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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마루' 오케스트라단이 졸업식장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위미중학교는 전교생이 각각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플롯, 클라리넷 중 1악기를 익히는 활동에 참여하였고, 그 활동이 결실을 맺어 2009년 12월에는 '우미마루'라는 오케스트라단을 창단했다.
▲ '우미마루' 오케스트라단 '우미마루' 오케스트라단이 졸업식장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위미중학교는 전교생이 각각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플롯, 클라리넷 중 1악기를 익히는 활동에 참여하였고, 그 활동이 결실을 맺어 2009년 12월에는 '우미마루'라는 오케스트라단을 창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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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 서귀포시 남원읍 영화박물관 인근에 위치한 금호리조트에는 경찰이 삼엄(?)하게 경비하는 가운데 감미로운 음악소리가 울려 퍼졌다.  연회장에서는 작은 시골중학교의 졸업식이 열리는 상황이라는데, 도내 방송사들은 다퉈가며 현장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금년 38회로 위미중학교(교장 현익부)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위미중학교는 '음악 속에 편지를 띄우는 가족사랑 졸업식'이라는 제목으로 졸업식과 정기연주회를 동시에 준비했다.

위미중학교는 전교생이 각각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플롯, 클라리넷 중 1악기를 익히는 활동에 참여하였고, 그 활동이 결실을 맺어 2009년 12월에는 '우미마루'라는 오케스트라단을 창단했다. 우미마루는 위미(爲美)마을의 17세기 이전 지명인 '우미(又尾)'라는 고유명사와 공동체라는 뜻을 지닌 '마루'라는 일반명사의 합성어다. 우미마루 오케스트라단이 정기연주회를 여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객석에서는 졸업생들과 학부모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객석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객석에서는 졸업생들과 학부모들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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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총 4부로 나눠 다양하게 진행됐다. 우선 제 1부 행사는 학교에서 진행되었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선생님과 마지막 종례를 가진 후, 정든 교정과의 작별의 아쉬움을 나눴다. 그리고 이어지는 행사를 위해 학생들은 준비된 버스를 타고 금호리조트로 이동했다.

2부 행사는 우미마루 오케스트라단의 연주로 이어졌다. 위미중학교 1학년(38명)과 2학년(36명) 전원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단은 양성은 선생님의 지휘에 맞춰 젓가락 행진곡, 성자의 행진, 마지막 왈쯔(The Last Walts), 환희의 송가 등의 서양음악과 , 고향의 봄, 신 아라랑 등 우리 노래를 차례로 연주했다. 관람석에 앉은 졸업생들, 학부모들, 마을 주민들은 큰 박수로 연주에 화답했다.

학부모들이 졸업생 가슴에 꽃을 달아주고 있다.
▲ 꽃달기 학부모들이 졸업생 가슴에 꽃을 달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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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행사에서는 졸업생들에게 졸업장과 상장이 수여되었다. 졸업장과 상장이 수여되기 전에 졸업생 44명이 동영상으로 소개되기도 했고, 부모님들이 졸업하는 자녀들 가슴에 꽃을 달아주기도 했다. 학생들을 소개하는 동영상은 학생들에게 3년간 영어를 가르쳐온 원어민 교사 러스크(Ms. Rusk) 선생님이 학생들과 함께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학생들 면면을 소개하는 영상이 화면에 비칠 때 마다 객석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학생들 개개인에게 졸업장을 나눠 준 후, 상장이 수여되었다. 졸업생이 44명인데, 상장은  120여장이다. 학교장, 운영위원장, 어머니회장, 총동창회장 등이 주는 교내상 외에도 도지사, 서귀포시장, 남원읍장, 제주도교육감, 마을리장, 마을 부녀회장, 마을 청년회, 대한적십자사총재, 마을신협 이사장 등을 포함한 수많은 외부 인사들이 상장을 보내왔다.

졸업생 44명을 소개하는 동영상이 제작되어 상영되었다.
▲ 동영상 졸업생 44명을 소개하는 동영상이 제작되어 상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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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익부 교장선생님이 졸업생들에게 졸업장을 나눠주고 있다.
▲ 졸업장 수여 현익부 교장선생님이 졸업생들에게 졸업장을 나눠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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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학생들에게 파격적인 선물보따리를 들고 온 손님들이 있었다. 현명근 기자 장학회를 대표해서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내려온 유원중 한국방송공사(KBS) 기자협회장과 위미농협을 대표해서 행사에 참석한 오동옥 조합장이 그들.

유원종 기자협회장은 장학금을 지금하고 나서 학생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유기자가 남긴 말이다.

