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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이가 다음 달이면 중학생이 된다. 초등학교 졸업식이 아직 1주일이나 남았지만 주말을 이용해 교복을 맞추러 갔다. 교복 가게에서는 아이의 체격을 보더니 기성복화된 교복을 내놓았다. 바지 길이, 소매 길이 등이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맞춰서 늘릴 수 있도록 안감이 넉넉하게 들어 가 있는 것은 물론 흔히 '스판'이라고 알려진 탄력이 있는 옷감으로 만들어 활동하기에 편하게 잘 만들어 놓았다. 특히 허리 조절을 맘대로 할 수 있도록 숨은 장치를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는 교복의 기술적인 진화에 새삼 놀라기까지 했다.

아들 아이가 다닐 중학교의 개성 없이 점잖기만 한 교복
 아들 아이가 다닐 중학교의 개성 없이 점잖기만 한 교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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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도록 고안된 교복 바지
 허리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도록 고안된 교복 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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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 전, 내가 중학교에 입학했던 당시에는 의상실에 가서 학교 이름을 대고 교복을 맞춰야 했다. 지금 기억을 더듬어 보면 바지와 소매 길이 등은 안으로 접혀서 공그르기가 되어 있었다. 키가 커져서 바짓단이나 치맛단을 늘릴 시기가 되면 엄마가 공그르기가 된 것을 풀어서 길이를 조절한 후에 다시 꿰매 주시곤 했다. 여학생들의 교복 치마는 살짝 공그르기가 된 치맛단이 뜯어지는 경우가 흔했다. 그래서 그 당시 여학생들의 휴대품들 중에는 빗과 거울은 물론 반짇고리가 필수품이었다. 교실 구석에서 뜯어진 치맛단을 누가 볼까 수줍게 꿰매고 있는 여학생을 자주 볼 수 있었던 것이 내 학창시절이었다.

요즘 아이들의 교복에는 그런 핸드 메이드 공그르기는 찾아 볼 수 없는 대신 세련되게 박음질이 돼 있었다. 엄마의 투박하고 정겨운 손바느질 솜씨가 필요한 곳에는 교복 가게의 전문적인 수선이 자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하는 엄마들이 많아진 요즘 세태에 맞춰서 교복의 기술적인 부분도 그렇게 진화되어 온 것이다.

나의 중학교 시절에는 일제 강점기의 잔재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검은색 바탕에 흰 깃이 유난히 튀었던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여배우 한가인이 입었던 그런 교복을 입었다. 물론 남학생들의 교복도 그 영화에 나오던 것과 똑같은 것이었다. 작년에 일본 디즈니 랜드에 갔더니 지금도 그런 교복을 입은 일본 학생들이 몰려다니고 있었다. 현재 우리 나라에는 그런 교복이 남아 있는 학교는 거의 없을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했던 80년대 초반에는 사회 전반적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던 시기였다. 중학교 3학년 때 나의 모교에서는 여학생들의 상징이었던 단발머리 대신 커트를 허용하는 두발 자율화를 실행했었다. 당시 내가 배정되었던 여고는 흰 블라우스에 타이를 매고 검은색 자켓과 주름치마를 코디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교복을 채택한 진보적인 학교였다. 그나마도 1년 후에는 교복 자율화가 예정되어 있어서 나는 여고 시절에는 1학년 동안만 교복을 입었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정책적으로 교복과 두발 자율화를 강제로 실시한 시기였고 몇 년 후에는 그 결과가 좋지 않아서 다시 청소년들에게 교복을 입히기 시작한 이후로 지금의 교복이 유지되어 온 것 같다.

세련되고 당당해서 까칠해 보이는 이런 디자인의 교복은 광고에만 등장한다. 시골 학교일 수록 학생들이 이런 교복을 입어야 자존감이 높게 생활할 것이다.
 세련되고 당당해서 까칠해 보이는 이런 디자인의 교복은 광고에만 등장한다. 시골 학교일 수록 학생들이 이런 교복을 입어야 자존감이 높게 생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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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우 윈도우의 교복 만큼은 까도남 패션의 종결자. 하지만 현실은 칙칙하고 개성없는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이 있을 뿐이다.
 쇼우 윈도우의 교복 만큼은 까도남 패션의 종결자. 하지만 현실은 칙칙하고 개성없는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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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현재, 우리나라의 복식 문화는 세계 수준에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의상 디자이너들 중에는 한국인들이 다수가 포함되어 있고 옷만 전문적으로 입혀주는 코디네이터가 직업으로 자리 잡은 지는 오래이다.

어릴 적부터 TV에서 전문가의 솜씨가 부려진 옷만을 입고 나오는 연예인들과 사회 유명 인사들을 자연스럽게 보았고, 옷을 잘 입는 방법을 친절하게 조언해주는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눈높이까지 높아져 영화제 레드 카펫 행사가 열리면 베스트, 워스트 드레서 정도는 가볍게 가려내는 것이 우리 청소년들이다. 요즘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팔 할이 방송 매체와 인터넷이 아니던가.

다행히 우리 지역의 중학교 한 곳이 개성과 품위, 세련미를 강조한 이런 교복을 입기로 했다. 내년에는 이런 패션감각이 돋보이는 교복으로 바꾸는 학교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다행히 우리 지역의 중학교 한 곳이 개성과 품위, 세련미를 강조한 이런 교복을 입기로 했다. 내년에는 이런 패션감각이 돋보이는 교복으로 바꾸는 학교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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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독 교복 디자인과 색깔은 여전히 90년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아들아이가 입어야할 교복도 그랬다. 남녀 공학인 그 학교의 교복은 촌스러웠다. 교복 가게에 있던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모든 학교들의 교복 수준이 요즘 아이들 표현으로 '패션 테러리스트 종결자'이며 '코디가 안티인 연예인 패션'이었다. 그러니 학년이 올라가고 머리가 점점 깨이는 아이들이 교복을 스키니 진과 미니 스커트로 줄여 입게 되는 것이다.

아들이 입학하는 학교는 지역에서도 변두리에 속하는 전교생이 백 명도 안 되는 작은 중학교이다. 기회만 되면, 놀아도 큰물에 나가 놀기는 바라는 부모들을 매년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학교이다. 요즘 말로 지역에서 존재감이 별로 없는 학교 중에 하나이다. 만약에 그런 학교에서 요즘 인기 드라마 '드림 하이'에 나오는 기린 예고의 교복이나 '꽃 보다 남자'에 나왔던 F4 사인방들이 입었던 수준의 교복을 입히면 어떨까?


태그:#까도남 , #패션 테러리스트 , #교복, #까도남 패션 ,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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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조근조근하게 낮은 목소리로 재미있는 시골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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