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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9일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이하 교원소청위)에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 출신의 곽창신씨가 새롭게 임명됐다.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에 의해, 교원의 신분보호와 권익신장을 위해 설치된 특별기구인 교원소청위원회 위원장에 전임에 이어 또다시 한나라당 출신 인사가 임명된 것을 두고, 독립성과 설립취지 훼손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시국선언 결정 직전 MB맨이 위원장으로 부임

 

현 정권 최초의 교원소청위 위원장은 전북대 사무국장을 지낸 김동옥씨다. 부임 당시 호남에 대한 지역적 배려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3년 임기가 보장돼 있는 김 위원장이 갑자기 1년 만에 퇴임했고 엄상현씨가 새로 부임했다. 당시 엄 위원장이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 출신에, 이주호 장관의 최측근으로 대통령 인수위 전문위원을 지낸 점에 비추어 교원소청위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셌다(관련기사 : "교원소청위도 MB맨이 장악? 독립성 논란" ).

 

당시는 2010년 3월, 교사시국선언에 대한 소청위 결정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법원에서 유무죄 판결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전교조 교사 징계를 위해 임기 중에 교원소청위 위원장을 교체한 것이고, 엄상현이라는 MB 최측근이 왔다는 추측을 낳았다.

 

예상대로 엄 위원장은 시국선언 징계 교사들에 대해서 모두 해임, 정직 등 중징계를 확정해 버렸다. 이후 법원에서 시국 선언 교사에 대한 해임은 무효라는 결정을 내렸지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교원소청위가 교원을 보호하기는커녕 학교에서 몰아내는 데 들러리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면키 힘들어졌다.

 

이런 엄 위원장이 갑자기 소청위원장 직에서 물러나고 지난 1월 곽창신씨가 후임으로 왔다. 한나라당이나 교과부로서는 3월 예정돼 있는 정당 후원 교사들의 징계 결정에 부담이 클 것이다. 핵심 쟁점이던 정당 가입 혐의는 모두 무죄 또는 면소 판결을 받았고, 월 5000~1만 원의 후원금만 인정하여 기껏 벌금 30만~50만 원, 심지어는 무죄 또는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교사들을 해임, 정직 등 중징계 하기에는 애초부터 무리라는 지적 때문이다.

 

그런데 교원소청위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엄 위원장이 4·27 보궐선거에서 김해을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2 지방선거에서도 출마를 타진했으나 한나라당 공천을 못 받아 접었던 전력에 비추어 보면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던 셈. 중립을 지켜야 할 교원소청위 위원장을 지낸 엄 위원장이 그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여전히 한나라당 정치인이라는 점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다.

 

이후 관심사는 과연 그의 뒤를 이어 누가 교원소청위원장으로 부임하느냐였다. 이 자리에 충북 부교육감 등을 지낸 곽창신씨가 지난 1월 임명됐다. 신임 곽 위원장도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 출신이며 엄상현의 학술정책연구실장 후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원소청위원장까지 그의 후임으로 임명되면서 가히 '포스트 엄상현'이라 불릴 만한 길을 걷고 있다.

 

한나라당 출신이 정당후원 교사 공정하게 심사할 수 있을까?

 

한나라당 출신인 엄상현 전 위원장이 부임 후 처음 교사 시국선언 사건을 맡았고, 신임 곽창신 위원장이 첫 사건으로 정당후원 건을 맡았다는 점에서 정권과 교과부의 의도가 훤히 보인다.

 

사실 민주노동당에 월 5000~1만 원을 낸 교사를 징계하는 것이 정당하다면 한나라당에 수백만 원씩 후원하거나 공천을 신청한 교자들은 훨씬 높은 징계를 받아야 할 것이다. 이 점에 비추어도 한나라당 출신 인사가 민주노동당 후원 교사 징계 사건을 공정하게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한다.

 

MB 정권 들어 일제고사, 시국선언, 정당 후원 등의 사건으로 전교조 교사만 40명 가까이 파면 해임됐지만 교원소청위는 징계가 정당하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해임된 교사 전원에 대해서 법원은 해임 무효 판결을 내렸다. 교원소청위가 정치적 판단으로 전교조 교사들을 학교에서 몰아내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든 이유다.

 

이번 정당 후원 교사 징계 결과에 따라서 교원소청위원회 중립성 훼손 논란, 나아가 교원소청심사위 무용론까지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 출신인 곽창신 신임 교원소청위원장이 보궐선거 출마가 예정된 전 엄 위원장에 이어 교사들을 무더기로 학교에서 몰아내는 결정을 할지, 아니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설립 취지에 맞게 교원의 신분을 보호하는 결정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태그:#한나라당, #교원소청위, #정당 후원,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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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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