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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부분의 학교에서 봄방학이 시작되었다. 많은 학교에서 2011년에 운영할 학교교육과정계획도 거의 세웠거나 수정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여전히 전국 초등학교가 알게 모르게 수업시간 때문에 학교와 교육청간에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 이유는 이명박 정부가 영어몰입정책의 하나로 2008년에 초등학교 영어시간을 주당 1시간(연간34시간)씩 늘려 1년수업시간을 1052시간에서 1088시간으로 늘려놓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영어배우자고 초등학생도 7교시 하다니, 초등학교 교사가 왜 수업시간 계산도 못하냐구요?

 교과부의 초등영어교육홍보사이트입니다. 2008개정영어교육과정의 개정배경, 바뀌는 내용, 도움 자료등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교과부의 초등영어교육홍보사이트입니다. 2008개정영어교육과정의 개정배경, 바뀌는 내용, 도움 자료등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 교과부자료캡처

교과부는 32시간, 교육청은 33시간 - 누구 말이 맞지?

올해는 1-4학년에 이어 5, 6학년에도 2007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되어 새로운 교과서로 공부를 하게 된다.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짤 때는 1년간 학교에 나올 날짜(수업일수)를 먼저 계산하고, 학년별로 운영할 연간수업시간을 결정하여 주별로, 요일별로 배정하게 된다. 이렇게 배정하다 보면 2010년의 경우 1, 2학년은 25시간, 3, 4학년은 30시간, 5, 6학년은 32시간씩으로 시간표를 짜게 된다. 1년으로 계산하면 보통 34주 기준으로 1, 2학년은 850시간, 3, 4학년은 982시간, 5, 6학년은 1054시간이 된다. 올해는 5, 6학년에 영어 34시간이 늘어 1088시간이 된다.

 서울의 한 학교에서 교육과정운영계획에 따라 연간시간계획을 짠 것입니다. 5, 6학년의 경우 주당수업시간을 19-32시간으로 짜더라도 연간총계가 1088시간보다 11시간이나 많은 1099이 됩니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은 1088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33시간으로 고치라고 뒷북을 치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학교에서 교육과정운영계획에 따라 연간시간계획을 짠 것입니다. 5, 6학년의 경우 주당수업시간을 19-32시간으로 짜더라도 연간총계가 1088시간보다 11시간이나 많은 1099이 됩니다. 그런데 서울시교육청은 1088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33시간으로 고치라고 뒷북을 치고 있습니다. ⓒ 신은희

그런데 5, 6학년 수업시간을 32시간으로 하느냐, 33시간으로 하느냐로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33시간을 해야 한다는 것은 서울, 경북 등 일부 교육청의 입장으로,  영어시간이 주당 1시간 늘어났으므로 주당수업시간도 자동으로 33시간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서울시교육청과 경북교육청의 지침
5, 6학년 영어 수업 시간수 증가
   • 2011학년도부터 적용 : 주당 1시간씩 증가(주당 평균 수업시수 33시간)
- 서울시 교육청 장학자료 4쪽

2008 개정 교육과정에 따르면 초등학교 3~4학년 영어 수업시수는 연간 68시간(주당 2시간), 5~6학년은 연간 102시간(주당 3시간)으로 편성․운영하게 되어 있으며 주당 수업시수는 평균적으로 3~4학년은 30시간, 5~6학년 33시간 운영하도록 되어 있음  - 경북교육청 2011학교교육과정편성유의점 1쪽


여기에 반대하는 의견은 교육과정총론을 보면 학교는 연간수업시간 내에서 운영하면 되고, 현재처럼 32시간을 운영해도 충분히 연간 1088시간이 확보되므로 굳이 주당수업시간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교과부도 2008년도에 영어수업시수확대정책을 발표하면서 주당수업시간을 32시간으로 발표하였다.

수업시간 운영은 학교의 재량권, 교육청 월권하지 말아야

현재 학교의 주당수업시간에 대해서는 교과부에서 일률적인 지침을 제시하지 않고 연간수업시간을 지키는 선에서 자율적인 운영이 보장되어 있다. 그래서 겨울방학에 여러 학교가 교육과정총론을 참고해 5, 6학년의 경우 이미 주당 32시간만 해도 연1088시간보다 몇 시간 많은 학교교육과정을 짰다. 그런데 뒤늦게 내려온 교육청의 장학지침 때문에 주33시간으로 계획을 뜯어고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학교는 33시간 안하고도 1091시간으로 짰는데, 교육청땜에 바꿔요."
"00초도 1092시간 나왔어요."
"00초는 1099시간이나 되는데 왜 바꿔야 하지요?"
- 서울 교사들의 불만

이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교육청이 교육과정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월권을 한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교육청이 수업시간을 가지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 자체가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이다. 90년대 초반에 고시된 6차교육과정은 "학교는 교과서가 아니라 교육과정을 가르쳐야 한다"며 교사들의 교육과정 자율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주당수업시간논쟁의 가장 큰 주범은 누구일까? 당연히 초등학교 상황을 무시하고 영어수업시간을 늘린 교과부이다. 이 문제는 2008년도부터 예견되었지만 당시 교과부는 보도자료에 주당 32시간으로 발표하였다. 이것이 비난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었다면 지금이라도 일부 교육청의 월권행위를 빨리 시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33시간으로 늘리면서 7교시를 만든 학교에 대해서도 시정조치를 내려야 한다. 이렇게 무리하게 주당수업시간을 늘리면서 학부모들의 의견도 묻지 않고 진행한 학교에 대해서도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

시수논쟁의 본질은 문제투성이 교육과정과 초등학생의 학습부담

일부에서는 주당 32시간, 33시간이 왜 문제인가 이야기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수업시간계산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교과부의 교육과정정책에 대한 문제제기와 이에 맞서 초등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교육철학이 깔려 있다.

