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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돌바베큐 생닭도 한 마리에 얼마인데 세마리에 11,000이란다.
옥돌바베큐생닭도 한 마리에 얼마인데 세마리에 11,000이란다. ⓒ 조상연


오후 늦게 사진관 맞은편에 옥돌 바비큐(전기구이 통닭) 차가 서 있다. 가끔 내다보는데 어째 손님이 별로다. 당신이나 나나 피곤한 인생이구나 싶은 게 괜한 웃음만 나온다. 한참 전에 한 살 아래인 육촌동생이 차를 끌고 다니며 먹골 배밭 근처에서 통닭장사를 했는데 팔다가 남아서 버리는 게 반이었다.

그래서 한가한 날이면 아내에게 사진관을 맡기고 먹골배나무 밑 통닭구이차를 찾아가고는 했다. 그리고는 너무 익어서 통나무보다 더 딱딱한 통닭을 안주삼아 낮술에 취해주는 자비를 베풀고는 했었다. 낮술에 취해 배나무 밑에서 한잠 자고 일어나면 얼굴 위로 배꽃이 멋진 그림을 그려놓는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각설하고, 퇴근길에 술 한 잔 생각도 있고 해서 들렸는데 세 마리는 많고 두 마리만 주시요 했다. 세 마리에 1만1000원이니 두 마리 8000면이면 나머지 돈으로 소주 사면 딱 맞겠다. 그런데 이 양반이 두 마리를 넣는가 싶더니 또 한 마리를 주섬주섬 포장을 한다.

회식 딸아이와 마주앉아 질긴 것 서로 먹으란다.
회식딸아이와 마주앉아 질긴 것 서로 먹으란다. ⓒ 조상연

"두 마리만 달랬는데요?"
"한 마리는 서비스!"
"생닭도 한 마리에 얼만데? 4000원짜리 통닭에 서비스는 무슨?"
"이게 너무 구워져서 이 안 좋으신 분들은 못 잡숴요."
"저는 이 안 좋아도 애들이 있으니..."
"그래서 드리는 거여요."

만 원짜리 한 장을 드렸더니 거스름돈을 주신다. 거스름돈은 됐습니다. 생닭도 한 마리에 얼마인데! 하면서 극구 돌려주려는 거스름 돈을 뒤로하고 돌아섰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아저씨 빙그레 웃으시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쁘시든지 쫓아가서 볼따구니를 확 깨물어 놓을 뻔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발걸음도 가볍게 흥타령이 절로 나온다.

거스름돈으로 소주를 사려했던 것이 결국은 만 원짜리 한 장을 허물고 말았는데 그래도 좋았다. 딸아이와 마주앉아 소주잔을 기우리며 생고무처럼 질긴 통닭은 젊은 네가 먹고 보들보들한 통닭은 늙은(?) 애비가 먹자 했더니 눈을 위아래로 치켜뜨는 게 꼭 애비 잡아먹을 것 같은 기세다.

결국 생고무 통닭은 내가 먹고 말았는데 자꾸만 통닭아저씨의 미소가 떠올라 술 한 병이 다 비워질 때까지 미친놈마냥 희죽 거렸다. 딸아이는 연신 고개를 갸우뚱 거리지만 거스름돈 2000원으로 산 행복치고는 너무나 과분한 행복이었다.


#옥돌바베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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