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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의 젖줄기 메콩강. 라오스, 버마 그리고 태국을 갈라 놓고 있다.
 동남아의 젖줄기 메콩강. 라오스, 버마 그리고 태국을 갈라 놓고 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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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라이(Chiang Rai)를 떠나 많이 들어왔던 골든트라이앵글로 향한다. 버마, 라오스 그리고 태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마약으로 유명했던 도시다. 아내는 사진에서만 보아온 목이 길다는 원주민이 매살롱녹(Mae Salong Nok)이라는 동네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우리는 먼저 매살롱녹에 들려 목이 긴 부족을 본 후에 골든트라이앵글로 가기로 했다. 일단, 지도책에 그려진 노란색으로 표시된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운전한다.   

어제 저녁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치앙라이를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것이 아쉬워 가는 길에 대학을 들렸다. 넓은 대지에 큰 호수와 잘 어울리게 지은 대학건물이 인상적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살리려는 것일까? 태국 사람들이 숭배하는 코끼리 동상에도 산타클로스 모자가 씌어 있다. 태국 사람이 믿는 종교는 다른 종교에 대한 포용력이 넓다는 생각을 해본다. 기독교인이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불상의 목을 자르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신앙인들과 비교된다. 

태국 사람이 섬기는 코끼리에 산타 클로스 모자를 씌우면서 성탄절을 축하하고 있다.
 태국 사람이 섬기는 코끼리에 산타 클로스 모자를 씌우면서 성탄절을 축하하고 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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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를 나와 다시 길을 떠난다. 도로는 잘 닦여 있다. 자동차들은 제각각 속도를 내며 도로를 질주한다. 엄청난 속도로 옆을 지나가는 자동차가 있는가 하면 짐칸에 사람을 가득 태우고 천천히 달리는 자동차도 있다. 자동차에 인원 제한도 없으며 속도 제한도 없는 모양이다. 도로 어디에도 속도 제한 표시는 찾아볼 수가 없다. 운전하기에 편한 속도를 유지하며 속도계기판을 무시하고 운전한다. 남에게 간섭받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런지 속도 제한 표시판이 없으니 평소보다 편하고 안전한 운전을 한다는 생각을 한다.  

태국에서는 짐칸에 많은 사람이 타고 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태국에서는 짐칸에 많은 사람이 타고 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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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살롱녹(Mae Salong Nok)이라는 동네로 가는 길은 산을 넘어가는 길이다. 높은 산을 깎아 만든 구불거리는 도로를 끊임없이 운전한다. 산 정상에 올라왔으니 다 왔다는 생각을 하면 곧 또 다른 산이 나오기를 셀 수 없이 하며 가파른 언덕길을 돌고 돌며 운전해야 하는 길이다. 자동차도 쉴 겸 산 위에서 사진도 찍을 겸 중간 중간 자동차를 세우며 운전을 한다.

돌고 돌아 올라가는 산길,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돌고 돌아 올라가는 산길,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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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을 운전하다 만난 일가족. 표정이 참 밝다.
 산속을 운전하다 만난 일가족. 표정이 참 밝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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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매살롱녹(Mae Salong Nok)이라는 동네에 들어섰다. 원주민 특유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물건을 파느라 북적이는 동네다. 우리 시골 장터를 생각나게 한다. 특이한 것은 원주민들이 주고받는 말을 자세히 들으니 중국어로 말을 하고 있다. 가게나 집 앞에는 한자로 쓰인 등이나 글로 신년을 축하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중국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태국에 있는지 중국에 와 있는지 헷갈릴 정도다.

파는 물건은 이곳 토산품과 장신구들이 대부분이다. 가장 많이 파는 것은 차(tea)다. 고산에서 차가 잘 자라는지 이곳에서는 꽤 큰 규모의 차 농사를 짓고 있다. 조금 더 내려가 차 농사짓는 곳을 찾았다. 주로 원주민들이 차를 따서 광주리에 담는다. 난생처음 넓은 들에서 차 농사짓는 것을 본다. 매살롱녹에 목이 긴 원주민이 사는 줄 알고 왔다가 허탕을 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다른 구경은 잘했다.

