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금속세공품
 금속세공품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산토 토메 성당을 보고 나서 가고 싶은 곳이 또 하나 있다. 엘 그레코 미술관(Museo de El Greco)이다. 이번 기회에 엘 그레코의 그림을 마스터하고 싶다. 그런데 중간에 칼을 만들어 파는 기념품점엘 잠깐 들른다. 칼과 금속 세공품들이 즐비하다. 톨레도의 칼은 유럽에서도 가장 강하고 예리한 것으로 유명하다. 한쪽에서는 장인이 쇠를 다루는 모습을 보여준다.

엘 그레코 미술관은 유대인 거리에 있다. 지금은 유대박물관으로 변한 엘 트란지토 유대교당(Sinagoga de El Transito) 옆에 있다. 1911년 처음 문을 열었고, 1990년에 내부와 외부 구조를 개혁해 역사실, 중요작품 전시실, 외부전시실을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런데 내부 전시실을 바꾸기 위해 최근 작업에 들어가 문을 닫은 것이다. 정말 아쉽다. 엘 그레코의 무덤은 톨레도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인 산토 도밍고 엘 안티구오 수도원에 있다. 이제 톨레도를 떠날 시간이다.

다음 행선지는 에스파냐의 수도 마드리드다. 톨레도에서 마드리드까지는 70㎞로 1시간이면 갈 수 있지만, 시내에 진입해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1시간 30분쯤 잡아야 한다. 6시가 되니 해가 넘어가 조금씩 어두워진다. 6시 20분쯤 차는 마드리드 시내 아토차 역을 지난다. 이곳 아토차 역에서 남북으로 이어진 라 카스텔라나 대로(Paseo de la Castellana)가 마드리드의 중심도로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축구장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축구장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이 도로에는 프라도 미술관, 시벨레스궁, 국립 도서관, 신 정부청사, 에우로파 타워, 레알 마드리드 축구장 등이 있다. 우리는 이곳의 야경을 보며 레알 마드리드 홈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구장(Estadio Santiago Bernabeu)으로 간다. 레알 마드리드 구단은 에스파냐 프리메라 리가 최고 명문 클럽이다. 에스파냐 프리메라 리가에서 31회 우승했으며, UEFA 챔피언스 리그 9회 우승, UEFA컵 2회 우승의 경력이 있다.

레알 마드리드 구단은 1902년 창단되어 2002년 100주년을 맞았다. 그래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구장 상단에는 1902-2002라는 로고가 새겨져 있다. 이 구장은 1947년 건설되었으며, 현재 80,354명의 관람객을 수용할 수 있다. 이 구장에서는 2010년 UEFA 챔피언스 리그가 열렸다. 레알 마드리드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축구 클럽이다. 그래서 이 구단 소속의 유명한 축구 선수들이 많다.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대표 선수로는 호나우두, 카카, 이과인, 디 마리아, 아데바요르 등이 있다.

마드리드의 중심지 푸에르타 델 솔과 마요르 광장

 푸에르타 델 솔의 곰 동상
 푸에르타 델 솔의 곰 동상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날씨가 썩 좋지 않다. 비가 올 것 같다. 지금까지는 날씨가 좋았는데 조금 걱정이다. 우산을 준비한다. 우리는 그랑 비아(Gran Via) 거리를 통해 푸에르타 델 솔(Puerta del Sol) 광장으로 간다. 푸에르타 델 솔은 태양의 문이라는 뜻으로 마드리드 대중교통의 중심지다. 지하철 노선이 세 개 교차하며, 시내버스의 출발점과 종점이 이곳인 경우가 많다. 이곳은 에스파냐 각 지역까지의 거리를 재는 교통 원표가 있다.

그렇지만 푸에르타 델 솔 광장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 지하철역이 있고, 카를로스 3세 동상이 있고, 마드리드의 상징인 곰 동상이 있다. 카를로스 3세(1716-1788, 재위 1759-1788)는 에스파냐의 계몽군주였다. 그와 동시대 군주로는 오스트리아의 마리아 테레지아, 프랑스의 루이 15세,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가 있다. 그는 오스트리아와 평화를 유지하며,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시칠리아를 정복했다. 그는 부르봉 왕가 출신으로 에스파냐 왕이 된 펠리페 5세를 계승해서 에스파냐 왕가의 위상을 높였다.

푸에르타 델 솔에서 길은 사방으로 퍼져 나간다. 우리는 서남쪽에 있는 마요르 광장으로 간다. 마요르 광장은 1619년에 생겨 현재까지 에스파냐 근ㆍ현대사의 현장으로 남아 있다. 1790년 화재로 붕괴된 후 129×94m의 사각형 광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광장 주변에는 4층짜리 주거 빌딩이 감싸고 있다. 9개의 출입구를 통해 광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으며, 건물에는 총 237개의 발코니가 광장을 향해 있다.

