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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저녁 갑작스럽게 발생한 친 무바락 세력과 반 정부 시위대 간의 유혈 충돌을 속보로 전하는 < CNN > 뉴스
 수요일 저녁 갑작스럽게 발생한 친 무바락 세력과 반 정부 시위대 간의 유혈 충돌을 속보로 전하는 < CNN > 뉴스
ⓒ 이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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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이른 새벽(카이로 현지시각), 이집트의 반정부 시위대와 무바라크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카이로의 도심에서 대치 중이며, 폭행 및 화재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집트 보건부의 공식 발표로만 현재까지 3명의 사망자와 64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하루 전, 무바라크 대통령은 올 9월 재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도, 이집트 반 정부 시위대가 원하는 즉각적인 사임은 거부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에는 무바라크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련의 대규모 시위대가 몰려와 반 정부 시위대에게 마구잡이 무력을 휘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수적으로는 반 정부 시위대의 규모가 훨씬 더 크지만, 이들 친 무바라크 시위대 중 일부는 말과 낙타를 타고 등장하거나, 여러 대의 버스를 타고 나타났으며, 손에는 주머니칼과 곤봉, 몽둥이, 화염병, 콘크리트 철근, 집게 등이 들려 있었다고 목격자들은 증언했다.

이집트 국영방송은 이들 중 일부가 시위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는 피라미드에서 일하는 노동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 CNN >은 친 무바라크 시위자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이집트  국영 석유 회사의 직원 3명이 강제로 시위에 나왔다고 토로한 것을 전하기도 했다. 또한 이들 친 무바라크 시위대 안에는 사복 경찰 여러 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 취재 중인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닉 크리스토브는 그의 블로그에서, "오늘 무바라크 대통령은 민주주의 운동을 경찰이나 군대가 아닌 불량배와 갱으로 진압하려고 작심한 듯하다. (…) 이 그룹간의 "충돌"이란 표현은 맞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원하는 시위대는 무장하지 않았고 평화적이지만 친무바라크 갱들은 버스를 타고 무장한 채 나타나 무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라고 현장 분위기를 설명했다.

기기 이브라힘이라는 한 인권운동가는 < CNN >에, "그들이 무기를 들고 왔다. 폭력을 퍼뜨리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평화로운 시위를 해왔다. 어떠한 폭력도 없었다. 오로지 오늘에만 이런 진짜 폭력을 맞닥뜨렸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어떤 사람들은 50 이집트 파운드 (미화로는 약 $8.50)를 줄 테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찬양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다니라며 '매매'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의무 병력을 막 마친 25살의 한 젊은이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돌을 던지는 일은 수백만명을 위한  평화적인 혁명을 망치는 일이다. 무바락은 더 이상 대통령으로 있을 가치가 없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한편, 이집트 군이 현재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한 상황이다.

2일 오전, 이집트 군의 한 대변인은 국영 텔레비젼에 나와 반 정부 시위대를 해산시키려고 시도한 것이 전해졌다. "여러분들이야 말로 일상을 회복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다. 여러분의 메세지는 이미 받아들여졌고, 우리는 여러분의 요구를 알고 있다.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여러분을 위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이집트 군이 평화적인 시위에 대항해 무력을 쓰지 않을 것이라 말해왔지만, 수요일에 나타난 것은 이집트 군과 무바라크 대통령 간의 견해차이가 점점 좁혀져 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 합참의장인 마이크 뮬런은 같은 날, 이집트의 사미에난 참모총장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집트 군에 대한 미 행정부의 지지를 거듭 강조하며, 이집트의 안정을 위해 이집트 군이 침착해야 할 것을 거듭 당부했다고 밝혔다.

미 합참 대변인에 따르면, 지난주 사미에난 참모총장이 워싱턴 방문을 마치고 카이로로 돌아간 이래 두 번째 전화통화가 이뤄졌으며, 사미에난 총장은 뮬런 합참 의장에게 이집트 상황을 브리핑했다고 전했다.

<허핑톤 포스트>
 <허핑톤 포스트>
ⓒ 이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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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 정상들은 이집트의 평화롭고도 신속한 정치 변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1일 성명 발표 직후 오바마 대통령은 전화를 걸어, 이집트의 권력 이양이 바로 "지금" 이뤄져야 하고, "현재와 같은 상황은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으며 변화가 바로 이루어져야 한다.", "사실 정치적 권한을 갖고 국민들에게 봉사할 특권을 가진 우리 같은 사람들은 모두 국민들의 뜻에 따라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데이비드 카메론 총리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만난 후 기자들에게, 이집트에서 발생 중인 폭력사태를 "비열한 장면"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이집트) 정권이 이같은 폭력을 지원하거나 묵인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전적으로 완벽하게 받아들 일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메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 및 클린턴 국무부 장관과 수시로 이집트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와 독일, 유럽 연합, 터키, 스웨덴 등에서도 이집트 당국에 질서있는 권력 이양과 폭력 사태 중지를 호소했고, 반 사무총장도 "모든 관계자들"이 "지체없이" 이양을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런 비판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이집트 외교부는 성명서에서, "외국 세력로부터의 그러한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그것은 이집트 국내 상황을 선동하려는 목적이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우리 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이집트의 일이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집트는 앞으로도 이 지역에서 현대화와 안정의 횃불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집트의 한 정부 관리는 <뉴욕 타임스>에서 "지금부터 권력 이양을 시작하라는 것과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질서있는 이양을 하라고 주문하는 것 사이에는 논리적 모순이 있다. 무바라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책임은 권력을 질서있게 평화적으로 이양하는 것이다. 우리는 권력의 공백을 일으킬만한 상황을 만들 수 없다"며 미국의 입장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는 또한 이집트 정부가 "백악관이 지금의 상황을 운영하는 방식에 심각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해, 무바라크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의 대 이집트 행보에 불만을 갖고있음을 나타냈다.

반면, 백악관은 친 무바라크 세력에 의한 폭력 사태에 불쾌감을 감추지 않는 동시에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한 압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2일(미국 현지시각)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집트 국민들은 각료 임명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들은 연설을 듣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들의 정부에 의한 구체적인 행동을 보고 싶어한다. 그리고 나는 세계도 그것을 기다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행돼야 할 개혁이 있다. 대화의 과정에 참여해야 할 반대세력이 있다"고 덧붙여, 무바라크 대통령이 그의 반대 세력과 곧 대화를 시작, 권력 이양을 시작해야 한다는 미 행정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반 무바라크 세력을 이끌고 있는 엘바라데이 전 IAEA 사무총장은 성명서를 통해, "지금의 참극을 중단시키기 위해" 이라크 군의 확실한 개입이 요구된다고 그의 입장을 밝혔다.

한편, 튀니지에서 시작돼 벤 알리 대통령을 축출했고,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의 재선까지 막은 혁명의 불길은 예멘으로도 퍼진 상황이다.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은 2일, 2013년에 물러날 것이며, 자신의 아들을 후계자로 삼지 않을 것이라고 예멘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또한 1일 요르단의 왕 압둘라 2세는 그의 정부를 해산하고 새로운 수상을 임명한 바 있다. 현재 시리아에서도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시위를 요구하는 활동이 활발히 이뤄져왔다.


태그:#이집트, #무바락 대통령, #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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