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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자료사진)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자료사진) ⓒ 유성호
박노자 교수는 러시아에서 태어났고 그 후 한국으로 귀화 했지만 나는 그를 그저 한국인으로 이름 짓기보다는 세계인으로 부르고 싶다. 그는 러시아에서 20년, 한국에서 10년 정도를 살았고 현재는 노르웨이에서 10년 정도 살고 있다.

프랑스 혁명의 구호가 '자유, 평등, 박애'이었듯이 인간사, 특별히 오늘 한국에 있어서 '능력에 따라 먹느냐" 아니면 "필요에 따라 먹느냐"는 너무나 중요한 사회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능력에 따른 분배의 문제점은 선천적으로 능력이 없는 사람은 그럼 항상 비참하게 살아야 하느냐는 문제제기에 답을 못하는 데 있고, 약자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간과될 우려가 있다는 데 있다. 거기에다 분단된 대한민국의 핸디캡은 비록 표면적이기는 하지만 '평등'을 강조하는 북한과 '자유'를 주장하는 남한이 아직 공식적으로는 전쟁상태라는 것이다. 그래서 남한사회에서는 '평등과 분배'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면 '자유'를 주장하는 측으로부터 '빨갱이'나 '종북주의'로 몰릴 위험성이 크다.

그러나 "능력보다는 필요에 따른 분배"를 주장한 사람은 영국 사회사상가 존 러스킨이었다. 그는 영국의 자본주의와 산업화가 그 정점에 이른 19세기에 자본주의의 비인간화를 비판하고 기업가와 정치인들에게 평등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부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도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있기에 "적당한 양의 부, 보석, 예술품도 필요하다"는 그의 주장은 실로 혁신적이라 할 만하다. 

박노자 교수는 21세기 한국의 존 러스킨과 같은 사상가가 아닐까. 한국사회는 지금 복지논쟁이 한창이다. 분배와 평등에 무게를 두면 국가부채가 늘어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며 결국 국가경제가 파탄 날 것이라는 것이 보편적 복지의 실현을 반대하는 측에 있는 이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와 같은 자본주의국가이지만 동시에 풍요로운 복지국가의 위치를 누리고 있는 노르웨이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배울 교훈은 무엇일까?  

이러한 면을 염두에 두면서 다음은 노르웨이의 사회복지 및 반부패 문제와 관련하여 박노자 교수와 지난 2월 중 이메일로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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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와 관련하여 러시아, 한국, 노르웨이 3국을 전반적으로 비교해서 말한다면? 

"러시아 같으면 공산주의 시대로부터 훌륭한 복지 제도를 유산으로 받았는데, 자본주의 도입 20년 만에 그 제도는 많이 퇴락됐습니다. 예컨대 원칙상 유치원부터 박사과정까지 다 무상교육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대학 같으면 돈을 내고 다니는 '예외적인 자비 학생'들은 거의 절반에 달합니다. 원칙으로 봐서는 소련으로부터 이어받은 러시아 복지제도는 어쩌면 노르웨이보다 더 포괄적입니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에서는 (빈민층을 제외하고서는) 치과치료는 의료보험대상은 아니지만, 러시아는 소련 원칙대로 아직 원칙상 무료입니다. 단, 소련시대와 달리 실제로 양질의 치과 치료를 무료로 받을 수 없어서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러시아는 복지제도가 '퇴락'중이지만, 노르웨이는 -비록 아직도 소련만큼 포괄적인 게 못되지만- 계속 강화돼가고 있습니다.

요즘은 예컨대 이민자의 자녀들을 위한 유치원에 모국어 교사를 배치해 이민자 아동들에게 그들 부모의 언어(우르두, 소말리아어, 폴란드어 등등)까지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등 다문화 복지제도를 강화시키는 중입니다. 거기에 비해서는 한국은 아직도 아주 아주 초보적 단계에 불과합니다. 노르웨이인은 국가의 노후 연금과 국가의 공립의료시설만 믿고 딴 생각 없이 평생 살 수 있는데, 대한민국에서는 국민연금과 국민의료보험만 믿고 개인 대책도 하지 않고 사비도 안 들여 살 수 있습니까?"

