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이다. 요즘은 청춘이라는 단어가 실종된 것은 아닐까 싶은 정도로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사용되지 않는 사어(死語)가 된 듯 하다. 청춘이란 말을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쓰지 않는 것을 보면 과연 젊음의 원 뜻이 실종된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청춘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파리해진 젊음.
열정세대. 희망세대라고 불리어도 모자랄 나이에 그 좋은 이름 다 놔두고 88원 세대, 돈, 집, 결혼이 없는 3무(無)세대, 불안세대와 같은 삭막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20대다. 방황할 권리조차도 박탈당한 듯한 세대, 사회가 들이대는 학력의 칼날에 상처입고 모험과 낭만, 방황, 객기와 거리가 먼 젊음.
그것들 대신에 취업과 토익과 학점 따위의 스펙이 대신하고 변화와 불안과 경쟁과 위기가 오히려 젊음과 더 근접한 이미지로 자리한 젊음들. 청춘이라는 말조차도 떠올리지 않는 젊음들이다. 저자는 좌절하고 있는 젊음의 생존법은 감히 '독서'라고 단언한다.
책에 미친 청춘
"사회가 들이대는 학력이라는 칼날에 상처 입었는가? 그렇다면 책을 읽어라. 당신만의 대학을 세우고 이 세상 어떤 명문대학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 당신만의 지식으로 무장하라. 진정한 사랑과 행복의 가치를 고민하는가? 그렇다면 즉시 책을 들어라. 심금을 울리고 영혼을 두드리는 사랑과 모든 우대한 사람들이 펼쳐 보이는 삶의 가치를 가슴에 새겨 넣어라!"
<책에 미친 청춘>(김애리/MIDAS BOOK), 제목부터가 신선하다. 이 책은 저자가 17세 때부터 지금까지 책에 미쳐 천여 권의 책을 읽었고, 책이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세계라고 생각하여 지금도 한 해 200여 권의 책을 읽고 있다는 저자가 그 천여 권의 책 중에서 각 대학 및 기관의 추천도서, 대형서점 베스트 혹은 스테디셀러, 인구에 회자되는 고전, 대한민국 청춘들이 고민하는 테마에 부합되는 주제를 가진 도서목록을 뽑아 그 공통분야를 찾아 추려 낸 책들로 묶은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저자가 지난 십 년간 자신의 영혼을 물들인 천여 권의 책 가운데서 감동하고, 사랑하고, 희구하고, 전율하기를 원하는 청춘들을 위해 골라서 뽑은 책들 중의 책들이다.
책은 '넘어지고 깨지는 것은 젊음의 특권이다(1부), '우리가 가진 전부는 '지금, 이 순간뿐이다.'(2부), '생이 당신에게 허락한 모든 것을 경험하라'(3부),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다'(4부), '목숨을 다해 사랑하라'(5부), 끝으로 에필로그에서 책 속의 고전' 등의 순서로 구성되었다.
'넘어지고 깨지는 것은 젊음의 특권이다'(1부)에서는 어차피 청춘이란 넘어지고 깨지는 시절이다. 그러니 청춘, 더 많이 넘어지고 깨지라고 말한다. 실패를 경험한 청춘들, 그들의 고민과 방황, 갈등을 다룬 책들, 즉 다치바나 다카시의 <청춘표류>, 무라카미 하루키 <슬픈 외국어>, 그 밖의 책들에서 위로의 단서를 찾는다. 일본의 유명한 저널리스트 바치바나 다카시의 책 <청춘표류>는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기까지 방황하고 울부짖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부끄러움 없는 청춘, 실패 없는 청춘을 청춘이라 부를 수 있을까? 청춘은 세월이 흘러 그 시기를 벗어나봐야 그때가 바로 자신의 청춘이었음을 깨다든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청춘의 한가운데서서 '음, 이게 바로 청춘이지'라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은 천박한 정신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어지간한 사람에게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과연 이것이 청춘인가를 느껴 볼 겨를도 없이 온 힘을 다해 열중하고 있는 동안 청춘은 지나가고 있다. 나도 그랬다. 어느 날 갑자기 청춘이 끝나버렸다는 사실을 알았다...그때가 내 방황이 이제 끝났구나 하고 알아차린 시기이다."
