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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제작소 호프메이커스 클럽회원들이 봉은사 대웅전 앞에서 한 컷
 희망제작소 호프메이커스 클럽회원들이 봉은사 대웅전 앞에서 한 컷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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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아침 7시. 희망제작소 호프메이커스 클럽 회원들이 봉은사에 모여 아침 공양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주지인 진화스님과 박원순 변호사 등 40여 명의 회원들이 참석했다.

간단한 수인사에 이어 식당에서 발우공양을 마친 회원들이 법당에 모였다. 클럽을 대표하는 박원순 변호사의 인사말이다.

 봉은사 주지인 진화스님
 봉은사 주지인 진화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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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프메이커스 회원들에게 인사말하는 박원순 변호사
 호프메이커스 회원들에게 인사말하는 박원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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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텐데 이렇게 많이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세파에 지친 사람들이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해 명상 수련하는 명상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저도 위파사나 명상을 경험해본 적이 있는데 아주 유익했습니다."

"절에 오면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쉬게 하라는 지인의 말에 따라 말을 안 하고 싶지만 오늘은 특별한 말씀을 부탁했으니 한마디 하겠다"는 진화 스님은 참석자 모두에게  법당 뒷벽에 그려진 안수정등도(岸樹井籐圖)를 설명해줬다. 안수정등도는 큰절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불화이다. 안수정등도는 불설비유경에 나오는 인생에 대한 비유이다.

나그네 한 사람이 큰 벌판을 걷다가 미쳐 날뛰는 코끼리 한 마리를 만났다. 그는 놀라 달아나다 다행히 우물을 발견하였다. 마침 우물 안으로 뻗어 내려간 등나무 넝쿨을 붙잡고 간신히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물아래에는 무서운 용이 노려보고 있었고 주위에는 네 마리의 독사가 사방에서 혓바닥을 날름거리고 있었다.

위에는 미친 코끼리, 발 밑에는 용, 사방에는 독사로 오도가도 못하게 된 나그네는 등나무 넝쿨에 몸을 의지하고 있었다. 그 때 어디선가 흰 쥐와 검은 쥐가 나타나 등나무 줄기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안수정등고의 모습. 우리네 인생을  비유한 그림이다.
 안수정등고의 모습. 우리네 인생을 비유한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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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였다. 어디에선지 꿀물이 나그네의 입술에 떨어졌다. 그 달콤한 꿀맛에 자신에게 닥친 두려움과 괴로움을 잊고 꿀물이 떨어지는 쪽을 바라보니 머리 위 큰 나뭇가지에는 몇 마리의 꿀벌들이 집을 짓느라 앉았다 날았다 하는데 그 때마다 꿀이 떨어져 입에 들어갔다. 나그네가 꿀의 단맛에 취해 있는 동안 들불이 사방을 휩쓸고 있었다.

이 그림은 사람의 삶을 비유적으로 보여준 그림이다. 즉 나그네는 인생 그 자체를 , 벌판은 무명장야를, 코끼리는 무상(無常), 우물은 나고 죽는 일(生死), 한 줄기의 넝쿨은 우리의 생명을 각각 뜻한다. 그리고 검은 쥐와 흰쥐는 낮과 밤을, 네 마리의 독사는 육신을 이루는 4대 지수화풍(地水和風)을 가리키며, 꿀물은 오욕(五慾), 벌은 삿된 생각을, 들불은 늙고 병듦, 용은 죽음을 각각 상징한다.

주지인 진화스님의 그림 해설이다.

"저 그림은 우리네 인생을 잘 비유한 그림입니다. 꿀물의 달콤함에 취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망각한 나그네를 통해 그릇된 관념에서 벗어나 삶의 참모습을 깨닫고 정행하도록 하기위해 그려진 그림입니다."

강의를 들은 일행은 경내를 구경하며 판전으로 갔다. 판전은 대장경의 내용을 목판에 글자로 조각하여 종이에 인쇄하도록 된 인쇄용 목재 경전판이다. 일명 장경전·법보전이라 부른다. 법보(경전)는 불교의 3보 중 하나로 불교의 진리를 모아 놓은 곳이다. 비로자나불을 모시고 있으며 1855년 남호 영기율사와 추사 김정희 선생이 뜻을 모아 판각한 화엄경 소초 81권을 안치하기 위해 지은 전각이다.

 추사 김정희가 죽기 3일전에 썼다는 '판전'의 현판 모습. 봉은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추사 김정희가 죽기 3일전에 썼다는 '판전'의 현판 모습. 봉은사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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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6시경 봉은사 대웅전 모습
 새벽 6시경 봉은사 대웅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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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다시 유마경·한산시·초발심자경문·석가여래유적도 등을 더 판각하여 현재 3438점의 판본을 보관하고 있다. 판전은 봉은사에 있는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며 특히 판전 편액은 추사 김정희 선생의 마지막 글씨로 유명하다.

이 현판의 크기는 세로 77㎝, 가로 181㎝이다. 김정희는 1852년(철종3) 북청의 유배지에서 풀려난 뒤 과천에 있는 '과지초당'에 머물렀다. 그곳에서 봉은사를 왕래하다가 1856년 10월 10일에 별세했다. 이 현판은 그가 별세하기 사흘 전에 썼다고 전한다.

삼성동.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바쁘다'라는 핑계로 일상생활 속에 묻혀 자신을 되돌아보기 힘든 현대인들. 회원들이 바쁜 일상을 벗어나 자기 존재와 주변을 돌아보는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문화촌뉴스' 및 '네통'에도 송고합니다



#봉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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