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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평택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쌍용차 무급휴직자 고 임아무개 조합원 빈소. 고2 아들이 상주로 빈소를 지키고 있다.
 27일 평택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쌍용차 무급휴직자 고 임아무개 조합원 빈소. 고2 아들이 상주로 빈소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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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복직 약속만 지켰어도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겁니다."

26일 아침 숨진 채 발견된 쌍용자동차 무급휴직자 고 임아무개(향년 43세)씨 자택을 방문한 해고자 동료의 안타까운 한마디다. 27일 임씨 빈소가 마련된 경기도 평택시 한 장례식장은 문상객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가족, 친지뿐 아니라 2년 전 함께 파업 투쟁에 참가했던 쌍용차 노조 동료들이 어린 두 자녀와 함께 밤새 빈소를 지켰고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김선기 평택시장 등도 직접 조문했다.

공지영-박혜경 "우리도 돕겠다"... 트위터 통해 800만 원 모금 

숨진 임씨는 2009년 8월 이른바 '쌍용차 옥쇄 파업'에 참가했다 1년 무급휴직자(무급자)로 분류됐지만 지난해 8월 회사가 복직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해직' 상태나 다름 없었다. 파업 후유증으로 우울증을 앓던 부인까지 지난해 4월 목숨을 끊어 이제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2학년 두 자녀만 남은 상태였다. 

임씨 가족 소식이 언론과 트위터를 통해 알려지자 각계 온정도 이어지고 있다. 작가 공지영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아이들 남기고 가면서 죽음보다 더 마음이 아팠을 그분들, 저세상에서 위로받을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호소하면서 유가족에게 500만 원을 보내는 등 이날 오전까지 모금액만 800만 원을 넘어섰다. 가수 박혜경씨 역시 "아빠를 갑자기 보낸 두 친구들에게 좋은 어른이 될 때까지, 아빠, 엄마, 누나로 옆에서 보호자, 친구가 되어주기로 했다"면서 직접 아이들을 만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김선기 평택시장 역시 "두 아이를 시에서 보살피겠다"면서 "쌍용차 경영진을 만났을 때 회사 경영이 정상궤도로 올라오면 무급자들을 복직시키겠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쌍용차, 무급 휴직자 복직 약속 어기고 '희망고문'

하지만 이런 쌍용차 경영진의 약속은 임씨를 비롯한 462명에 이르는 쌍용차 무급자들에겐 약속을 지킬 생각은 없으면서 기대만 잔뜩 부풀리는 '희망고문'에 불과했다.

임씨와 같은 무급자 처지인 최아무개(43)씨는 "언젠가 다시 회사에 들어갈 기회가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회사를 떠났는데 희망퇴직금이나 실업 급여도 못 받고 취업도 어려워 오히려 해고자보다 더 큰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8월 회사가 복직 약속을 깨자 무급자 248명은 지난해 10월 20일 회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숨진 임씨 역시 함께 소송을 냈지만 재판이 두 차례 연기되며 오는 3월 11일 예정된 첫 공판마저 지켜볼 수 없게 됐다.

쌍용차 무급휴직자 고 임아무개 조합원 자택에서 발견된 쌍용자동차 작업화와 작업복. 작업화는 한번도 신지 않은 채 보관돼 있었다.
 쌍용차 무급휴직자 고 임아무개 조합원 자택에서 발견된 쌍용자동차 작업화와 작업복. 작업화는 한번도 신지 않은 채 보관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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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2교대 근무 가능... 무급자 복직은 회사 의지 문제"

쌍용차는 최근 '코란도C'를 발표했다. 5년만의 신차 발표회였지만 이를 지켜보는 무급자들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쌍용차 무급자 단체 류충현 정책실장은 "현재 쌍용차 조립 3팀 가운데 한 팀은 적은 인원으로 한 달 100시간이 넘는 잔업을 통해 다른 팀보다 170% 이상 급여를 받고 있다"면서 "회사에서는 주야간 연속 2교대 근무가 가능해져야 무급자를 복직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 상황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면서 결국 회사 '의지' 문제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쌍용자동차 새 노조에서는 "무급자도 다급하지만 안에서는 일하는 사람이 우선순위"라면서 무급자 문제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다만 해고자들이 주축이 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지부장 황인석)만이 회사를 상대로 해고자와 무급자 복직을 촉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임씨의 죽음은 인과 관계가 분명한 '사회적 타살'"이라면서 "이미 쌍용차 파업 이후 희망 퇴직자들 가운데 1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숨졌고 임씨는 무급자 가운데 첫 사망자"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날 임씨 가족의 20년 삶이 고스란히 담긴 평택의 한 아파트엔 2년 전 회사에서 지급한 걸로 보이는 '작업화'가 단 한 번도 신지 않은 채 보관돼 있었다. 옷장에는 쌍용자동차 작업복들이 깨끗이 세탁한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언젠가 회사에 복직할 수 있으리라 희망을 끝까지 꺾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쌍용차 희망고문'의 증거였다.

쌍용차에선 이날 임씨 빈소에 조화와 장례용품 세트를 보냈다. 하지만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를 통한 유가족 면담 요청엔 27일 현재 공식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임씨의 장례는 유족과 합의해 3일장으로 치르기로 했으며 28일 오전 7시 30분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앞에서 노제를 치를 예정이다.


태그:#쌍용자동차, #쌍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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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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