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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춘천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닭갈비를 든다. 하지만 지난 13일 만난 이재수씨는 막국수라고 말한다. 특히 깊은맛을 느끼려면 춘천에서는 닭갈비가 아닌 막국수를 먹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술마신 다음날이면 아침을 단골집에서 먹고 자신이 좋아하는 막국수를 먹고 나면 속이 풀린다는 그를 따라 막국수 집을 방문했다. 금싸라기 땅이라는 춘천 KBS 방송국 건너편에 자리한 남부막국수 집은 3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벽에는 '30년 전통 대통령이 방문한 집'이라는 간판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과 전 국무총리 한승수씨의 사진이 큼지막하게 걸려있다.

 

이의원은 춘천까지 왔으니 막국수의 진수를 맛보고 가라며 메뉴판에 걸려있는 모든 종류를 주문한다. 조금 있으려니 메밀총떡이 나왔다. 메밀총떡은 메밀 전에 무채를 넣어서 김밥처럼 돌돌 말아서 만든 것으로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이어 나온 빈대떡은 보통 빈대떡 같지 않고 두껍다. 손바닥 크기 넓이에 3~4센티 정도 부풀어 있고 고소하다. 조그만 컵에 담긴 별미는 메밀 끓인 물. 이 의원은 메밀 물에 약간의 간장을 타서 준다. 이어 나온 편육, 오이채, 동부빈대떡에 이미 배가 불렀다.

 

드디어 춘천에서 제일 맛있다는 막국수가 나왔다. 달걀, 고춧가루, 설탕, 양념장, 참기름, 다진 김치가 들어간 막국수는 영락없는 비빔냉면의 모습이다.

 

다른 집과 차별되는 점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다른 식당은 양념장을 별도의 그릇에 놓지만 이 집은 면 위에다 양념장을 놓아두는 것이 달라요"라고 설명했다.

 

춘천시 시의원인 이재수(47)씨는 내리 3선에 당선된 무소속 시의원이다. 한나라당이 대세인 강원도 춘천에서 어떻게 무소속으로 3번이나 당선될 수 있었는지 비결을 들었다.

 

"시의원이 별것 아니에요. 노자는 올바른 정치가 무엇이냐고 묻자. 무치라 했습니다. 통치하지 말라는 뜻이죠. 정치가들은 권한이 많은 것으로 착각해 시민을 오히려 괴롭히는 경직된 행정과 태도를 보입니다.

 

저는 이런 관행을 깨려고 했습니다. 고자세의 시의원이 아닌 가장 만만한 사람으로서의 이재수가 제가 바라는 상이고 선거 당시 홍보 팸플릿에도 '춘천에서 가장 만만한 이재수'라고 적었습니다."

 

시민들이 가져오는 100가지의 하소연 중 단 10가지 밖에 들어주지 못할망정 반드시 들어주는 게 신조라는 이 의원은 시골 농촌의 마음씨 좋은 이장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대부분의 지자체장이 선거에 출사표를 던질 때 "제가 ~걸 만들어 놓겠습니다"고 거창한 포부를 던지지만 사실은 '내려놓는 일을 해야 한다'는 이 의원에게서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외쳤지만 시민을 대상화하고 잘난척하기만 했지 주민들에게 먹혀들지 않았고 시민과 따로 놀았어요."

 

시의원이 되기 전 생활협동조합운동을 하다가 시의원에 됐다는 그는 홍보를 못한다. 그래서 자신이 만든 홈피도 없고 만들 생각도 없다. 그가 중시하는 것은 다만 사람과의 관계다. 관계를 중시하다보니 만나는 사람마다 악수를 하며 인사한다.

 

 

어느 날 인사를 하며 악수하다 보니 딸한테 악수하고 인사를 했다며 너털웃음이다. 그는 지방자치의 골간을 흔드는 중앙정치에 염증을 낸다.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종속되어 국회의원 선거 때는 시의원이 정당의 하수인이 된 것에 진저리를 친다.

 

선거 당시 정당공천을 거부한 것이 시민들에게 신선하게 먹혀들었을까? 30대부터 내리 연속 3선 시의원이 됐다. 그것도 여당도, 야당도, 무소속도 아닌 '주민소속'이란 명칭을 당당히 내걸며 시의원에 당선됐다. 춘천시 시의원 중에 무소속으로 3선을 이룬 시의원은 이씨가 유일하다. 그래서 자신의 지역구(신사우동)를 '춘천의 전라도'라고 부른다.

 

당선만 되면 시민을 무시하고 중앙정치에 종속되어 소신을 밝히지 못하는 시의원들이 태반인 세상에 이재수 의원은 신선한 충격이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네통'에도 송고합니다


#이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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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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