 집이 앞으로 걸어 나갈 방향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민중의 집이 이사를 간다고 들었다. 경제적인 문제라고 들었는데 많이 아쉬울 것 같다.
"그렇다. 민중의 집은 처음 기획 당시 '사람들이 사는 골목 안에 있는, 누구나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는 문턱 없는 곳'을 지향했다. 망원동에 있는 현재의 터전이 그 취지에 가장 잘 부합되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민중의 집 역시 서민들의 삶을 옥죄는 전세난을 피할 수는 없었다. 회원들뿐만 아니라 기존에 민중의 집을 찾던 많은 이들이 매우 안타까워했다. 아마도 민중의 집 가족들의 손때가 많이 묻어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민중의 집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새 보금자리(성산동 터전)가 선정됐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추억을 입히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민운동 단체의 경제적 부담을 떨쳐 내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외부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는 것은 어떨는지?
"민중의 집은 회원들의 회비와 거리가 멀어 함께 하지 못하는 분들의 후원금으로만 운영된다. 민중의 집은 민중의 집 나름의 원칙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바로 '일상적인 공동체 운영은 그 공동체 자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자치의 힘'은 한 공동체가 외부 지원으로 인해 본연의 정체성을 잃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정체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의 지원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이사에 따르는 비용뿐만 아니라 노동력 투입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새로 옮겨 갈 성산동 터전 내부에는 내부 기둥과 창문이 전부다. 50평 남짓 되는 공간인데 손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민중의 집 특성상 공부방, 강의실, 사무실뿐만 아니라 회원 및 지역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주방과 거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 미술·디자인을 전공했던 한 회원이 내부 인테리어 및 공사 현장감독 역할까지 맡아줘서 정말 다행이다. 2월 7일부터 내부 공사가 시작되는데, 회원들의 손으로 책상, 수납공간 등 모든 것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민중의 집이 새 터전에 자리 잡는 데 재능기부를 해 주실 기부자가 있다면 꼭 함께 했으면 좋겠다. 일별 작업 일정은 누리집을 통해 공지할 계획이다.(웃음) 많은 참여 부탁한다.
-성산동 새 터전으로 옮겨 가면서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공동체 사업이 있다면?
"앞으로 민중의 집이 생활협동공동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사업들을 구상하고 있다. 대개 도시 내의 생활협동조합은 (사업의 영역이) 먹을거리·육아 등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은데, 민중의 집이 지향하는 생활협동공동체의 역할은 위의 것들뿐만 아니라 교육·문화 등 말 그대로 생활의 영역으로 확장시킬 계획이다."
올해 민중의 집이 새롭게 시작하려고 하는 사업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생활협동도서관 건립으로 회원 및 지역주민들이 도서·음반·DVD 등 각종 비소모성 물품들을 기부 받아 회원 및 지역주민 간에 무상으로 대여·열람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둘째는 리빙 라이브러리인데, 민중의 집을 매개로 '사람 책'을 민중들 간에 열람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 사업은 사회에 녹아들어가 있는 소수자 및 세대 간의 오해와 편견 등을 '대화의 힘'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바람에서 기획됐다.
가령 김아무개가 '언론관'에 대해 자신만의 사람 책 콘텐츠를 구성하고, 민중의 집 리빙 라이브러리가 이를 사람 책으로 등재한다면 추후에 누군가가 '김아무개 사람 책'을 열람하고 싶을 때 민중의 집은 두 주체 간의 만남을 성사시키는 식으로 이뤄지게 될 예정이다. 이는 색다른 방식의 재능기부라고 생각한다(위에 언급된 두 사업은 아름다운 재단 <변화의 시나리오> 대안적 공익활동 지원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오는 4월에 마포의료생활협동조합이 생길 예정인데, 향후 민중의 집과 함께 연대해서 사업을 진행하게 될 듯하다."
대학 재학시절 학적은 국문과 소속이었지만 전공은 사회과학이었다고 말했던 그. 안성민 사무국장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향후 지역사회에서 민중들의 삶 속에 함께 할 수 있는 생활협동공동체 건설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문밖까지 기자를 마중 나왔던 안성민 사무국장으로 하여금 기자는 사람 냄새나는 공동체에 대한 밝은 전망을 기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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