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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취임 3주년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북악산에 올랐다. 산에 오르던 이 대통령이 쉬는 시간에 기자들에게 오이를 던져주고 있다.
 25일 취임 3주년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북악산에 올랐다. 산에 오르던 이 대통령이 쉬는 시간에 기자들에게 오이를 던져주고 있다.
ⓒ 손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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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오는 25일 취임 3주년을 맞는다.

그러나 구제역과 물가·전세대란, 저축은행 연쇄인출 사태 등 민생을 흔드는 악재들이 줄줄이 터지면서 대선 때 내세웠던 '경제 대통령' 이미지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 대통령이 대선 때 비현실적인 공약을 남발한 것이 집권 후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도 있다.

권력을 잡은 뒤 이 대통령은 틈날 때마다 '긍정적 사고'를 강조했다.

"비관적·비판적 생각을 갖고는 뜻을 이룰 수 없다. 된다는 생각, 적극적·긍정적 사고를 가져야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온다"(2008년 4월 30일), "어려울 때 희망 이야기해 달라" (2009년 2월 26일 생활공감 주부모니터단 출범식), "어느 사회든지 구성원들이 긍정적 사고 가지고 적극적으로 하면 안 될 게 없다" (2009년 12월 29일 생활공감 국민행복 실천대회), "개인이든 국가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나라는 발전하게 돼 있다"(2010년 5월 12일 월드프렌즈 코리아 발대식)는 어록을 남겼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 대통령만큼 '이전 정권 때리기'로 대선에서 재미를 본 후보도 없다. 그는 '노무현 정부=무능 정부'라는 낙인을 찍어 스스로를 경제 살리기의 적임자로 부각시켰고, 이 같은 전략은 대선에서 주효했다.

- "어제 언론에 보니 1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쉬고 있다고 한다. 서민경제, 민생경제가 위기다. 사람들을 만나면 금년을 넘길 수 있을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2007년 1월 16일 서울신기술창업센터 방문, 이하 2007년)
- "요즘 갈 곳 없는 젊은 사람들이 120만 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2월 22일 한나라당 중앙위원 서울시연합회장 취임식 축사)
- "우리나라에 문제가 있다면, 딱 하나 국가의 리더십이 없는 것이다." (4월 8일 드림포럼 강연)
- "이 정권은 나라 살림은 못 해도 선거전략 세워서 공작하는 것은 굉장히 발달돼 있다." (5월 31일 제주지역 한나라당 당원협의회 간담회)

이 대통령은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이 좋은 정책을 많이 만들어 내지만 문제는 어떻게 이를 실현하느냐"(2007년 7월 26일 한나라당 부산 경선후보 합동연설회)라며 기존 정치인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도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쏟아야 할 중대한 시점에 개헌 논의로 또다시 많은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 대통령은 개헌보다 민생에 전념해주길 바란다"(2007년 1월 9일)고 일축했다. 지금 야당과 여당 친박계의 개헌반대 논리를 4년 전에 몸소 실천한 '선구자'인 셈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연간 60만 개씩, 5년 임기 내 3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유권자들의 환심을 샀다. 그러나 취업자수는 2007년 2343만3000명에서 2010년 2382만9000명으로 40만 명 증가에 그쳤다. 막상 집권하자 이 대통령은 "눈높이를 낮춰라. 솔직히 말씀드리면 서울대 나와서 직장 못 구한 사람들이 지방 중소기업에는 가지 않는다"(2009년 1월 30일 SBS 대통령과의 원탁대화)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매년 20조원 예산 절감' 공약 어디로 갔나 

2007년 12월 3일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경기도 의정부 중앙로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답례 인사를 하고 있다.
 2007년 12월 3일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경기도 의정부 중앙로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답례 인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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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의 많은 공약들이 처음부터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대선 때만 해도 이런 문제점을 제대로 들여다보기는 쉽지 않았다. '매년 20조원 예산 절감'도 허언으로 끝난 공약 중 하나다.

