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웩 더 독'(Wag the Dog)이라는 말이 있다. 꼬리가 개를 흔든다는 뜻이다. 개가 꼬리를 흔들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꼬리가 개를 흔들면 어떻게 될까? 물론 비정상이다. 주객전도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표현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흔드는 현상을 말한다고 하고, 현직 대통령의 캠프에서 온갖 허위정보를 흘려서 대통령선거판을 뒤흔드는 내용의 동명의 영화로도 유명하다.
최근 외국 영주권자들도 국내 거소신고를 하면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를 할 수 있다는 공직선거법 내용이 알려지면서 여야간에 작은 소란이 일고 있다.
2009년 선거법 개정 당시 외국 영주권자들에게는 국회의원 선거시에 정당투표만을 허용하고 지역구 투표권은 주지 않기로 여야간에 합의를 했는데, 어떤 경위로 이러한 내용이 들어갔는지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여기서 꼬리가 개를 두 번 흔드는 모습을 본다.
국회는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구성한다. 우리나라 헌법 41조 1항의 내용이다. 보통선거가 무엇인가? 신분, 직업, 성별, 지역 등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을 주어야 한다는 민주주의 선거의 대원칙이다.
2007년 6월 헌법재판소는 재외국민에게 대통령 및 국회의원 투표를 허용하지 않고 있던 당시의 공직선거법은 보통선거의 원칙에 위배한 것으로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고, 2008년말을 시한으로 법을 개정할 의무를 국회에 부과했다. 위헌인 공직선거법에 의거하여 선출된 국회도 또한 위헌이므로 선거법을 개정할 자격조차 없다고 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현행법상 법을 개정할 수 있는 기관은 국회밖에 없으므로 국회가 법 개정을 담당하되, 다만 이 경우에는 입법기관으로서 갖는 입법형성권은 축소되고, 선거법의 위헌성을 제거하는 정도의 권한만을 가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국회는 어떻게 했는가? 국회는 이 시한을 넘긴 2009년 2월에야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면서, 외국의 영주권자인 재외국민에게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뽑는 정당투표만을 허용하고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권은 다시 박탈해버렸다. 보통선거의 원칙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했던 것이다. 과연 꼬리가 개를 흔든 것이다.
이때 국회의원들이 이렇게 다시 위헌적으로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면서 말한 논리가 해괴하다. 외국에 거주하는 국민들은 지역구 사정에 밝지 못하다는 것이다. 지구 반대편의 민주화 시위 소식이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중계되는 시대라는 것은 접어두고라도, 국회의원이 어디 지역대표인가?
국회의원들이 주로 지역구 민원이나 들어주고 선심성 예산이나 확보하는 데 주력하다 보니까 이제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라는 대의조차 망각한 모양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며, 지역구는 국민의 의사를 골고루 대변할 수 있도록 국회를 구성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또 한번 꼬리가 개를 흔드는 모습이다.
재외국민 선거권의 회복을 위해 평생 노력했던 재일동포 2세 이건우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기뻐할 틈도 없이 투표권 행사는커녕 법 개정도 보지 못하고 병사하고 말았다.
2009년 5월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다시 낼 때는 그래서 그 딸들이 청구인이 되었다. 지난번의 헌법소원에 대해 신속한 결정을 하지 않아서 또 4~5년을 허비하게 만들었던 헌재는 헌법소원을 낸지 1년 9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냥 '심리중'이다. 그래도 아직 내년 총선, 대선까지는 시간이 있다. 헌재가 이번에는 제발 신속한 결정을 내서 꼬리가 또다시 개를 흔들지 못하도록 막아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정지석 기자는 재외국민 선거권 위헌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변호사이며, 이 기사는 한겨레신문에도 기고하였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