높은 산속에서 중국어를 사용하며 사는 부족
 높은 산속에서 중국어를 사용하며 사는 부족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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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에서 차를 재배하고 있다.아마도 예전에는 양귀비를 재배하였을 것이라 상상해 본다.
 고산에서 차를 재배하고 있다.아마도 예전에는 양귀비를 재배하였을 것이라 상상해 본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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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핸들을 돌려 우리의 목적지 골든트라이앵글로 향한다. 조그마한 자동차가 잘 견뎌주어 구불구불 어렵게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간다. 이제는 동쪽으로 달려 라오스 국경까지 가야 하는 길이다. 높은 산속 풍경을 즐기며 돌고 도는 도로를 따라 운전을 즐긴다.

처음에 만난 도시는 치앙샌(Chiang Saen)이라는 라오스와 국경을 하고 맞대고 있는 오래된 도시다. 관광안내소가 있어 들렸다. 오래된 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특별한 볼거리는 없다. 전쟁의 역사를 알고 있을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부서진 성과 함께 서 있을 뿐이다. 안내소에는 이곳에서 일하는 대학생 나이 또래의 여자 둘이서 인터넷을 즐기고 있다. 나도 오랜만에 노트북을 꺼내 놓고 이곳에서 일하는 아가씨가 친절하게 알려준 암호를 받아 무선 인터넷을 즐긴다.

치앙샌에서 골든트라이앵글까지는 가까운 거리다. 강가에는 배로 골든트라이앵글로 가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여유를 갖고 천천히 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외국인이 많이 뜨이며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곳에도 예외 없이 경치 좋은 강 옆에는 절이 있다. 규모가 꽤 큰 절이다.

숙소를 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지 규모가 큰 좋은 호텔도 서너 개 있으며 숙박료도 제법 비싸다. 새로 호텔을 짓는 것도 눈에 뜨인다. 우리는 강 옆에 새로 지은 자그마한 숙소에 짐을 푼다. 바로 코앞에 메콩강이 흐르고 가격도 저렴하다. 새로 지은 호텔이라 그런지 일하는 아가씨들에게서 상업적인 냄새도 나지 않는다.    

짐을 풀고 말로만 듣던 골든트라이앵글을 거닌다. 거리는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이민국이라는 간판이 붙은 건물도 있다. 관광객들은 배를 타고 메콩강 관광을 하는가 하면 배를 타고 라오스로 넘어가는 관광객도 있다. 자동차로 지나쳤던 절에 들려 메콩강을 내려본다. 메콩강은 중국에서 시작해 캄보디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을 거쳐 바다로 빠지는 강이다. 동남아의 많은 사람이 메콩강에 의지해 농사짓고 고기 잡으며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동남아의 젖줄기이다.

힌두의 영향을 받아서인가? 태국에는 코끼리 동상이 많다.
 힌두의 영향을 받아서인가? 태국에는 코끼리 동상이 많다.
ⓒ 이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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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보니 아편박물관(Opium Museum)이라는 간판이 있다. 들어가 보았다. 아편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 전시되어 있다. '양귀비'라는 이름의 유래로부터 양귀비 재배하는 법, 아편의 역사 등이 전시되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아편의 약효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는 점이다. 이곳에서 재배하고 많은 사람이 즐겼던 아편이 사라진 곳에 세워진 아편박물관에서는 그들만의 아편에 대한 긍정적인 소리를 자그마하게 내고 있다. 가능하다면 아편 한 번 피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쿤사'라는 장군이 자신의 부족 해방을 위해 양귀비를 재배했던 골든트라이앵글, 한때는 세계 아편의 60-80퍼센트 이상이 이곳에서 공급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따라서 '쿤사'는 마약왕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이곳 아편박물관에서는 자신의 부족을 위한 독립군으로 재평가가 이루어 져야 한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

악과 선이라는 것도 어느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본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보는 시선이 있는가 하면 북한이야말로 고구려의 정신을 간직하고 있다는 시선이 있는 것처럼...

아편 생산의 중심지에 있는 아편 박물관
 아편 생산의 중심지에 있는 아편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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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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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에서 300km 정도 북쪽에 있는 바닷가 마을에서 은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호주 여행과 시골 삶을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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