 마요르 광장의 파나데리아 하우스
 마요르 광장의 파나데리아 하우스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이들 건물의 중심은 광장 북쪽에 있는 파나데리아 하우스(Casa de la Panaderia)다. 파나데리아 하우스는 우리말로 빵집이라는 뜻이다. 처음 이곳 1층에 빵집이 많아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1732년부터 이 건물은 로얄 아카데미 하우스가 되었고, 이후 관공서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는 마드리드시 도서관, 문서보관소, 문화관광국 사무실로 운영되고 있으며, 1층에는 마드리드 관광안내소가 있다.

파나데리아 건물 밖 벽에는 의미 있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 1992년 카를로스 프랑코가 그린 프레스코화다. 이 그림에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그려져 있다. 페르세포네, 디오니소스, 에로스, 키벨레 등이다. 그림을 보니 신화상의 인물들이라 그런지 모두 벌거벗었다. 상당히 에로틱하다. 예술은 역시 에로틱해야 대중성이 있나 보다.

 에로스 그림
 에로스 그림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마요르 광장은 마드리드 시민들의 모임의 장소이자 행사장으로 사용되어 왔다. 시장, 종교재판, 투우경기, 축구경기 등. 마요르 광장 한 가운데는 1916년에 세워진 펠리페3세(1578-1621)의 청동조각상이 있다. 그것은 이 광장이 펠리페3세 때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정치 경제적으로 에스파냐의 위상이 떨어지는 시대의 왕이었다. 네덜란드, 영국과 전쟁을 하면서 국력을 쇠진시켰고, 국내의 정치개혁도 실패했다. 일반적으로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부정적이다.

에스파냐 광장은 세르반테스를 기념하는 광장

 도로명에 사용된 벨라스케스
 도로명에 사용된 벨라스케스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에스파냐 광장을 나온 우리는 산 미겔 시장을 통해 라말레스 광장으로 간다. 라말레스 광장에는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azquez: 1599-1660) 기념비가 서 있다. 벨라스케스는 펠리페4세의 궁중화가로 초상화의 대가였으며, 미술사조로는 바로크에 속한다. 그의 최고 걸작은 1656년에 그린 시녀들(Las Meninas)이다. 그의 그림은 현재 프라도 미술관에 가장 많이 전시되고 있다.

이곳을 지나 우리는 왕궁의 동쪽에 있는 오리엔테 광장으로 간다. 광장 여기저기 동상과 조각상이 있고, 광장의 양쪽으로는 레판토 정원과 카보 나발 정원이 있다. 광장의 동쪽으로는 유명한 왕립극장이 있다. 우리는 왕궁으로 가지 않고, 왕궁 옆으로 나 있는 바일렝 길을 따라 에스파냐 광장으로 간다. 왕궁 입장이 오후 1시로 예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길을 가면서 보니 바로크 양식의 엔카나시온 수도원 건물과 현대적인 의회 건물이 보인다.

 에스파냐 광장
 에스파냐 광장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에스파냐 광장은 왕궁의 북쪽 끝 길 건너에 위치한다. 이곳은 또한 그랑 비아 거리가 끝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에스파냐 광장은 에스파냐에서 가장 흔한 광장 이름이다. 이곳 마드리드에 있는 에스파냐 광장은 일종의 공원 같은 광장으로 나무와 물 그리고 동상과 건물이 잘 어울린다. 에스파냐 광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돈키호테와 산초 판자의 동상이다. 동상이 상당히 사실적으로 만들어졌다.

그 뒤로는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의 석상이 보인다. 이 작품은 발레라라는 조각가에 의해 만들어졌다. 세르반테스는 목에 레이스를 두른 옷을 입고 앉아서는 뭔가 사색에 잠긴 듯하다. 오른손으로는 <돈키호테>로 보이는 책을 잡고 있다. 돈키호테 석상 좌우로는 <돈키호테>에 나오는 여인 둘씨네아(Dulcinea) 공주와 농부의 아내 알돈싸(Aldonza) 조각상이 독립적으로 세워져 있다.

 탑 꼭대기 조각상
 탑 꼭대기 조각상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그리고 세르반테스 석상 뒤로는 탑이 세워져 있는데, 탑 꼭대기 조각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구를 등과 머리로 받친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다. 6대주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세르반테스의 작품을 읽고 있는 모습니다. 세르반테스 문학의 영향력이 전 세계에 미치고 있음을 표현하려는 것 같다.

