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울산 동구청장 재선거에서 한나라당 예비후보로 나선 임명숙(56) 전 울산시 복지여성복지국장이 17일 "북한의 전쟁행위를 우리 정부의 실책인 것처럼 호도하는 친북세력이나 무상복지 공수표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세력에게 동구를 맡길 수 없다"며 색깔론을 펴 논란이 일고 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동구청장 재선거에 나선 김종훈 민주노동당 후보를 사실상 겨냥한 것으로 그동안 선거때만 되면 색깔론이 만연했던 노동자도시 울산 동구지역에 다시 색깔논쟁 불을 지핀 것이다.
임명숙 예비후보는 동구지역에서 내리 5선을 한 후 서울로 지역구를 옮긴 정몽준 의원의 측근으로 동구의원과 시의원을 지낸 뒤 지난 2006년 7월부터 4년 6개월간 울산시 복지여성복지국장으로 역임하다 동구청장 출마를 위해 지난 2월 11일 퇴임식을 가졌다.
임명숙 예비후보는 17일 오전 11시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동구 발전에 필요한 것은 주민의 합리적 사고와 현실적인 정책, 중앙정부와 울산시의 재정지원"이라고 한 후 이같이 색깔론을 폈다.
그는 또 최근 동구청 직원을 대상으로 한 고객행정지원단 선발을 두고 민주노총과 진보정당,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는 것을 의식한 듯 "정치적 선동과 투쟁, 책임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공허한 정책놀음은 동구를 분열시키고 민생불안을 야기시킬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임 예비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동구는 아름답고 세계 굴지의 기업(현대중공업)이 있는 축복받은 곳"이라며 "살기 좋은 동구에 실속있는 행정을 접목시키고 18만 주민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울산 동구 왜 색깔론인가?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울산 동구는 격전지로 불렸다. 이 지역 주력기업인 현대중공업의 대주주 정몽준 의원의 지원을 받는 한나라당 정천석 후보와 민주노동당 김종훈 후보간 접전이 벌어져 결국 1999표 간발의 차로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했다. 하지만 그가 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고 낙마해 다시 재선거가 치르지는 것.
6.2지방선거에서도 색깔론이 나왔다. 진원지는 정천석 후보를 지원하러 온 정몽준 의원.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정 의원은 선거를 5일 앞둔 5월 28일 동구 대송시장에서 주민들에게 지원유세를 하며 "(당시 민노당 김창현 울산시장 후보가) 김일성 사진 앞에서 충성 내용의 서약문을 읽은 것으로 돼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정 대표는 또 "북한의 핵무기나 미사일에 대해선 한마디 못하는 정당인데 이런 정당 문제 있지 않습니까"라고 자리에 모인 주민들에게 물은 후 "이러한 사람들이 북한을 돕는 것은 북한 혁명 기지를 돕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우리겨레하나되기 울산본부 공동대표인 김종훈 동구청장 후보를 겨냥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울산시장, 동구청장에 나온 것을 보면 우리나라가 참 좋다"며 "제대로 된 나라라면 이번 기회에 여러분께서 소중한 한표로 심판해 주셔야 되지 않겠냐"며 유세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을 두고 당시 민주노동당은 정몽준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움직임을 보였고,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 발언으로 한나라당 표가 더 떨어졌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 발언을 전후한 당시 선거 기간 중 "김종훈 후보가 곧 수사를 받을 것", "구청장에 당선돼도 어려울 것"이라는 말들이 흘러나왔고, 민주노동당과 노동계, 진보진영은 음모론을 제기했었다는 것.
이 색깔론의 윤곽이 드러난 것은 6.2 지방선거 보름 뒤다. 울산경찰청 보안과가 3년 전에 있었던 평양 모란봉구역 국수공장 준공식에 참여한 울산지역 방북단 27명을 대상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고, 그 중 한 명이 김종훈 후보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드러났던 것.
이 때문에 민주노동당과 진보진영에서는 "국보법 조사는 6·2 지방선거 전 이미 시작됐고 그 타킷은 김종훈 후보다"는 주장을 제기했었다.
한편 울산 동구는 노태우의 6.29 선언 후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1997년 울산광역시 승격 후 북구로 편입) 노동자들이 주축이 된 '노동자 대투쟁'의 진원지로 노동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1998년 민선 1기 동구청장에 김창현 현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위원장이, 그가 영남위 사건으로 낙마한 뒤 보궐선거에서는 부인인 이영순 민노당 중앙위원이, 2002년 선거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출신인 이갑용 구청장이 각각 당선됐다.
2004년 현대중공업노조가 비정규직을 외면해 민주노총에서 제명되는 등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보수성향이 두드러진 후 치른 2006년과 2010년 선거에서는 정몽준 의원의 지원을 받은 정천석 구청장이 연이어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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