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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위험한 집>
 책 <위험한 집>
ⓒ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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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15일, 10년에 걸친 폐암환자들의 담배 소송이 원고 패소로 끝이 났다. 10년의 소송 기간 동안 7명의 환자 중 6명이 후두암과 폐암으로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변호인단 측의 명백한 담배의 유해성 입증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대기업의 손을 들어주었다.

담배뿐인가. 온갖 식품 첨가물, 화학적 재질로 된 의류, 플라스틱 등 현대인은 다양한 인공의 세상에서 인공 물질을 흡수하며 살아간다. 그 유해성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말이다.

책 <위험한 집>,(리비 맥도날드, 시공사)은 현대 사회를 둘러싼 위험 물질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많은 위험 물질은 놀랍게도 바로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매일 먹고 마시고 숨 쉬는 공간이 모두 위험한 곳이라니, 그 위험성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인하대 의대 알레르기 질환 교수이자, 이 책을 감수하신 임종한 박사에 따르면 집에서 흔하게 접하는 많은 화학 물질이 직접 인간의 환경과 건강을 위협한다. 그 예를 나열하자면 살충제, 방부제, 표백제, 착색제, 방향제, 공기청정제, 방습제, 곰팡이 제거제, 습기 제거제, 세제, 콘택트렌즈 세척제 등 현재 우리 집에서도 애용하고 있는 것들이다.

"어린이가 화학 물질 피해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첫째, 어린이의 호흡량은 어른보다 많아, 체중 당 유화학물질의 노출량이 많고, 둘째는 뛰어 놓고 흙을 만지는 등 어린이의 활동이 유해 물질의 노출을 많게 하며, 셋째 어린이의 몸은 아직 발달 과정 중에 있어 유해 물질의 해독, 배설 능력이 어른보다 떨어지고 넷째, 유해 물질의 정보를 알고 이를 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책 중에서)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임종한 박사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현재 다우존스의 분석가로 일하는 전문직 여성 올리비아의 아들은 요도하열이라는 선천성 기형을 갖고 태어났다. 그녀는 아이의 장애가 자신이 바르던 화장품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녀는 아들이 세 살 되던 해에 한 기사를 읽게 된다. 그 기사는 화장품에 사용된 프탈레이트와 실험실에 있는 동물들의 요도하열 발생 빈도가 증가한 것을 관련지은 연구였다. 15년 전 모델 일을 하면서 진한 화장을 자주했던 올리비아는 그때의 화장품에 쓰인 화학 약품이 임신 중 탯줄을 따라 아이에게 흘러들어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많은 여성들이 매일같이 화장을 하면서 생활하는데, 자신들이 쓰고 있는 화장품이 아무렇지도 않게 혈액 속으로 흘러들어가 유해 물질이 되고 있다는 건 모른다. 그 끔찍한 사실을 인식한다면 누구도 쉽게 화장품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화장품뿐만 아니라 살충제의 사용도 무척 위험한 수위에 도달해 있다. 일반적인 우리 식단에 놓인 음식들은 매일 벌레를 죽이기 위해 제조된 30가지가 넘는 살충제에 노출된 것이다. 비록 소량이라고는 하나 매일 그걸 흡수한 우리 몸을 생각할 때 그 축적량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미개 문명에 사는 아이들은 아토피를 모른다

특히 요즘 아이들처럼 '자연산' 보다 인공으로 가공된 음식을 자주 먹는 경우, 살충제에 인공 조미료, 합성 첨가물 등이 더 가미되어 그야말로 유해물질 덩어리를 흡수하는 꼴이 되고 만다.

전에 없던 현대병으로 ADHD, 학습 장애, 천식, 아토피 등이 등장하게 된 원인을 이 책은  화학 물질에서 찾고 있다. 미개 문명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아토피, 천식과 같은 알러지 질환이 거의 없다고 한다. 대신 세균의 감염 등으로 인한 질병이 흔할 뿐이다.

아이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주변 아이들 중 아토피 걱정이 없는 아이가 별로 없다. 우리 집도 두 아이 중 한 아이는 괜찮은데 둘째 녀석이 초콜릿 알러지가 있어서 초콜릿만 먹으면 턱 밑에 작은 부스럼이 생긴다. 아무리 집에서 조심시켜도 초콜릿이라는 흔해 빠진 과자를 금지할 수가 없다.

가끔 초콜릿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간식을 보며 도대체 이 작은 간식 안에 얼마나 다양한 유해 물질이 들어 있는 것일까 생각해 본다. 오죽하면 유해 물질 덩어리인 과자를 먹일 바에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 라는 책까이 나올까?

책은 다양한 방법으로 어떻게 하면 유해물질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까 소개한다. 하지만 화학 세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빨래를 하거나, 컴퓨터 등 유해한 전자 제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답답하기만 하다.

개인적인 노력보다는 사회적 차원에서 조금이라도 유해성이 발견되는 물질은 제품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철저한 조항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중국의 멜라민 파문처럼 처음에는 조금만 사용해도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큰 재앙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현재 담배와 관련하여 경기도와 KT&G 간에 또 다른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비록 거대 기업이 이기는 결과가 나올지라도 이런 일들을 계기로 기업 측에서 유해 물질을 줄이는 노력을 많이 기울이길 바란다. 세상의 모든 유해 물질은 곧 우리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칼날과 같다.


위험한 집

리비 맥도날드 지음, 박산호 옮김, 임종한 감수, 시공사(2009)


#아토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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