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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세 노모, 표정이 밝다.
 72세 노모, 표정이 밝다.
ⓒ 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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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 왜 이런데. 어지럽다."
TV를 보시면서 양말을 개시던 어머니가 거실바닥으로 스르르 누우시면서 말씀하셨다. 나는 "그럼 조금 누워 계세요"라고 말하고는 옆에서 하던 요가를 계속했다.

5분이 지났을까. 갑자기 누가 내 머리를 둔기로 때리는 것 같았다. 아니 내가 지금 뭐하고 있지? 어머니를 봤다. 아직 누워서 다리를 주무르고 계시지 않는가. 내가 놀란 이유는 어머니 증세가 중풍의 전조 증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였다.

오후 10시. 후배 한의사에게 전화를 해서 지금 상황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후배는 어머니에게 걸어도 보고 '아에이오우'라고 말해보라고 하고, 휘파람을 불어보라고도 했다. 또 양쪽 발바닥에 자극을 줘서 반응도 보고 물도 마셔 보라고 했다. 시키는 대로 했지만 어머니는 머리가 조금 아플 뿐 별 이상이 없다고 하자, 후배는 좀 더 지켜보자며 전화를 끊었다.
한바탕 소란이 끝나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걱정이 꼬리를 문다.

다음날 아침. 어머니는 머리가 조금 아프지만 괜찮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3일째 되는 날 아침.

"아무래도 병원에 가봐야겠다. 어제 피부과 의사가 다른 병원에 가보라고 하더라."

어머니는 1년 넘게 피부과 약을 먹고 있다. 어머니는 어지럼증이 생긴 것이 피부과 약 때문이라 생각하고 피부과를 찾으신 모양이다. 그런데 여차여차 했다는 얘기를 그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시면서 말씀을 하신 것이다.

"어제 말씀을 하셔야지 이제야 말씀하세요?"

큰 목소리가 나오고 말았다. 어머니께 화를 냈지만 어리석은 내 자신에게 내지르는 소리였다. 서둘러 병원으로 갔다. 신경과 의사선생님은 문진표를 적으라고 했고, 똑바로 걸어보게도 하고 양손 들기를 시키기도 했다. 또 기구로 무릎을 두드려 보고 랜턴으로 눈을 비춰보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피검사, 소변검사, X레이, MRI까지 찍어보자며 2일간 입원을 하라고 한다.

토요일이어서 오후에 촬영한 MRI 결과도 볼 수 없고, 2일간 환자 상태를 봐서 월요일에 판단을 하자는 것이다.

"우선 MRI 촬영비 65만 원을 내셔야 합니다."
업무과 직원의 말에 깜짝 놀란 분은 어머니시다. 바로 내 뒤에 계시다가 들으신 것이다. 그런 소리는 안 들어도 되는데 말이다.

MRI 촬영을 기다리면서도 어머니는 계속해서 걱정만 늘어놓으셨다.
"괜히 병원에 왔다. 애들 등록금도 내야하고 돈을 쪼개서 써야 할 때인데, 금방 100만 원 까먹것다."
정기검진 받으신 것이라 생각하시라고 말씀드려도 몇 번을 되새기신다.

2일밤을 병원에서 보내고 진단 결과를 듣기 위해 신경과 선생님께 갔다.

"아주 특별한 경우의 뇌경색입니다. 앞으로 관심을 많이 갖으셔야겠습니다. 오늘 몇 가지 더 검사하고 3~4일 입원해서 지켜보게요. 그리고 MRI 촬영비는 급여로 청구됩니다."

진료실을 나오면서 긴 숨을 내쉬었다. 참 아찔한, 큰일 날 뻔 한 순간이 그려져서다. 저녁 시간에 집 거실에서 쓰러지셨다는 것, 그 다음날 성당과 피부과 병원을 다녀오시면서 아무 일이 없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자칫하면 어머니와 우리 가족에게 엄청난 고통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께 지금의 병세를 설명해드리며 겨울에 거동하실 때는 목도리 모자 등을 잘 챙기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어머니, MRI 촬영비는 병명이 있어 거의 돌려 준데요"라고 말하자, 어머니가 빙그레 웃으신다. 어머니의 웃는 모습에 울컥했다.


태그:#이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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