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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사측이 정리해고와 직장폐쇄가 단행해 노사가 극한 대결을 보이는 속에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당·민주노동당·진보신당 부산시당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공권력 투입 여부에 관심이 높은 속에, 영도조선소 안팎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진중공업 사측은 14일 정리해고와 함께 영도조선소, 다대포조선소, 울산조선소에 대해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한진중 사측은 "크레인 고공농성과 생활관 숙식투쟁 등으로 도저히 공장을 정상 가동할 수 없어 직장폐쇄를 했다"고 밝혔다.

사측은 이날 오전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노동위원회, 각 구청에 직장폐쇄 신고서를 낸 뒤 조합원들에게 "현장에서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항의하기도 했으며, 영도조선소 본관 앞에 세워져 있는 버스 유리창이 파손을 입기도 했다.

영도조선소 정문은 노동조합 사수대가 지키고 있다. 사측은 용역경비원 투입 계획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돌 가능성이 높다.

한진중공업 사측이 14일 정리해고와 직장폐쇄를 단행한 가운데, 노동자들이 고공농성 중인 크레인 아래에서 집회를 열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40일째 85호 크레인(왼쪽)에서, 문철상 지부장과 채길용 지회장은 14일 새벽 17호 크레인(오른쪽)에 올라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진중공업 사측이 14일 정리해고와 직장폐쇄를 단행한 가운데, 노동자들이 고공농성 중인 크레인 아래에서 집회를 열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40일째 85호 크레인(왼쪽)에서, 문철상 지부장과 채길용 지회장은 14일 새벽 17호 크레인(오른쪽)에 올라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유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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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미터 사이 두 개 크레인, 3명 노동자 고공농성

2개 크레인에서 3명의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문철상 부산양산지부장과 채길용 한진중공업지회장은 14일 새벽 5시경 50m 높이 'CT-17 타워 크레인'에 올라가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한진중공업 해고자인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난 1월 6일 혼자 35m 높이의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40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85호 크레인은 2003년 고 김주익 지회장이 129일간 농성을 벌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곳이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최근 제대로 먹지 못해 건강 상태가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 지부장과 채 지회장이 고공농성에 들어간 뒤 조합원 600여 명은 이날 오전 9시경 눈이 오는 속에 17호 크레인 아래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어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이날 오후 결의대회를 갖기도 했다.

이날 문철상 지부장은 마이크를 통해 "직장폐쇄는 이미 예견했던 것이고, 회사의 치졸한 쟁의방법이다"며 "조합원들이 똘똘 뭉친다면, 정리해고를 반드시 철회할 수있다"고 말했다.

채길용 지회장은 "2월 14일을 분명히 기억하자, 해고되는 날이 아니라 살기 위해 새로운 투쟁을 시작하는 날이다"고 강조하고 "끝장 투쟁이다. 회사가 정리해고를 철회하지 않는한 크레인에서 결코 내려가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밝혔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17호 크레인에서 200m 가량 떨어진 85호 크레인으로 이동해 집회를 가졌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오늘 밸런타인데이다, 정리해고 통보된 조합원과 하청 여성노동자의 자녀인 초등학생들로부터 초콜릿을 받았다. 이 아이들의 부모가 계속 한진중공업에서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같이 힘을 합쳐 싸우자"고 호소했다.

노동조합 "합법적인 투쟁을 해왔다"

직장폐쇄에 대해,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파업은 2009년부터 시작된 임금인상과 단체협약갱신 투쟁과정에서 발생한 합법적인 투쟁"이라며 "오히려 한진중공업이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노조법상의 단체교섭을 위반하여 교섭 때마다 '구조조정과 인력감축, 정리해고'를 주장하며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이끌어 왔다"고 주장했다.

또 노조 지회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파업투쟁을 지키기 위해 회사의 용역투입과 공권력투입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16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한진중공업에 공권력이 투입될 시 총파업을 벌이며 결사투쟁할 것"이라는 내용의 특별 결의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본부는 공권력 투입을 저지하기 위해 영도조선소 정문 밖 인도를 따라 천막을 쳤다.

14일 오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17호 크레인 아래서 집회하고 있다. 50m 높이의 운전석 부근에 청색 천막이 보인다.
 14일 오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17호 크레인 아래서 집회하고 있다. 50m 높이의 운전석 부근에 청색 천막이 보인다.
ⓒ 유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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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야당 "노사 대화로 풀어야"

부산지역 야당은 노사 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이날 낸 성명을 통해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며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가 제기될 때, 사측은 궁극적으로 직장폐쇄를 통한 영도조선소 폐쇄와 공장부지의 아파트 및 위락 시설 조성 계획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부분이 현실화 하는 것 같아,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시당은 "허남식 부산시장은 송영길 인천시장의 비정규직 문제 적극 개입 사례처럼, 노사 양측을 지금이라도 만나 부산 지역 경제에 대해 토로하고 합리적인 대안 제시를 위한 노력해야 한다"며 "직장폐쇄와 정리해고 문제가 정리 되지 않을 시 '부산시에서 발주하는 관급 공사에 한진중공업 건설부문이 참여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 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부산시당은 "사측은 정리해고를 비롯한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직장폐쇄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면서 "한진중공업 정상화를 위한 모든 대화의 장에 나서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시당은 "한진중공업 정상화를 바라는 부산시민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한진 사측이 또다시 공권력 투입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다면 한진중공업은 물론, 지역경제 전반이 파국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진보신당 부산시당도 논평을 내고 "확인을 하면 할수록 드러나는 한진자본의 무능함은 놀라울 정도이며, 경영실패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그대로 전가하는 한진 경영진의 뻔뻔함은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고 밝혔다.

진보신당 시당은 "법적 요건도 다 갖추지 못한 정리해고라 판단하지만, 그보다 앞서 경영진으로서 최소한의 도덕적 판단과 양식을 갖출 것을 한진자본에 촉구한다"며 "더 이상의 파국은 법적 절차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에 서고자 하는 한진 경영진의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태그:#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영도조선소, #직장폐쇄,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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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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