20대, '탱탱한 피부와 뛰어난 체력을 제외하면 번듯이 이루어 놓은 그 무엇'도 없이 컴컴한 터널을 무수히 지나가야 하는 시간'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내가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진실을 조금이라도 배운 것은 20대의 나날이었다'고 <슬픈 외국어>에서 고백한다. 그의 20대는 도서관에서 고전들과 함께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온몸을 부딪쳐 방황하며 세상을 알아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진짜 배움, 진짜 대학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 시대 우리사회는 젊은이들에게 방황하는 젊음을 허락지 않는다. '땡'하고 스무 살이 시작되자마자 학점관리, 봉사활동이나 외국어 성적, 자격증 취득, 인턴 등 각종 사회활동과 어학연수 등에 매달리면서 그 사이의 공백기가니라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 청춘만이 제대로 된 청춘이고 철든 청춘이라는 암묵적인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생산적인 방황은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방황하는 청춘, 그대, 이 책을 읽으면서 위로를 얻을진저.
'우리가 가진 전부는 '지금, 이 순간'뿐이다'(2부)에서는 에크하르트 톨레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라이너 마리아 릴케<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빈센트 반 고흐<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반 고흐, 우정의 대화>,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등을 통해 지금 이 순간, 현재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내가, 당신이 꿈꾸는 내일이다. 톨스토이의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에서 이런 구절이 눈에 띤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때는 현재이며,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며,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
'생이 당신에게 허락한 모든 것을 경험하라'(3부)에서는 '세상은 자신의 목표를 향해 전심전력을 다하는 사람에게 길을 열어준다'(랠프 에머슨)는 것을 상기시킨다. 리처드 바크 <갈매기의 꿈>에서, 조나단 리빙스턴은 먹이를 찾는 비상 그 이상을, 비상을 위해 홀로 노력한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다'(4부)에서는 피터 드러커 <피터 드러커 자서전> , 하워드 가드너 <열정과 기질> 등을 소개하면서 완벽은 없다할지라도 언제나 완벽을 추구한 인물들, 피터 드러커, 여든에도 불구하고 12시간씩 작곡에 열중했던 주세페 베르디, 두려움을 극복하고 삶의 역경에 도전한 칼리 피오리나. 장애가 인생의 행복에 걸림돌이 될 수 없다고 생각, 누구보다도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오토다케 히로타다 등을 소개한다.
이탈리아 출신의 유명한 작곡가였던 주세페 베르디는 여든 살의 나이에도 새벽 4시부터 오후 4시까지 커피 하 잔만을 마신 채 작곡에만 열중하는 무서운 노력파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나는 쇠붙이에 불과했다. 그러나 평생 면도날이 되고자 애썼다'고 했고, 존F.케네디는 '그대들이 일생의 일로서 무엇을 선택하든 개의치 않겠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하던 최선을 다하는 일인자가 되어라. 설령 하수도 인부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세계제일의 하수도 인부가 되어라."
'사랑하라, 목숨을 다해 사랑하라'(5부)에서는 애소니 드 멜로 <깨어나십시오>, 달라이 라마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마누엘 푸 <거미여인의 키스>,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이청준 <벌레 이야기> 등을 소개한다. 인생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사랑'이라는 것이다. 사르트르는 '타인의 지옥'이라고 했지만 피에르 신부는 타인 없이 살아가는 일이 바로 지옥이다. 눈물과 고통을 통해서라도 타인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루이스 스머즈는 <용서의 기술>에서 용서하지 않고서 행복한 삶은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청춘에 대한 배반
저자의 말대로 '책'은 지상에서 가장 위대한 세계다. 책은 인생의 멘토이다. 바로 내가 '읽었고 읽고 읽을' 책이 당신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말해주며, 그 읽어가는 책의 목록 자체가 당신 삶의 자서전이 될 수 있다.
부디 젊은이여, 책에 미친 청춘이 되어 보시라. 책에 미쳐보면 모든 인생길에서 답을 물을 수 있고, 이것이 위대한 친구요 멘토가 되어 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한 권의 책'이다 지금, 당신의 심장을 두드릴 도서목록을 작성해보라.
"누군가는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청춘에 대한 죄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바꾸어 말하고 싶다.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청춘에 대한 배반이다. 무한한 가능성의 날개를 스스로 꺾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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