- "경직성 예산은 줄일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한쪽 눈을 감고도 20조는 줄일 수 있다." (2007년 1월 23일 서울대법대 최고지도자과정 특강, 이하 2007년)
- "국가예산을 한해 20조 원 이상 줄일 수 있는 비결책을 이미 마련해 놓고 있다. 구체적인 내역을 발표하면 사방에서 시비를 걸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하지 않고 있지만 기업경영 마인드를 갖고 예산 편성과 집행 절차를 조금 바꾸면 20조 원은 아주 쉽게 줄일 수 있다. 참여정부가 지난 4년간 군사작전처럼 세금을 늘리면서 막대한 예산을 썼는데 도대체 어디에 돈을 썼는지 알 수가 없다." (2월 2일 대구경영자총협회 초청 조찬간담회 특강)
- "대한민국 예산 몇 가지 예산만 줄여도 1년에 20~30조 절감할 수 있다. 세금 올려야 기껏해야 3~5조밖에 올라가지 않는데 그럴 바에야 낭비를 줄이자." (6월 1일 한국의 힘 인천포럼 주최 특강)

- "20조 절감하면 보육비 다 대주고 하는데 문제될 게 없고, 교육제도를 바꾸어서 사교육비 들지 않게 만들면 우리 어머니들이 얼마나 좋겠어요?" (4월 8일 드림포럼 강연)
- "대한민국 예산이 200조쯤 되는데 제가 들여다보니 20조는 별로 어렵지 않게 줄이겠더라. 20조 줄이면 다 어디 쓸지 생각해 놨다. 기름값이 너무 비싸서 10% 깎아주면 어떨까? (청중 박수) 그렇게 하면 3조 깎인다. 그 다음에 중소기업 법인세 깎아주면 6조. 거기서 보육비 2조3천억을 또 떼서 쓰겠다. 그래도 7~8조가 남는다. (7월 3일 인천시당 초청 당원교육 및 공작정치 규탄대회 연설)

이 대통령은 예산절감의 비책에 대해 "서울시장 재임 시절의 부채 5조 원을 2조 원으로 줄였는데, 이런 시스템을 중앙 정부에 적용하면 20조 원은 별 어려움 없이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언급한 서울시 부채는 서울지하철공사의 건설부채를 지칭하는 것이라는 게 밝혀졌다. 서울시 부채규모도 실제로는 오세훈 시장으로 바통이 넘어간 2006년 11조7000억 원에 이르렀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이 대통령이 기업을 운영할 때는 분식회계가 횡행했는데, 서울시의 경우도 장부상으로 부채를 덮어놓은 것이다. 이를 근거로 예산 20조 절감을 얘기하는 대통령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20조 예산 절감' 얘기는 대통령이 되자 쏙 들어갔다. 오히려 정부 예산은 2009년 283조6600억 원, 2010년 292조8000억 원, 2011년 309조567억 원으로 해마다 늘기만 했다. 이 대통령이 예산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2008년 (256조1721억 원) 대비 20.6%가 늘었다.

한나라당이 줄곧 얘기해온 '작은 정부, 큰 시장'도 자신은 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 "작은 정부, 큰 시장… 다 이야기하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는지를 잘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그것이 실천이 잘 안 된다. 우리나라의 많은 정치인이나 지도자들이 아무리 이야기하더라도 본인이 그렇게 할 수 있는 실행능력이 없기 때문에 감동을 줄 수 없는 것이다." (2007년 5월 18일 벤처기업협회 특강)

이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정부 부처 몇 개를 줄이는 등 공약을 실현시킬 것처럼 부산을 떨었지만, 3년이 지난 현재 중앙부처 공무원 수는 오히려 1만4166명이나 늘렸다. 청와대 조직도 출범 초에 없앴던 정책실장 자리를 부활시키고, 기획관과 특보 자리도 계속 늘리는 추세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관(1급) 수도 취임 초 52명에서 63명으로 늘었다.

"대도시 거주하는 무주택 신혼부부 40%에게 시세의 절반 이하로 아파트를 분양 공급하겠다"(2007년 7월 12일 기자회견)는 약속도 미래 수요와 재원을 고려하지 않은 헛공약이었다.

이 후보는 매년 12만호를 신혼부부에게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취임 1년 만에 국토해양부는 '5만호 공급과 7만호 전세자금 지원'으로 목표치를 깎았고, 그나마도 지난 2년간 공급량은 매년 1만9500가구에 불과한 실정이다.

영광은 자신에게, 실책은 얼버무리거나 타인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2011 신년방송좌담회-대통령과의 대화를 생방송으로 갖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2011 신년방송좌담회-대통령과의 대화를 생방송으로 갖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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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후 세종시와 과학비즈니스벨트 공약을 파기한 것도 정치지도자로서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킨 사건이다.