이 탑 좌우에는 눈에 띄는 건물이 두 개 있다. 하나는 탑의 바로 뒤에 있는 에스파냐 빌딩이고, 다른 하나는 탑의 왼쪽에 마드리드 타워다. 이들은 오타멘디 형제에 의해 1950년을 전후해 세워졌으며 마드리드를 상징하는 건물이다. 에스파냐 빌딩은 높이가 117m이고, 마드리드 타워는 높이가 130m이다. 이들을 보고 나서 우리는 프린시페 피오 기차역 근방에서 한식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그동안 현지음식과 중국음식만 먹어서 그런지 한식이 아주 맛있다.      

왕궁에는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이 가득

 마드리드의 왕궁
 마드리드의 왕궁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식사 후 우리는 다시 왕궁으로 간다. 단체로 미리 예약이 되어 있어서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에스파냐에서는 관광지 입장에서 단체관광객이 대우를 받는 것 같다. 우리는 먼저 아르메리아 광장으로 들어가 왕궁을 조망한 다음, 4각형 모양의 왕궁 남쪽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안으로 들어가서는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왕궁 내부를 한 바퀴 돌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코스나 관람시간을 조절하는 게 불가능하다.

나는 광장에서 남쪽에 있는 알무데나 성당을 바라본다. 알무데나는 아랍어로 성벽 또는 요새라는 뜻이다. 성모 마리아가 이곳 성벽에서 발견되었고, 이를 기념해서 이곳에 성당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이 성당은 1879년 건축이 시작되어 1993년에 완성되었다. 그 때문에 네오고딕적인 내부, 바로크적인 외부, 네오로마네스크적인 지하묘소, 무어양식의 벽, 팝아트 양식의 데코레이션 등 다양한 건축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 성당은 1993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축성을 받았고, 2004년 5월 22일에는 에스파냐 왕자인 펠리페와 레티씨아의 결혼식이 이곳에서 거행되었다.

 알 무데나 성당
 알 무데나 성당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왕궁 안으로 들어간 우리는 먼저 계단을 올라간다. 그리고는 옥좌의 방(알현실)으로 들어간다. 방 가운데 한쪽으로 왕과 왕비의 옥좌가 있고, 그 뒤 벽에 금실과 은실로 짠 왕실 문장이 있다. 방 내부의 벽과 천정 그리고 거울장식은 바로크 양식으로 되어 있다. 그것은 이 왕궁이 1738년 시작되어 1764년 지오반니 바티스타 사게티에 의해 바로크 양식으로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옥좌의 방
 옥좌의 방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티에폴로의 천정화
 티에폴로의 천정화
ⓒ 이상기

관련사진보기


이 방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지오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1696-1770)가 천정에 그린 프레스코화다. 티에폴로는 당시 최고의 프레스코 화가로 전 유럽을 다니며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은 1764년 작품으로 에스파냐의 영광을 표현하고 있다. 에스파냐의 아메리카 지배를 묘사함으로써 전 세계로 진출하려는 그들의 염원을 담고 있다. 티에폴로는 유럽에서 바로크 양식으로 그림을 그린 마지막 화가였다.

두 번째로 기억에 나는 방은 가스파리니의 방이다. 가스파리니는 이탈리아의 건축가로 카를로스 3세의 초빙을 받아 이 방을 완성했다. 이 방은 내부 장식이 완전히 로코코식이다. 화려한 샹들리에, 벽난로 앞의 시계, 춤추는 인형, 피리 부는 목동 등이 아주 섬세하고 화려하게 만들어졌다. 벽면은 은실로 수놓은 비단으로 장식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풍의 느낌도 난다. 일반적으로 유럽의 로코코 양식에는 중국풍이 선호되었다.

 도자기의 방
 도자기의 방
ⓒ Osvaldo Gago

관련사진보기


그리고 또 중요한 방은 도자기의 방과 연회장이다. 도자기 방에는 부엔 레티로 도자기 공방에서 만들어진 도자기가 전시되어 있다. 부엔 레티로는 당시 도자기 선진국이던 이탈리아 카포디몬테의 기술을 도입하여 만든 에스파냐식 도자기다. 연회장은 알폰소 12세 때인 1879년에 만들어졌다. 145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대형연회장이다. 이곳에도 천정화가 있는데, 콜룸부스가 에스파냐 국왕 부부에게 신대륙을 바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왕궁 역시 시간을 가지고 여유 있게 보아야 하나 그러지를 못했다. 첫째는 단체행동을 해야 하고, 둘째는 다음에 들어오는 관광객을 위해 적당하게 다음 방으로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용으로는 알찬 관람이었다. 역사나 예술면에서 현지 가이드의 해설이 꽤나 수준 높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현지에서 예술사나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가이드로 나오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들을 통해 우리의 해외여행 수준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마드리드#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축구장 #푸에르타 델 솔과 마요르 광장#에스파냐 광장 #에스파냐 왕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