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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를 잊지 마세요> 겉그림
<우리를 잊지 마세요> 겉그림 ⓒ 우리교육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해 5월, 1시간에 3종, 하루에 130종의 생물이 지구에서 멸종하고 있다. 1970년부터 2006년까지 지구상에 서식하는 생물종의 31%가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1970년~1995년 사이에 무려 380종의 식물이 멸종했다는 보고도 있다.

생물들이 이처럼 급속하게 멸종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개발로 인한 삶의 터전 파괴가 큰 문제라고 한다.

덩치가 커서 크게 위협이 되는 천적이 없는 코끼리가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가장 큰 이유도 환경 개발에 따른 목초지 파괴와 상아를 노린 밀렵 때문. 1980년대만 해도 120만 마리였던 코끼리가 10년 만에 50여만 마리로 줄었는데, 지금도 해마다 2만여 마리의 코끼리들이 밀렵과 마구잡이 개발로 인한 보금자리 파괴로 죽어간단다.

동물들의 불행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우리를 잊지 마세요>(우리교육 펴냄)는 인간들의 이기와 오만으로 버림받거나 희생된 개와 코끼리, 펭귄과 너구리, 닭과 같은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동물들이 처한 위험한 현실'을 알리는 책이다.

털 없는 원숭이들은 밧줄로 날 세게 묶더니 철로 된 우리에 집어넣었어. 그리고 두꺼운 천을 덮어 씌웠지.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또렷이 들렸어.

잘 봤지? 새끼 코뿔소나 새끼 코끼리를 산채로 잡으려면 그 어미를 먼저 죽여야 해. 모성애가 강한 놈들이라 미리 처치하지 않으면 골치 아파"

"어미도 산채로 잡았다면 비싸게 팔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요!"

"죽은 코끼리도 돈이 되는 거 몰라? 귀로는 탁자를, 다리로는 우산꽂이를 만들 수 있지. 고기도 시장에 내다 팔면 되고. 가장 짭짤한 돈벌이가 되는 건 하얗고 긴 상아야. 살아 날뛰는 코끼리의 상아를 무슨 수로 뽑겠어? 어차피 저 어미는 죽을 목숨이었어. 도끼랑 칼 잘 챙겼지? 이제 상아를 뽑으러 가자고" - <우리를 잊지 마세요> 중에서

어미코끼리와 함께 먹이를 찾다가 혼자서도 무엇인가를 충분하게 해낼 수 있을 거란 우쭐한 호기심으로 어미를 잠시 벗어난 아기코끼리는, 털 없는 원숭이(인간)에게 사냥되어 서커스단과 동물원을 전전하다가 우울증으로 죽게 된다.

책 속 아기코끼리에 의하면 야생에서 살다가 동물원 등의 우리에 갇혀 살아야만 하는 동물들은 우울증에 걸리기 예사란다. 침팬지나 고릴라, 코끼리처럼 가족들이 무리지어 살아가는 동물의 경우 사냥되어 혼자 떨어질 경우 우울증에 걸릴 확률은 더욱 높단다.

밀렵 다음으로 다루는 것은 은수라는 아이의 열한 살 생일날 선물이 되어 은수와 만나 사랑을 받다가 버려진 '파도'라는 개를 통해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유기견 문제.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통계에 따르면 2008년도 유기견수는 약 5만1000마리란다. 하루 140마리 정도가 주인을 잃거나 버려지는 것이다.

급작스런 사고나 주의 소홀로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유기견의 가장 큰 문제와 비애는  책 속 '파도'라는 개처럼 귀엽다고 덜컥 샀다가 어느 정도 자라거나 하면 키우기 힘들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개들이 점점 갈수록 더욱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버려진 개들은 어떻게 살게 될까? 사람 손에 길들여진 개가 홀로 세상을 살아가는 건 쉽지 않아. 굶주림과 병을 이겨 내지 못하거나 차에 치어 목숨을 잃게 되는 일도 많거든. 개는 보통 10년에서 15년 정도 살지만, 유기견 가운데 평균 수명을 온전히 채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어. 구조되어 보호소로 옮겨지는 녀석들은 그나마 운 좋은 편이지만, 보호소도 집이 되지는 못해. 보호소에 열흘밖에 머물 수 없거든. 아주 가끔 듣는 능력이 뛰어나고, 성격이 밝고 쾌활한 개들은 청각도우미견으로 뽑히기도 한단다.…하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단다. 보호소에 있는 동안 주인이 찾아가거나 새로운 주인을 만나 다시 사람 품으로 돌아가는 개는 열 마리 가운데 한두 마리 뿐이야. 그런 경우에도 갑작스레 버림받은 충격, 유기견으로 겪은 일들 때문에 얻은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모든 동물에게는 감정이 있기 때문이야. - 책에서

보호소에서마저 주인을 만나지 못한 개들은 어떻게 될까? 정해진 날짜까지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주사를 놓아 죽인다. 책 속 주인공 파도는 보호소의 개들 사이에 '저승사자'로 불리는 김선생의 손을 벗어나 가까스로 보호소를 탈출하지만 굶주림으로 길거리를 떠돌던 중 먹이를 내미는 친절한(?) 사람에게 다시 잡혀 더욱 끔찍한 상황을 맞게 된다.

