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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야당 보좌진들은 16일 오전 9시 환경부 관계자들과 함께 구제역 매몰지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날(15일) 오후 12시가 넘어 환경부 쪽에서 "매몰지 현장 방문은 어려울 것 같다"고 통보해왔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매몰지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지방자치단체를 핑곗거리로 내세우고 있지만, 정부가 심각해진 구제역 후폭풍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 보좌관은 "이렇게 야당의 매몰지 현장방문조차 통제하면 정부 발표 내용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환경부 "매몰지 부실 조성에 따른 악취, 지하수 등 2차 환경오염 우려"

 

그런 가운데 정부조차도 구제역 매몰지가 부실하게 조성돼 2차 환경오염이 우려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었다.

 

환경부는 지난달 27일 국회 환경노동위 쪽에 '구제역·AI 매몰지역 환경관리 및 먹는물 안전대책'이라는 문건을 제출했다. 3482곳의 매몰지에서 가축 264만 마리가 매몰되고 있던 때였다.

 

환경부는 이 문건에서 "방역 위주의 긴급 매몰처리 우선으로 매몰기준 준수가 미흡했다"며 매몰지 부실 조성을 인정하면서 "매몰지 부실 조성에 따른 악취, 지하수 등 2차 환경오염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매몰지가 부실하게 조성된 사례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먼저 비닐이 훼손되거나 매몰지 내부의 흙 다짐이 미흡한 경우다. 매몰할 때는 찢김 등을 막기 위해 고밀도비닐을 사용해야 함에도 일반비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안락사 없이 일부 지역에서 돼지를 생매장하면서 비닐 훼손이 우려된다"며 "비닐훼손이나 매몰지 내부 흙 다짐 미흡으로 인해 침출수가 유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매몰지 부실 조성 유형은 ▲ 배수로-집수조 미설치 ▲ 유공관-가스배출관 미설치가 있었다. 이러한 매몰지 부실 조성으로 인해 "유출 침출수를 수거하거나 침출수를 제거하고 가스를 배출시키는 것이 곤란해 주변환경이 오염될 수 있다"는 것이 환경부의 판단이다.

 

경기도 파주의 경우 배수로와 집수조를 설치하지 않아 매몰지 위로 유출된 침출수가 인근 도랑으로 유입되어 수질이 오염됐다. 또 강원도 원주와 경북 영천의 경우 매몰지를 도로변에 설치해 침출수가 도로를 따라 흘러내리면서 악취를 풍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조사결과에 따라 환경부는 배수로와 집수조를 설치하고 분뇨차나 톱밥 등으로 유출된 침출수를 제거했다. 환경부는 문건에서 "매몰지 내 생석회와 사체발생 액체 등이 접촉하여 급격한 발열반응 등으로 침출수 배출 유공관 등을 통해 매몰지 상부로 침출수가 유출됐다"며 "매몰 후 15일이 경과하면 매몰지 안정화에 따라 매몰지 상부로 유출되는 침출수의 발생은 현저히 감소하거나 없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다만 매몰지 내 침출수는 계속 발생하여 침출수 배출유공관을 통해 주기적으로 수거해 처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상부 유출 침출수로 악취, 수질오염 등 환경영향 및 혐오감을 유발하고 매몰지 차수막 훼손시 지하유출 침출수로 지하수 오염도 우려된다"고 결론내렸다. 매몰지 부실 조성으로 인해 악취, 지하수 오염 등 2차 환경피해가 예상된다는 것.

 

"선정기준 지키지 않고 국유지라는 이유만으로 매몰지 선정"

 

시민환경연구소는 지난 14일 '구제역·AI 시민조사단' 발족 기자회견에서 매몰지 현장을 조사한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먼저 매몰지 위치 선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환경부 문건에서도 언급된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판대리와 경북 영주시 안정면의 경우 매몰지가 도로변과 산비탈면에 위치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시민환경연구소는 "강원도의 경우 침출수가 도로에 흘러내려 차량을 통한 전국 확산이 우려되고, 경북 영주시의 경우 매몰지가 산비탈에 물이 모여 흐르는 곳에 있어 침출수가 증가되어 2차 환경오염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매몰지와 하천의 거리, 매몰지와 도로의 거리 기준을 지키지 않고 국유지라는 이유만으로 매몰위치를 선정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 이천 설성면 수산리의 경우에도 매몰지가 하천변에 위치해 있어 침출수가 하천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연구소의 주장이다.

 

시민환경연구소는 생매장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돼지 생매장으로 인도적 살처분 규정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매몰지 비닐이 찢어져 침출수 유출로 인한 2차 환경오염이 우려된다"는 것. 특히 매몰지에서 고밀도비닐이 아닌 일반비닐을 사용한 것도 침출수 사태를 불러온 요인으로 지적됐다. 구제역지침에는 고밀도비닐을 두 겹으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일반비닐을 사용해 찢김 등으로 인한 침출수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

 

이 밖에도 침출수 탱크를 설치하지 않거나 배수로를 형식적으로 만든 경우도 있었다. 구제역 지침에는 침출수 탱크를 설치해 침출수를 정기적으로 뽑아내도록 돼 있지만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것.

 

김정수 부소장은 "2∼3개월 뒤 침출수가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이것이 3∼4월 갈수기와 겹치면 그 피해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태그:#구제역사태, #환경부, #시민환경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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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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