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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우리 부부는 배낭 여행을 선망해 왔다. 이런 저런 이유로 제대로 된 신혼여행을 못갔기에 언젠가 괜찮은 배낭여행으로 대신하리라 생각해온 것이다. 그러던 중, 바야흐로 우리가 살고 있는 시애틀에 비만 주구장창 내리는 겨울이 찾아왔다. 이 우울한 날씨에 한계를 느낄 즈음, 드디어 배낭여행의 검을 뽑았다.

사실 배낭여행에도 여러가지 스타일이 있는 것 같다. 거의 걸인 직전의 행색으로 임하는 고난의 순례자식 여행. 또는 최소한의 쾌적함을 추구하고 가끔은 에어컨 같은 '사치'에 양보하는 중도파. 아니면, 배낭만 들었지 알고 보니 일류 호텔에만 머무는 무늬만 배낭객.

이렇게 스타일은 다르지만 진정한 배낭여행은 다음의 노력과 마음가짐을 필수로 한다고 본다. 

우선 각자의 주머니사정이 어떠하든 최대한 여행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이는 불편하고 시간이 걸려도 바로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을 타는 것, 관광객을 주로 상대하는 비싼 레스토랑보다 재래 시장의 거리음식을 시도해 보는 적극성을 포함한다. 이런 작은 노력은 현지인들의 소박한 삶을 엿볼 수 있는 뜻밖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은 여행하는 나라의 문화와 사람들에 대한 열린마음과 호기심이 아닐까?

사실 한국에서 비교적 값싼 동남아 여행을 선호하듯이, 미국에서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바로 중남미일 것이다. 그 중에 아직 관광객들의 발길이 비교적 드문 곳이 바로 '니카라과(Nicaragua)'이다.

새벽에서 황혼까지, 머나먼 니카라과 가는 길

가이드 북 이번 여행에서 너덜너덜해지도록 요긴하게 사용했다. 배낭객들 사이에선 제법 유명한 가이드 북이다.
가이드 북이번 여행에서 너덜너덜해지도록 요긴하게 사용했다. 배낭객들 사이에선 제법 유명한 가이드 북이다. ⓒ 하연주 박인권

중남미 중부에 위치한 이 나라는 아직 한국인에겐 이름조차 생소한 곳일 것이다. 니카라과는 북쪽으로 '온드라스(Hondras)', 남쪽으로 '코스타리카(Costa Rica)'와 국경을 두고 있으며, 지형적으로 볼 때 서쪽으로 태평양 그리고 동쪽으로는 카리브해에 맞닿아 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화산과 호수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스페인 식민지였으며, 독립 후 지독한 미국의 간섭을 비롯해 1990년까지 좌파와 우파의 내전이 끊임없던 곳이다. 그러고 보면, 그간의 정치 상황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부분이 없잖아 있어 보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애틀에서 중남미의 니카라과까지 가기 위해선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휴스톤(Houston)을 거쳐 니카라과의 수도인 마나과(Managua)까지 최종 세 번이나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따라서 첫 비행기 출발 시간은 이른 새벽.

지난 밤, 모처럼 떠나는 배낭여행길이라 긴장되고 설레어 도통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몇 번이고 빠진 짐이 없는지 확인의 확인을 거쳐 한 두시간 잤을까? 공항으로 가는 길에는 여지없이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런 참에 우리는 태양이 가득한 1월의 중남미로 떠나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니카라과를 여행하기에 가장 좋은 건기가 아닌가?

모든 절차를 끝낸 후, 비행기에 탑승하자마자 긴장이 풀려서 잠에 곯아떨어졌다. 이렇게 잠말 잘 순 없지. 지금부터 짬을 내어 본격적인 기초 스페인어 회화 벼락공부에 도입하기로 하지만, 너무나 생소하고 어렵다. 니카라과가 미국과 그다지 멀리 떨어져있는 나라도 아니니, 웬만하면 영어가 통할 것이란 근거없는 기대도 해본다.