인수위시절부터 시작된 이명박정부의 영어몰입정책은 결국 초등학생들의 수업시간을 연간 34시간이나 늘리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가뜩이나 초등학생들이 교과내용도 어렵고 학급당 학생수도 많은 상황에서 주당수업시수를 1시간 더 늘리는 것은 학습부담이나 신체발달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교과부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분명히 5,6 학년 주당수업시간을 32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자료가 맞다면 일부 교육청의 월권행위를 바로 잡고, 이 보도자료가 맞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대국민사과(특히 초등학생)를 해야 합니다.
교과부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보면 분명히 5,6 학년 주당수업시간을 32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 자료가 맞다면 일부 교육청의 월권행위를 바로 잡고, 이 보도자료가 맞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대국민사과(특히 초등학생)를 해야 합니다. ⓒ 신은희

그렇지만 초등학생이 7교시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비판에 정치적 부담을 가졌는지, 주당 32시간이 박힌 보도자료를 내 놓아 상황을 모면했다. 당시 많은 교사들이 이런 취지를 살려 초등학생이 주당 33시간을 하는 상황은 막아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수년 전부터 선진국과 비교할 때 고등학생들의 수업시간도 33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초등학생이 주당 33시간이 된다는 건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교과부와 교육청, 교육과정 지원정책에 집중해야

여기에 2007개정교육과정은 모든 교과가 학년 수준보다 높고 양이 많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오죽하면 교사들 사이에서 올해 5, 6학년을 어떻게 가르치냐는 한숨이 나올 정도이다. 6학년은 교과내용을 보충할 것이 많아 교사들이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이 앞선다. 6학년 영어책을 받아든 아이들은 책이 너무 두꺼워 기겁을 할 정도이다.

그렇지만 교과부와 교육청의 교육과정 지원은 거의 없다. 2011년 올해 5, 6학년은 2007개정교육과정이 적용되지만, 2008년도에 영어수업시간을 늘려서 2008개정교육과정으로 2가지 교육과정이 같이 적용된다. 여기에 반쪽자리 월2회 주5일제 적용을 위한 34시간 감축, 학교자율화로 교과별 시수 20% 증감과 창의적 체험활동 운영 등 갖가지 정책과 지침이 혼재되어 학교는 혼란에 빠져있다.

교육과정개정과정에서 생기는 학생들의 학습결손을 해소하기 위한  교재를 인쇄해달라는 요구도 교과부, 교육청 모두 외면하였다.(보충교재가 없어 공부를 못해요. 책 좀 주세요.) 이런 상황에 교과부나 교육청의 지침까지 서로 달라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2010학년도에 4, 5, 6학년이 꼭 공부해야 할 보충교재입니다.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학년간 내용도 오고가서 못배우는 내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4학년은 과학, 5학년과 6학년은 수학입니다. 교과부나 교육청 모두 학생용교재를 보급하지 않아서 우리 학교에서 자체 예산으로 인쇄하여 2월에 공부하였습니다.전국적으로 학생용교재를 주면서 공부한 학교가 많지 않을 것입니다.
2010학년도에 4, 5, 6학년이 꼭 공부해야 할 보충교재입니다.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학년간 내용도 오고가서 못배우는 내용이 있기 때문입니다. 4학년은 과학, 5학년과 6학년은 수학입니다. 교과부나 교육청 모두 학생용교재를 보급하지 않아서 우리 학교에서 자체 예산으로 인쇄하여 2월에 공부하였습니다.전국적으로 학생용교재를 주면서 공부한 학교가 많지 않을 것입니다. ⓒ 신은희

새로운 교육과정을 가르치기 위한 교사 연수도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교과부에 실험본검토학교 내용으로 전국교사를 위한 연수를 하면 안되냐고 물으면 교육청이 할 일이라고 미룬다. 교육청은 교과부가 할 일이라고 미루고, 교육과정총론에 나온 이야기만 읊어준다.
 
5, 6학년 2007 개정 교과서 및 교사용 지도서 활용 연수 실시
• 연2회 : 2월, 8월 - 서울시 장학자료 8쪽

사실 서울은 그렇지 않아도 지역보다 여러 교육환경이 좋은 상황인데, 교육과정 연수까지 해주어서 부럽다는 교사들이 많다. 교과부가 몇 년 째 교육과정 지원을 방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보교육감이 있는 서울시교육청이 다른 지역에도 이런 자료를 제공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교과부나 교육청이 수업시간운영은 학교에 맡기고 각종 지원정책으로 학생들의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더 힘을 쏟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그동안 초등학교 교육과정운영과 관련된 논쟁과 문제를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개밥의 도토리가 되어버린 6학년 역사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초등영어수업시간#2007개정교육과정#영어몰입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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