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강씨가 쓰고 H학원이 보관하고 있는 차용증서.
강씨가 쓰고 H학원이 보관하고 있는 차용증서. ⓒ 윤근혁

 

서울에서 중고교를 운영하는 사학법인인 H학원과 한 건축주 사이에 18억 원이란 법인 돈의 용도를 놓고 말썽이 일고 있다. 건축주는 "사학이 불법 사채를 나에게 풀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해당 사학은 "토지 매매 대금을 지불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고리대 계약서' 작성 자체로도 파문일 듯

 

H법인은 2009년 4월 경매 위기에 몰린 건축주 강아무개씨에게 '연 48%의 선이자로 18억 원을 빌린다'는 내용의 차용증서와 함께 토지매매계약서를 받고 법인 돈을 지출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사학재단이 고리대금 의혹으로 말썽이 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어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자신의 땅(경기 화성시 정남면 일대 임야 9223㎡ 등)에 골프장을 짓다가 빚에 몰린 강씨는 같은 해 4월 23일 "채권자 학교법인 H학원(이사장 권○○)"을 명시한 차용증서와 근저당설정계약서,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이 서류를 작성한 곳은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임아무개 법무사사무소였고, 이 자리엔 H학원 대리인인 최아무개씨 등이 동석했다는 게 임 법무사 사무소와 강씨의 주장이다.

 

기자가 입수한 차용증서에는 차용금은 18억 원이었고, 변제기일인 같은 해 7월 23일까지 연 48%의 이자를 선지급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 또한 변제기일이 지난 뒤에는 연 36%의 이자를 물기로 되어 있었다. 고리대금이기 때문에 이자제한법 '제2조(이자의 최고한도) ①항'의 취지에서 벗어난 내용이었다. 이 조항에는 '금전대차에 관한 최고이자율은 연 40%를 초과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날 골프장 토지에 대한 근저당설정계약서도 함께 작성했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임 법무사에 따르면 "강씨가 자신의 토지에 대해 27억 원의 근저당 설정권을 채권자인 H학원에 써준 것은 돈을 빌린 것을 증명하는 것이지 토지 매매이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임 법무사 사무소 신아무개 사무장도 "토지를 매매했다면 부동산에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왜 우리 사무소에 왔겠느냐"고 말했다.

 

강씨는 "그 당시 H학원 대리인이 소개업자를 통해 15억400만 원인 내 채무금을 대신 갚아주겠다고 하면서 선이자를 포함해 18억 원을 빌려준다고 한 것"이라면서 "당시 경매 위기에 몰리다 보니 급한 마음에 원금이 18억 원으로 되어 있는 차용증서에 도장을 찍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H학원 쪽은 차용증서와 근저당설정 계약서의 존재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강씨에게 돈을 빌려준 것이 아니라 토지 매매대금을 지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학원이 내세운 증거는 차용증서 작성 당일에 함께 적은 부동산 매매 계약서.

 

 강씨와 H학원이 작성한 매매계약서.
강씨와 H학원이 작성한 매매계약서. ⓒ 윤근혁

 

H학원 이사장이 매수인으로, 강씨가 매도인으로 작성된 이 계약서를 보면 골프장 토지 잔금 18억 원을 4월 23일에 지불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토지 인도일은 적혀 있지 않았다. 돈은 주었지만 당시에 토지를 인도받은 것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H학원 유아무개 사무국장은 "경매에 몰린 강씨가 토지를 싸게 내놓아 18억 원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이전에 잡힌 근저당 해소 등 서류 처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 7월 23일까지 유예기간을 준 것"이라면서 "강씨에게서 차용증서를 받은 이유는 돈을 빌려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도 그때까지 근저당 설정을 해야 하는 데 차용증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토지 인도일을 연장해주는 대신 안전을 위해 근저당설정과 함께 차용증서를 받았다는 얘기다.

 

유 국장은 또 "강씨에게 높은 이자로 돈을 빌려줬다면 이자를 받아야 했지만 법인이 이자를 전혀 받지 않았다"면서 "사학법인이 무엇이 아쉬워서 사채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같은 해 3월과 5월에 서울시교육청에 '토지 매매' 사실을 보고한 서류도 반박 증거로 제시했다.

 

H학원 소장도 "금전대여", 해당 학원 "법률용어일 뿐"

 

 문제가 된 골프장 토지.
문제가 된 골프장 토지. ⓒ 윤근혁

 

하지만 2009년 당시 강씨의 토지대장을 보면 H학원이 구매했다고 주장하는 골프장 부지와 진입로의 공시지가는 24억900만 원이었다. 강씨는 "시가는 공시지가의 2배가 넘는데 당시 시가가 60억 원이 되는 토지를 내가 18억 원에 팔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강영구 변호사(전교조 법률지원국장)는 "사채 계약에서는 차용증과 함께 근저당설정, 그리고 토지매매계약서까지 작성하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실제로 H학원이 2009년 9월에 수원지법에 낸 소유권이전등기 소장을 보면 "당시 피고(강씨)는 채무가 있는데도 이를 해결하지 못해 토지 건물이 타에 처분될 처지에 있으니 18억 원의 돈이 필요하다면서 위 돈의 금전대여를 부탁했다"고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서도 유 국장은 "그 당시 금전대여라고 한 것은 돈을 대여한다는 뜻이 아니라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은 부동산 매매금액을 법률용어로 표현한 말"이라면서 "같은 소장에서도 '금전대여는 할 수 없고 토지 건물을 매도할 것을 우리가 제의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해명했다.

 

현재 강씨의 골프장 토지는 H학원이 2010년 9월 임의경매를 통해 소유권을 이전 받은 상태다. 하지만 강씨가 '불법 사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경매이기 때문에 억울하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검찰 등에 보내는 등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냅니다. 


#사학재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