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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11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아이덴티티 크론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석 엔스퍼트 대표가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8일 오전 11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아이덴티티 크론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석 엔스퍼트 대표가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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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드야? 아이덴티티 탭이야?

지난해 4월 이석채 KT 회장이 스마트폰 '쇼옴니아'를 두고 아버지(삼성전자)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에 비유해 화제가 됐다. 이와 반대로 한 중소기업은 KT를 통해 자사 태블릿을 판매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감추는 '설움'을 당해야 했다.

'아이덴티티탭' 대신 'K패드'라 불린 사연

지난해 8월 중소 벤처기업인 엔스퍼트(대표 이창석)가 삼성전자 갤럭시탭보다 앞서 국내 첫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태블릿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 제품은 KT 와이브로 번들 상품으로 판매되면서 '아이덴티티탭'이란 고유 브랜드 대신 'K패드'로 불려야 했다. (관련기사: "아이패드 상대 아냐"... 몸 낮춘 7인치 태블릿)

당시 아이덴티티탭을 선보인 엔스퍼트가 8일 업그레이드 모델인 '아이덴티티 크론(E300시리즈)'을 발표하면서 잃어버린 '정체성(아이덴티티)' 찾기에 나섰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창석 대표는 "중소기업으로써 태블릿 만들기가 어렵다"면서 "우리나라도 대만 HTC 같은 기업이 나와야 한다"면서 그간 고충을 토로했다. 이 대표는 아이덴티티탭이 'K패드'로 불리고 통신사 요구에 따라 제품 사양을 낮춰야 했던 아쉬움도 털어놨다.

한 기자가 "KT는 아이덴티티탭이란 브랜드를 감추고 K패드란 이름으로 보급형 마케팅을 했다"면서 "제조사는 '미드하이(중고가 제품)'를 지향하지만 이통사에서 제품 보급을 위해 저가형을 자기 브랜드로 내놓는 걸 선호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이 대표는 "맞다, 속시원한 말씀이다"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창석 대표는 "통신사에서 보급형을 원하다보니 '스펙 다운'돼 안타까운 부분이 있었다"면서 "회사 인지도가 없다보니 (KT에선) 'K패드'를 계속 쓰자고 했고 우린 3~4년 뒤 큰 브랜드가 되려고 (아이덴티티 브랜드를) 알려나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소비자들이 좋은 제품에 대한 욕구가 커져 KT도 가격과 무관하게 좋은 제품을 만들자는 정책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스펙'은 갤럭시탭 근접... '허니콤' 나오는데 '프로요' 뒷북 

엔스퍼트에서 8일 공개한 안드로이드 태블릿 아이덴티티 크론
 엔스퍼트에서 8일 공개한 안드로이드 태블릿 아이덴티티 크론
ⓒ 엔스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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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스퍼트가 이날 선보인 '아이덴티티 크론'은 3G(WCDMA) 통신 기능만 없을 뿐 기본 사양은 갤럭시탭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아이덴티티탭과 같은 7인치 액정 화면이지만 해상도를 종전 800×480(WVGA)에서 HD급인 1024×600(WSVGA)으로 높였고 180도 광시야각을 확보했다. 내장 메모리도 8GB에서 16GB로, 배터리 용량도 4000mAh에서 4400mAh로 늘어고, 5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외에 전면에 영상통화용 130만 화소 카메라를 추가했다. 

이밖에 은색뿐 아니라 다양한 색깔을 지원하는 알루미늄 풀 메탈 바디를 채택하면서 두께(14.6→12.95mm)와 무게(445→415g)도 조금 줄였고 모서리 두께는 4mm로 얇게 만들어 손에 잡기 편하게 만들었다. 또 듀얼 DMB를 탑재해 두 개 TV 채널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와이파이 전용 버전은 오는 22일 출시 예정이며 가격은 50만 원대 후반이다. 엔스퍼트는 4월 초 KT를 통해 와이브로 수신 모델(E302)을 선보이고 SK텔레콤, LGU+ 등 타 통신사업자와도 협의해 와이맥스(와이브로)나 3G 수신 기능이 포함된 모델을 내놓기로 했다.   

"8.9인치 허니콤 태블릿은 7월 이후 출시"

스펙상 갤럭시탭에는 어느 정도 근접했지만 아직 엔스퍼트 태블릿이 갈 길은 멀다. 당장 구글에서 태블릿에 맞춰 설계한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허니콤'(3.0버전)을 채택한 태블릿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스퍼트가 이날 선보인 아이덴티티 크론은 갤럭시탭과 같은 '프로요(2.2버전)'를 채택했다. 앞으로 진저브레드(2.3버전) 업그레이드를 지원할 예정이지만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이미 2월 중 허니콤을 채택한 '모토로라 줌'을 미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고 LG전자와 삼성전자 역시 오는 1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하는 '모바일 월드 콩그래스(MWC2011)'에 새 태블릿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에 이창석 대표는 "허니콤이 등장한 건 한 달도 되지 않았다"면서 "현재 가장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건 프로요 버전이고 진저브레드도 이제 안정화 단계에 있어 3월 말쯤에나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허니콤 제품이 국내에 출시되는 건 5월 말이나 6월 이후가 될 것"이라면서 "우리도 7월쯤 허니콤을 탑재한 8.9인치 태블릿 E400 시리즈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구글에서 제품 인증을 받지 못해 안드로이드 마켓을 이용할 수 없는 것도 약점이다. 삼성전자 갤럭시탭은 지난해 11월 구글 인증 상태에서 제품을 출시했던 반면 이전 모델인 아이덴티티탭은 출시 5개월만인 지난 1월 말쯤에야 구글 CTS(Compatibility Test Suite) 인증을 받았다. 인증 전엔 GMS(구글 모바일 서비스)를 탑재할 수 없어 안드로이드 마켓을 이용할 수 없었고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공급을 통신사(KT 올레마켓)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다. 

이창석 대표는 "아이덴티티탭을 지금까지 6만 5천대 판매했고 해외에서도 기술을 인정받는 등 작은 성공을 자부한다"면서도 "구글 인증이 늦어지면서 마음고생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작년 국내 태블릿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올해 국내 태블릿 시장은 400~450만 대, 보수적으로는 200만 대 정도 예상하고 있고 우리 판매 목표는 50만 대 정도"라고 밝혔다.


태그:#태블릿, #엔스퍼트, #갤럭시탭, #아이덴티티 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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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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