"현명근 기자는 제 1년 선배이. 모든 일에 열정이 넘치는 기자라서 제가 아주 좋아하는 선배였습니다. 그 열정이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했는데, 여러분들을 보니까 '이 지역의 분위기가 현선배의 열정을 키워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열정을 잃지 말고 행복한 인생을 이끌어 가시길 바랍니다."

위미농협 오동옥 조합장이 졸업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위미농협은 해당 지역 졸업생 전원에게 해마다 장학금 20만원씩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 위미농협 장학금 지급 위미농협 오동옥 조합장이 졸업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위미농협은 해당 지역 졸업생 전원에게 해마다 장학금 20만원씩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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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종 KBS 기자협회장이 현명근 기자 장학회를 대표해서 졸업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 유원중 kbs기자협회장 유원종 KBS 기자협회장이 현명근 기자 장학회를 대표해서 졸업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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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미농협이 위미중학교 졸업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건 올해가 처음이다. 위미농협은 과할지역인 위미리, 신례리, 하례리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 졸업장학금으로 개인당 20만원씩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오동옥 조합장은  필자와의 통화에서 "해마다 농촌의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데다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농촌 중학교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서, 농협이 지역학교를 활성화시키는데 도움을 드리고자 이사회에서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4부에서는 졸업생들과 학부모간의 감사의 마음을 주고받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우선 졸업생들이 부모님들에게 '어머니(Mother of mine 빌 파킨슨이 작곡)'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마구 놀던 어린 시절 종아리 걷어 꾸짖으사, 사랑 속에 나의 가슴 정의로 가득 찼네."

노래의 가사가 전해지는 동안 장내가 잠시 숙연해졌다. 학생들이 합창이 끝나자 부모님들이 합창이 이어졌다. 위미중학교 어머니회 회원들로 구성된 합창단원들은 '우리는 하나(최종혁이 작곡)'로 학생들의 노래에 화답했다.

졸업생들과 학부모들이 노래로 서로의 마음을 교환했다.
▲ 합창 졸업생들과 학부모들이 노래로 서로의 마음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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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끝난 뒤, 졸업생들과 부모님들은 다시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졸업생 오승남군은 보모님께 드리는 편지에서 "그간 속을 상하게 해서 죄송하며, 앞으로 꿈을 펼치기 위해, 그리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도 노력하겠다"며 포부를 밝힌 뒤, 그동안 사랑해줘서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

학부모를 대표해서는 졸업생 강군도 학생의 어머니인 현정여씨가 준비한 편지를 읽었다.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되 진실을 가려낼 수 있는 지혜와 선한 것만 가슴에 담아두는 사람이 되도록 가르쳐 주십시오."

현정여씨는 아브라함 링컨이 선생님께 보낸 편지의 내용을 인용하며, 아이들에게 지혜롭고 정의로운 사람으로 자라줄 것을 당부했다.

농촌의 인구가 갈수록 줄어가는 상황에다, 진학에 적합한 환경을 찾아 자녀를 도시에 있는 학교로 진학시키는 부모가 늘어나면서, 농촌학교는 갈수록 그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위미중학교만 해도 2009년 62명, 2010년 55명에 이어 금년 44명으로 해마다 졸업생이 감소하고 있다. 농촌학교에 대한 냉소적인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 학교의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지역 주민들과 '작당'해 일으킨 '반란'이 이후 지역에 어떤 울림으로 다가올 지 지켜볼 일이다.

최근 당국이 졸업식 폭력 뒤풀이에 대해서는 엄벌에 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전국 졸업식장에 경찰병력을 배치하고 있다. 이날 위미중학교 졸업식장 주변에도 경찰과 방범대원들은 혹시 있을 지도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지만 오후 내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졸업식에는 '폭력'이 개입할 틈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명근 기자 장학회
현명근 기자는 위미중학교 졸업생으로 1999년 9월 산악인 엄홍길씨와 함께 히말라야 캉첸중카(해발 8586미터) 봉우리를 오르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당시 KBS는 22명의 취재진을 파견해서 뉴밀레니엄 기획 프로그램으로 히말라야 캉첸중가봉 등반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현명근 기자 장학회는 현기자의 기자정신을 기리기 위해 해마다 위미중학교에 2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한다.  졸업생 4명에게 각 30만원씩, 그리고 재학생 4명에게 각 20만원씩 지급된다. 기금은 KBS기자협회 회비에서 충당하고, 해마다 위미중학교 졸업식에 기자협회장이 참여하여 장학금을 전달한다.


태그:#졸업식, #위미중학교, #현명근 기자 장학회, #우미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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