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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껍질 서대껍질 말린 것, 서대묵, 덜덜이묵의 주재료
▲ 서대껍질 서대껍질 말린 것, 서대묵, 덜덜이묵의 주재료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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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에게 서대라는 물고기껍질을 선물로 받았다. 물고기의 껍질은 마치 뱀 허물인 듯 징그러웠지만, 이렇게 잘 마른 서대 껍질은 아주 좋은 요리의 재료가 된다. 더군다나, 서대 껍질로 만든 묵은 겨울철에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기온이 낮아야 묵이 잘 굳기 때문이란다.

우묵과 비슷하지만 우묵과는 다른 독특한 맛을 가진 묵인데, 그 쫀득함이 좋아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아주, 특별한 맛을 가진 묵이다. 그 이름은 서대묵, 방언으로 덜덜이묵이라고도 한단다.

서대껍질 온수에 30여분간 담궈서 불린다.
▲ 서대껍질 온수에 30여분간 담궈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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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묵은 '서대'라는 물고기의 껍질로 만드는 것으로 제사차림 목록에도 올라있다. 그런데 '덜덜이묵'이라는 단어는 검색되질 않는다. 아마도, 추운 겨울에 덜덜 떨며 먹는 혹은 덜덜 떨릴만한 추운 곳에서 굳혀 먹는 묵이라서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싶다.

서대껍질 불린 서대껍질을 맑은 물이 나올때까지 씻는다.
▲ 서대껍질 불린 서대껍질을 맑은 물이 나올때까지 씻는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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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법을 따라서 서대묵을 만들어보았다.

일단 잘 마른 서대껍질을 온수에 담가서 삼십 분 정도 불린 다음에 빨래하듯이 씻어준다. 맨 처음에는 검정물과 비늘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의심이 날 지경이다. 대략 7~8회 정도 빨래하듯이 껍질을 빨았더니 맑은 물이 된다. 그래도 비늘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어차피 끓인 다음에 고운 체에 국물을 거를 것이므로 맑은 물이 나올 정도로만 빨아주면 된다.

서대묵 생강과 까나리액젓을 넣고 팔팔 끓인다.
▲ 서대묵 생강과 까나리액젓을 넣고 팔팔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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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게 씻은 서대껍질과 물의 비율은 서대껍질대비 1,5배 정도의 물을 붓고 센 불로 끓인다. 거기에 비린내를 없애기 위한 생강 약간과 간을 맞추는 용도로 카나리액젓을 조금 넣는다. 나는 까나리액젓이 없어서 멸치액젓 약간과 소금으로 대신했다. 물이 끓기 시작할 때에도 과연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나올까에 대해 의심이 들 정도로 거품 상태가 안 좋다. 가운데로 모이는 거품찌끼 같은 것들을 거둬내고, 불을 약하게 하니 거품과 서대껍질이 시각적으로 주는 혐오감(?)을 덜어준다.

서대묵 펄펄 끓을 때는 별로 맛이 없어보인다.
▲ 서대묵 펄펄 끓을 때는 별로 맛이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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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묵 끓이다보면 얇은 막이 형성괸다.
▲ 서대묵 끓이다보면 얇은 막이 형성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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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불에 은근히 졸이니 얇은 막이 형성된다. 이렇게 얇은 막이 형성될 때까지 끓여주는 것이 서대묵의 관건이라고 한다. 막이 형성되면 고운 체에 밭쳐서 물만 받는다. 고운 채가 없어서 광목천을 대고 생강과 남은 서대껍질과 비늘 같은 것들을 걸러냈다.

어떤 맛일까? 그러나 지인이 알려준 30분이 되었지만, 굳질 않는다. 혹시, 실패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하여, 저녁에 밥상에 올려놓으려던 계획을 수정했다.

서대묵 광목이나 고운 체에 걸른다.
▲ 서대묵 광목이나 고운 체에 걸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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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베란다에 내어놓았던 것을 보니 단단하게 잘 굳었다.

아, 드디어 서대묵, 덜덜이묵이 만들어진 것이다. 내가 만든 것이니 맛이야 말할 필요없이 좋다. 지인의 말로는 서대묵은 겨울철에만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냉동실에 굳힐 수도 있겠지만, 가급적이면 제 철에 나는 과일을 먹듯 제철에 만들어 먹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서대묵 덜덜이묵이라고도 한다. 약간의 비린내도 나지만 쫀득한 맛이 좋다.
▲ 서대묵 덜덜이묵이라고도 한다. 약간의 비린내도 나지만 쫀득한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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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묵을 만들면서 우리 조상의 음식 만드는 솜씨와 그 재료가 참으로 놀랍다는 생각을 했다. 음식문화 속에 담긴 일상의 삶들이 하나 둘 보이는 듯하다.

요즘이야 포장된 음식들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과연 그것이 우리네 음식문화와 우리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제는 전통음식 중 하나인 고추장이나 간장 혹은 된장도 만들 줄 모르는 이들이 많다. 간편하게 대하는 인스턴트 식품의 허와 실을 분명히 보고, 조금 불편하고 시간이 걸려도 직접 만들어 먹는 음식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서대묵#덜덜이묵#서대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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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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