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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 동안 수몰 지역의 주민을 다 이주시켰고, 보상금도 지급했다. 또 엄청난 돈을 투입해 대체도로를 만들고 학교도 지었다. 그런데 그들은 댐 건설을 중단했다. 지난 58년 동안 유지해오던 또 다른 댐도 부수기로 결정했다. 댐은 홍수를 일으켰고, 수질을 악화시켰으며, 지역경제마저 완전히 파괴했다는 것이 이들이 내린 결론이다.

지난 12월 8일,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은 비행기로 1시간 거리인 일본 구마모토현을 찾아갔다. 가와베가와 댐 건설을 중단하고, 아라세 댐을 철거하기로 결정한 일본의 뼈아픈 선택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4대강 사업도 40~50년이 흐른 뒤에 일본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될까? '해외기획-일본은 왜 댐을 부수나'를 통해 한국의 4대강 사업을 조명했다. [편집자말]
댐은 치수를 위한 최선의 방법인가? 댐의 역습, 댐에 의한 재해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이에 대한 답변으로 여기 두 가지 일본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사례①] 상하류 위협하는 북해도 니부타니댐

일본 북부지방인 북해도에는 니부타니(二風谷)라는 댐이 있다. 사루군(沙流郡) 히라토리쵸(平取町)에 위치한 이 댐은 사루강(沙流川) 종합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공업용수 확보와 치수를 목적으로 만들었다. 국토교통성 북해도 개발국이 1973년에 착공해 1997년에 완성한 다목적댐(총공사비 741억 엔)이다. 중력식 콘크리트댐으로 댐 높이는 32m, 총저수량은 3150만㎥이다. 당초 일본 정부는 이 댐의 상류에 있는 사루강 지류인 누카비라강(糠平川)에도 댐(비라토리댐,平取)을 만들어 니부타니댐과 함께 두 개의 댐을 운용하려 했다. 하지만 공공사업 재검토 후 추진이 중단됐다(참고사이트 http://ja.wikipedia.org).

 니부타니댐 퇴사량 추이
니부타니댐 퇴사량 추이 ⓒ 허재영

니부타니댐은 이미 준공됐지만 가동한 지 몇 년 만에 위험한 상태에 처해 있다. 토사가 예상보다 급속도로 댐에 쌓여 한시라도 빨리 댐을 철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댐에 100년간에 걸쳐 쌓일 것으로 예측한 토사가 5년 만에 쌓인 것. 전문가들은 이대로 둘 경우 10~15년 후에는 댐 전체가 토사로 메워지게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즉 그대로 방치할 경우 댐은 홍수조절기능을 완전히 잃어버린 무용지물이 된다는 의미이다. 또한, 그대로 둘 경우 퇴적된 토사로 댐 수위도 높아져 상류지역에 수해를 일으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니부타니댐 하류지역은 이미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지난 2003년 8월 9일 태풍 10호에 의한 호우로 댐으로부터 30km 떨어진 하류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태풍의 영향으로 댐이 만수위가 되자 긴급 방류했다. 댐으로 들어오는 물을 가두지 않고 그대로 흘려보내기 시작한 것이다(이것을 수문의 단서(但書) 조작이라 부르는데, 설계홍수량을 넘는 유량이 저수지로 유입하는 경우 유입 유량 전부를 그대로 유하시키는 제로 컷(zero cut) 조작이다).

 구마강 유역
구마강 유역 ⓒ 허재영
그 결과 댐 하류에는 안전 유량(제방에 해를 가하지 않는 유량)의 1.8배가 넘는 많은 물이 흘러내려갔다.

천만다행으로 사루강의 제방은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50ha에 이르는 주택지와 농지가 물에 잠겼고 설상가상으로 상류에서 떠내려 온 펄이 마을을 덮쳤다.

주민들은 댐 수문을 적절히 통제하지 않았고 주민대피 유도 등이 늦어져 피해를 키웠다며 북해도 개발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 밖에도 주민들은 댐 건설이후 수질악화로 쌀의 등급이 떨어지고, 어업자원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를 두고 댐 건설로 인한 '인위적인 재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국가와 지자체가 댐을 만드는 일에만 전념했을 뿐, 재해에 대비한 훈련을 비롯하여 하천개수, 유수지 확보와 산림 정비와 같은 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30여 년에 걸쳐 만든 댐이 만들어지자마자 토사로 메워져 상류에 위협을 가하고, 하류에 큰 피해를 안겨주는 천덕꾸러기가 된 것이다. 

[사례②] 구마강, 댐 건설 후 홍수피해 오히려 증가

 이치후샤댐 건설로 인한 하류지역 주요 홍수피해 
(이 표에서 최대유량은 이치후샤댐의 홍수조절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경우의 추정치이다.)
이치후샤댐 건설로 인한 하류지역 주요 홍수피해 (이 표에서 최대유량은 이치후샤댐의 홍수조절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경우의 추정치이다.) ⓒ 허재영

또 다른 사례로 얼마 전 <오마이뉴스> 취재진과 함께 둘러본 구마모토현 지역을 살펴보자. <오마이뉴스>에 소개된 가와베가와댐과 아라센댐이 있는 구마천의 상류에는 홍수조절과 발전 및 관개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다목적댐인 이치후샤(市房)댐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댐은 일본 국토건설성이 1953년부터 1960년까지 7년간에 걸쳐 약 38억 엔의 거액을 들여 만들었다.