스폐인어 기초회화, mp3, 일기장 비행기 안에서 스페인어를 열공했다.
스폐인어 기초회화, mp3, 일기장비행기 안에서 스페인어를 열공했다. ⓒ 하연주 박인권

12간에 거쳐 드디어 니카라과의 마나과 공항에 도착! 입국시 외국인 관광객은 일인당 미화 1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그외의 입국절차는 아주 간단했다. 어쩌면 세관 직원조차 영어를 못하는 데다가 우리도 스페인어를 못해서 간단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니카라과 산디노 국제공항 니카라과의 관문이다.
니카라과 산디노 국제공항니카라과의 관문이다. ⓒ 하연주 박인권

니카라과의 수도 마나과(Managua) - 니카라과의 첫 맛

대부분 여행객들은 마나과 공항에서 좀더 '인기있는' 목적지로 곧장 떠난다고 한다. 가령 여행하기에 편한 '그라나다(Granada)'나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산 후안 델 수(San Juan del Sur)'로 이동하기 마련. 사실 마나과가 일반 여행객들에겐 그리 매력적인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 온 나라의 수도를 어찌 눈길 한번 안 주고 그냥 지나칠 수 있나? 니카라과의 현실을 조금 더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곳도 마나과일 것이다.

일단 염치 불구하고 마나과에선 부모님의 지인이신 호세라는 분의 집에 며칠 머물 계획을 세웠다. 사실 현지인과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건 그 나라의 평범한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기회이기에 기대가 컸다.

세뇨르 호세의 안내로 그의 집에 도착했더니, 감사하게도 우리를 위해 미리 음식을 준비해 놓으셨다. 드디어, 현지 음식 그것도 가정식을 맛 보는구나! 미각의 호기심에 눈빛이 반짝인다.

'소파(sopa)'는 고기나 해산물에 유카(yucca), 감자, 당근, 양파 등을 넣어 만든 일종의 수프로 니카라과 사람들의 주식 중의 하나이다. 우리가 먹은 건 닭고기(pollo)가 들어간 '소파 데 뽀요'. 겉보기에는 기름이 많아 느끼할 것 같지만 의외로 담백하고 부드러운 맛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큼직하게 썰어넣은 야채 사이에 낯선 식감의 유카 발견! 니카라과 사람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식자재다. 소파는 넣는 재료에 따라 이름의 종류가 다양해진다.

소파 데 뽀요(Sopa de Pollo) 니카라과의 대표적 음식 중 하나이다.
소파 데 뽀요(Sopa de Pollo)니카라과의 대표적 음식 중 하나이다. ⓒ 하연주 박인권

곁들여 나온 타마린드(tamarind)주스는 매력적인 색깔은 아니지만, 새콤달콤하니 시원한 맛이 좋았다. 이처럼 니카라과 사람들은 식사때마다 신선한 생과일 주스를 즐겨 마신다고 한다.

생각보다 꽤 소박했던 상차림. 기본 밥과 국에 여럿 반찬을 함께 내놓는 우리의 것에 익숙하다보니 뭔가 허전한 느낌이다.

호세 아저씨의 외동딸 식사 중에 우리에게 계속 호기심을 보였다.
호세 아저씨의 외동딸식사 중에 우리에게 계속 호기심을 보였다. ⓒ 하연주 박인권

허기진 배를 달래니, 피곤이 몰려왔다. 더운 날씨탓에 창문을 열고 자고 싶었으나, 귓가에 앵앵거리는 모기소리가 거슬린다.날이 밝으면 니카라과는 또 어떤 모습일까? 기대와 호기심으로 내일을 기다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2011년 1월 2주간의 니카라과 여행의 기록입니다. 이 기사는 하연주, 박인권 부부가 공동 작성하였습니다.



#니카라과 여행#마나과#중남미 배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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