이 대통령은 2007년 8월 8일 대전지역 당원연설회에서 "대전·충남을 우주 과학의 메카로 만들겠다. 저는 반대할 때는 반대하지만 하기로 마음먹으면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4년이 지난 뒤 대통령의 입장은 "정치적 해결은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지난 2월 20일 오찬간담회)로 바뀌었다.

안국포럼 출신의 한 의원은 "당시에는 세종시 건설에 반대한 전력 때문에 대통령이 충청권 대의원 표심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다. 과학벨트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경쟁에서 비교우위에 서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졸속 공약'을 시인했다.

영광은 자신에게 돌리고 실책은 얼버무리거나 타인에게 떠넘기는 어법도 청와대의 '마사지'에도 용수철처럼 튀어나오곤 한다. 2009년 12월 28일 UAE 원전을 수주한 뒤 귀국하자마자 중소기업인들 송년회에 참석해서는 "내가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 실패할 경우의 이미지 손상을 걱정해서 안 갔겠지만 기업인 출신이기 때문에 막판 담판을 지을 수 있었다"고 자찬했다. 그러나 최근의 UAE 원전 수주 논란에서 보듯 "기업인 출신이니 외국과의 협상력이 좋다"는 세간의 평가도 '속 빈 강정'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이 대통령의 경제비전을 응축한 747(7% 경제성장률, 1인당 국민소득 10년 내 4만 달러, 10년 내 세계 7대 강국) 공약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후보시절 이 대통령에게 747은 대한민국의 모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었다.

- "다음 임기 중 국민소득 3만 달러 만들 수 있으면 지역간, 세대간, 이념간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잘살게 되면 모든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2007년 3월 7일 여수상공회의소 특강)
"최소한 (한해) 7% 성장은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대통령이 리더십만 제대로 발휘해도 한해 경제성장률을 1~2% 포인트는 올릴 수 있다" (2007년 5월 18일 벤처기업협회 특강)
- "경제지도자가 나오면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위한) 민자 유치를 국내에서 할 수 있고 7% 성장도 반드시 가능하다. 본인(노무현 대통령)이 못한다고 해서 남이 못한다고 할 수 없다" (2007년 6월 3일 기자들과 만나)

그러나 대통령이 되자마자 그는 "올해 7%는 당장 달성할 수 없겠지만 6%는 되지 않겠냐 "(2008년 1월 14일 신년 기자회견)며 목표수치를 슬그머니 하향조정했다. 심지어 "경제가 어려워 심지어 1% 성장하면 다행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는 말도 했다(4월 25일 18대 총선 낙선·낙천자 초청 만찬).

2008년 7월 7일 일본 <교도통신> 인터뷰에서는 "임기 중에 공약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또 다시 말을 바꾸고, 같은 해 8월 14일 <야후닷컴> 인터뷰에서는 "(747은) 당장 금년의 이야기가 아니고 10년 내에 이룰 수 있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공약의 책임을 사실상 차기 대통령에게 떠넘겼다.

2008년 747의 허상이 드러나고 미국발 금융위기가 도래한 후에는 "몇 년만 더 참자"는 식의 뜬구름 잡는 발언이 잦아졌다.

- "정부도 국민 여러분께서 조금만 더 참으시면 1년에서 1년 6개월 후면 성과를 볼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일해 나가고 있다" (2008년 5월 13일 전국 중소기업인대회, 이하 2008년)
- "국민에게 당장 희망을 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 1년 이후부터는 대한민국 경제가 좋아지는구나 하는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5월 16일 무역투자진흥회의)
- "아마 내년 말쯤이면 우리 경제가 다시 나아질 것이다." (9월 11일 라디오연설)
- "내년이 아마 가장 어려운 한해가 될 것 같고, 그 가운데서도 내년 상반기가 가장 힘든 기간이 될 것" (12월 16일 2009년도 경제운용방향 보고대회)

"올해 경제가 어려워 젊은 장병들이 제대하고 난 뒤 일자리 걱정할 것이다. 지금 근무하는 사람들이 제대하는 2년 뒤는 한국경제가 좋아지는 시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해달라." (2009년 1월 1일 강원도 양구 GOP 대대장과의 통화)

2009년 1월 입대 사병들은 대부분 사회에 복귀했지만 대통령의 말처럼 경제가 회복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태그:#이명박, #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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