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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나 카잔차키스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은 충격적이었다. 예수와 마리아의 관계를 성적인 관능미로 채우고 있는 까닭이다. 그래서 상당수의 크리스천들이 항의를 했다. 왜 그들은 예수와 마리아의 관계를 그렇게 그려냈을까?

 

그들은 예수의 신성보다도 인성에 집착했기 때문일까? 이른바 희로애락에 집중한 예수의 모습 말이다. 아니면 그들이 지극히 냉철한 지성인인 까닭일까? 성경의 사복음서에 등장하는 마리아가 서로 다른 여인처럼 빚어졌던 탓 말이다.

 

롤랑 위로의 <예수와 마리아 마들렌>은 그녀를 둘러싼 모든 의혹들을 정확하게 해소해 준다. 사실 그녀는 성경에서 갈릴리의 '죄지은 여인'으로, 마르다와 나사로의 동생으로, 예수가 십자가에 처형되는 날과 부활하는 날에 십자가 아래와 무덤에서 예수를 만난 여인으로 등장한다.

 

이를 두고 오늘날 정교회라고 부르는 그리스 교회는 셋이 각기 다른 인물이라고 주장하고, 로마 교회를 중심으로 한 라틴교회는 대부분 동일 인물로 본다. 물론 라틴 교회 안에서도 보쉬에처럼 셋을 다른 인물로 평가하는 이도 있다. 그렇다면 댄 브라운과 카잔차키스는 그리스 정교회의 입장에 선 인물에 가깝지 않을까.

 

그런데 왜 그런 평가로 나뉠까? 무엇보다도 그녀가 값비싼 향유를 부은 장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누가복음에서는 그 무대가 갈릴리였고, 마가복음과 마태복음에는 베다니다. 이를 두고 한 여인이 두 곳에 한꺼번에 나타날 수 없고, 그곳에 나타난 여인은 각기 다른 마리아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롤랑은 그 첫 장소가 갈릴리요, 베다니는 예수의 수난 전의 장소라고 이야기한다. 시간차를 두고 이해하면 그만큼 납득하기 쉽다는 뜻이다.

 

아울러 그는 막달라 마리아의 고향이 갈릴리요, 가난하고 비천한 여인이기보다는 명문가의 배경을 안고 태어난 여인이요, 예수를 따라 점차 예루살렘에 가까운 베다니로 이주했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그녀가 명문가라는 것은 헤롯왕의 청지기 구사의 아내 요안나를 사귀었고, 초대교회의 많은 사람들을 부양하는 능력을 발휘했던 까닭으로 보고 있다.

 

"만약 예수가 실제로 신봉자들을 상대로 성적 쾌락을 좇는 인물이었다면, 예수가 대제사장들에게 재판받을 때 그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되었던 고발자들이 그런 행실을 왜 중요한 죄목으로 언급하지 않았겠는가? 또한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라고 외쳤던 유대인들이 이미 그런 내용을 고발하지 않았겠는가? 만약 예수가 그렇게 통속적인 인물이었다면 대제사장들과 유대 지도자들에게 그렇게까지 위협적인 존재였겠는가?"(178쪽)

 

이는 마리아가 예수의 사생아를 낳았다는 영화 같은 이야기를 꼬집는 부분이다. 그 당시 예수가 그러한 난봉꾼이었다면 산헤드린 법정의 준엄한 잣대를 피할 순 없었을 것이다. 정말로 예수와 마리아 사이에 정분이 났다거나, 사생아를 낳았다면, 그는 당시 종교지도자들의 위협적인 상대는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어떻게 오늘날까지 추앙받을 수 있겠는가.

 

한편 롤랑 위로는 이 책을 통해 위대한 사실을 밝혀낸다. 동정녀 마리아가 예수 탄생의 주역이라면 마리아는 분명 부활 증인의 주역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그녀는 교회 태동의 위대한 산모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오늘날의 교회는 동정녀 마리아와 베드로만 추앙하고 있는 현실이다. 사실 예수의 신성고백도 베드로만 한 게 아니라 그녀도 똑같이 고백했고, 부활한 예수를 제일 먼저 목격한 사람도 바로 그녀다. 더욱이 몇몇 외경에서는 베드로와 똑같은 권위를 그녀에게 부여하고 있지만, 그녀는 언제나 뒷전이다.

 

이유가 뭘까? 무엇보다도 그녀는 성경 속 남성가부장제의 흐름 속에 있었고, 그녀는 예수의 부활승천 이후 프랑스의 항구 도시 마르세유로 유유히 떠난 까닭에 있다. 이른바 땅 끝까지 이르러 복음을 전파하라는 예수의 부름에 그녀만큼 철저히 따른 인물도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교회의 중심 자리에서 그녀가 밀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의 교회 수준도 결코 다르지 않다.


예수와 마리아 마들렌 - 막달라 마리아의 믿음,소망,사랑

롤랑 위로 지음, 강만원 옮김, 창해(2011)


#예수와 마리아#교회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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