그런데 주사로라도 보호소에서 숨을 거두는 개들은 그나마 나은 편인지도 모르겠다. '파도'처럼 굶주림으로 길거리를 헤매다가 식용견으로 잡혀가는 개들도 많기 때문이다.

책은 '애완동물'이란 용어 대신 '인생을 함께 한다'는 뜻의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는 요즘, 이런저런 이유들로 더욱 많이 버려지고 있는 유기견들이 겪는 고통과 공포, 유기견들의 실태 등을 유기견 '파도'를 통해 들려준다.

 동물보호시민단체가 발행하는 동물보호 무크지 <숨> 1·2권 겉그림
동물보호시민단체가 발행하는 동물보호 무크지 <숨> 1·2권 겉그림 ⓒ KARA


"사람이라는 동물과 사람 아닌 동물은 그물처럼 얽혀 살아가는 한 가족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사람 때문에 동물들이 많이 아파하며 살고 있어요. 사람과 동물의 관계 때문에 동물이 고통스럽다면, 그 한 편에 서 있는 사람은 행복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동물과 함께 살아가면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고 그들을 잊곤 해요. 이 책 <우리를 잊지 마세요>를 읽으면, 그들을 볼 수 있어요. 아름답고 착한 동물들이 여러분 마음에 살게 될 거에요."
- 동물보호 무크 <숨>(KARA) 편집인 효진

추천글을 쓴 <숨>(동물보호시민단체 KARA) 편집인 효진은 <오마이뉴스>에 '미국산 쇠고기를 거부할 수밖에 없는 이유', '고양이 불태워 죽여도 겨우 벌금 20만 원?' '개를 개답게 키운다는 것의 의미' 등과 같은 동물 문제 관련 기사들을 주로 쓰고 있는 김효진 시민기자이다.

내가 동물에 대해 느끼는 애정은, 키우고 싶어 일부러 사기보다는 누군가 집에서 기른 개가 낳은 새끼라며 키워보라며 분양해주면 반갑게 받아 키우는 정도지만, 동물들의 숨통을 조이는 무분별한 개발과 대량사육 등을 적극 반대하는 입장인지라, KARA의 <숨> 발행과 관련 활동들을 응원하는 터라 더욱 반갑게 읽은 책이기도 하다.

밀렵과 유기견 문제 외에도 구제역이나 조류독감과 같은 가축전염병의 한 원인이 되는 대량사육, 지구온난화로 멸종위기에 처한 펭귄, 유기견처럼 우리 주변에서 쉽고 흔하게 볼 수 있는 로드킬, 인간들의 발전을 위한 도구로 쓰이는 실험동물 등의 문제들을 다룬다.

인간에게 버림받거나 희생당한 동물들의 사연을 동화처럼 쓴 여섯 꼭지 이야기 끝마다 관련 문제를 심층취재·정리한 '한걸음 더'란 글들을 더했는지라 아이들이 동화책을 읽는 재미와 동물들이 처한 현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기획한 설득력 높은 책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무게 있는 주제들을 메시지 강하게 다루고 있기에 읽은 후 여운이 깊게 남는다'는 표현도 걸맞을 것 같다.

지난해 12월, '캣쏘우(Catsaw)'란 누리꾼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게 고양이를 학대한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최근 개를 훔친 뒤 학대하고 도살한 고교생 2명이 특수절도 및 동물학대 혐의로 구속되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들은 왜 동물을 이처럼 잔인하게 학대했을까? 우리가 값싸고 쉽게 사먹는 닭은 어떻게 길러져 우리에게 오는 걸까?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극지방에 사는 펭귄과 북극곰의 멸종을 우리는 왜 걱정해야 하는 걸까? <우리를 잊지 마세요>는 인간과 동물, 가장 바람직한 공존을 생각하게 한다.

덧붙이는 글 | <우리를 잊지 마세요>|정연숙(지은이)|이선주(그림)|우리교육|2010-12-20|값:9,800원



우리를 잊지 마세요 - 버림받고 잊혀진 동물들 이야기

정연숙 지음, 이선주 그림, 우리교육(2010)


#동물보호#유기견#멸종동물#<숨>(KARA)#우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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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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