이 댐은 상부에 홍수조절을 위해 별도의 저수공간을 두어 홍수시 갑작스럽게 불어난 수량을 저장할 수 있게 설계했다. 댐 상류쪽 계획홍수량 최대 1300㎥/sec 중에서 그 절반인 650㎥/sec을 이 저수공간에서 조절하도록 계획했다. 이 저수공간으로 댐의 하류로 흘러갈 물의 수량을 줄여 하류의 피해를 경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록에 의하면 이 댐이 건설된 후에 40년 동안 3000㎥/sec를 초과하는 홍수가 9번 이상 발생했다. 문제는 당초 이 하천이 수용할 수 있는 하류쪽 계획홍수량인 4000㎥/sec보다 적은 홍수에도 침수 피해 또는 피난 등의 수해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이치후샤댐의 홍수조절능력이 650㎥/sec임을 감안하면 하천과 댐이 수용할 수 있는 최대유량 4650㎥/sec의 홍수에도 안전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하의 홍수에도 피해가 번번이 발생했다.

 구마강 히토요시 지점의 홍수량 변화
구마강 히토요시 지점의 홍수량 변화 ⓒ 허재영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치후샤 댐 건설로 하류에 있는 히토요시 시 주민들이 가장 큰 혜택을 받게 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이 지역 사람들이 댐 건설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 그 이유를 들어보면 상류지역에 이치후샤댐이 만들어지고 나서 홍수위가 급속하게 상승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치후샤댐은 지금까지 만수된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진위를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은 주민들이 주장하는 것을 들어보면 댐 건설이 하류에 오히려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의 홍수 기록이 충분하지 않지만 적어도 1927년 500호의 가옥침수피해가 발생한 이후 댐 완성시까지는 댐 하류에 대규모 홍수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댐이 만들어진 1960년 이후 댐 하류 지역에 홍수피해가 오히려 증가했다(표 참조). 이는 댐이 홍수조절기능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결국, 이 댐으로 홍수피해를 막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댐' 맹신 한국정부, 치수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구마모토 가와베강댐이 건설될 경우 수몰될 예정이었던 이츠키마을. 이미 보상과 공사가 끝나 원래 마을과 학교는 댐건설 시 예상수위 위쪽(사진 오른쪽 위)으로 옮겨졌고, 주민들은 고향을 떠났다. 사진은 지난 2008년 촬영사진
구마모토 가와베강댐이 건설될 경우 수몰될 예정이었던 이츠키마을. 이미 보상과 공사가 끝나 원래 마을과 학교는 댐건설 시 예상수위 위쪽(사진 오른쪽 위)으로 옮겨졌고, 주민들은 고향을 떠났다. 사진은 지난 2008년 촬영사진 ⓒ 장재완

여기에는 댐의 역습에 대한 두 가지 사례만을 소개했지만 이 밖에도 상당히 많은 유사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 '댐에 의존하는 치수'에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이에 대한 검토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댐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는 과정 자체에 오류가 많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의 치수방식은 기본홍수량을 하천과 댐에 배분하는 것을 기본방침으로 하고 있다. 즉 하천이 수용할 수 있는 것과 댐이 수용할 수 있는 것을 나누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먼저 '기본홍수량'을 산정해놓고 하천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기본홍수량보다 작으면 '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본홍수량을 처음부터 낮게 산정하면 댐은 필요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안전을 위해 여유를 가지고 기본홍수량을 산정하자는 취지의 정책결정을 하고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기본홍수량을 낮추게 된다면 댐이 덜 필요하게 된다.

아주 드문 일이지만, 하천관리자가 댐 계획을 포기하기 위해 기본홍수량을 낮추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요도가와(淀川) 지천인 기주가와(木津川)의 가모(加茂)지점의 당초 기본홍수량은 1만 5500㎥/sec였다. 하지만 2008년 수계하천정비기본방침을 만들면서 기본홍수량을 5000㎥/sec를 줄어든 1만 500㎥/sec로 설정한 바 있다. 정책당국에서는 기본홍수량이 갑자기 줄어든 이유에 대해 '하천관리하류의 안전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대규모 댐을 만들기 위해 기본홍수량을 높게 잡았다가, 댐이 만들어질 현실적 가능성이 사라지자 다시 기본홍수량을 줄인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홍수피해를 줄이기 위한 가장 유력한 수단은 댐이나 보 설치가 아닌 유수지(평지나 넓은 강물에서 일시적으로 홍수량의 일부를 저수하는 곳)를 만들면 댐이나 보를 설치하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기본홍수량 또는 계획홍수량을 낮출 수 있다. 또 이미 만들어져 있는 제방을 더욱 튼튼히 개량하는 것만으로도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일본이 최근 '댐에 의존하지 않는 치수'를 위해 움직이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 자치단체, 전문가, 시민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 이것은 일시적인 흐름이 아니라 앞으로 수자원확보 및 치수계획의 주된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댐에 의존하지 않는 치수'와 '댐(보)을 맹신하는 한국정부'의 차이는 무엇인지 곰곰 따져볼 일이다.

특별취재팀 : 김병기 편집국장, 심규상 지역팀장, 허재영 대전대 교수(취재자문. 충남도 4대강 재검토특위 공동위원장), 주영덕씨(통역)


#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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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분야, 공학의 사회기여 등에 관심이 있는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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