- 한국에선 지금 학교 무상급식 찬반문제로 시끄럽다. 노르웨이 학교 급식 현황은 어떤가? 
"노르웨이는 원칙상 아이들은 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학교에 옵니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중 하나는 작은 시골 학교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거기에서는 급식 시설을 갖추지 못하는 것입니다. 단, 저희 아이가 다니는, 제법 큰 학교 같으면 1주일에 한 끼를 무상급식해 줍니다." 

약력
1.성명: 한국 이름: 박노자 (朴露子)
(본명: Vladimir Tikhonov).

2.출생지: 러시아, 聖페테르부르그
(St.-Petersburg 당시의 Leningrad).

3. 학력: 성페테르부르그 국립 대학교 동방학부 한국사학과 學.碩士 학위 취득
1996年10月에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 아시아 및 아프리카 학부 박사 학위 취득.
(논문 주제: <5세기말부터 562년까지의 伽倻의 여러 初期國家의 歷史>);   
지도 교수: 朴 미하일; 1998년 단행본으로 러시아에서 출판되었음).

4. 경력: 모스크바 국립 대학교 아시아 및 아프리카 연구 학부 출강 (1995年)
러시아 국립 인문 대학교 언어학부 한국어학과 계약 전임 강사 (1996年)
경희대학교 외국어대학 러시아어과 강의전임강사 (1997-2000년, 3년간)
現: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 인문학부 문화연구 및 동양언어학과 교수 (한국학/동아시아학)

5. 주요 대중서: <당신들의 대한민국-1> (한겨레 출판부, 2001), <나는 폭력의 세기를 고발한다> (인물과 사상사, 2005),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한겨레출판부, 2007),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한겨레 출판사, 2009) 등

- 영국은 국가의료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가 있지만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노르웨이는 의료제도는 어떤가? 
"노르웨이에서는 공립의료체계는 아주 효율적입니다. 각 국민마다 주치의가 배정돼 있어 필요한 게 있으면 그 주치의에게 가서 진찰을 받고 그 다음에 또 필요한 전문의를 찾아가면 됩니다. 심지어 외국 난민 등에게 공립의료센터에서 진찰시에 통역서비스도 무상으로 해 줍니다." 

- 사회복지를 강조하면 모두 일하기 싫어해서 결국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사람들이 게을러질 것이라는 반론이 있는데 노르웨이는 어떤가? 
"복지 서비스를 통해 주민 건강을 증강시키고 심적 안정성을 확보해주면 오히려 노동생산성 증가에 기여될 것입니다. 사실, 노르웨이의 노동생산성은 미국보다 약 27% 더 높습니다:(http://stats.oecd.org/Index.aspx?DataSetCode=LEVEL). 참고로, 한국의 노동 생산성은 미국의 43%에 불과합니다."

- 복지는 결국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노르웨이는 모든 시민이 모든 시민의 납세액수를 서로 아무런 제약 없이 확인할 수 있는데 그럴 경우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없는가? 
"납세의무 수행은 사생활보다 차라리 공적 생활에 속합니다. 공적 의무 수행의 성실성을, 사회는 얼마든지 확인할 권리는 있죠."

- 노르웨이를 포함한 북유럽은 인구가 한국보다 많지 않아서 높은 수준의 사회복지를 유지할 수 있고 한국에선 그런 모델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있다. 동의하나?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스칸디나비아 복지 모델은 근본적으로 독일 모델을 근간으로 해서 발전시킨 것인데, 독일 인구(약 8000만 명)는 남한의 두 배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총인구 숫자는 아니고 부자와 기업들로부터 얼마나 효과적으로 징세를 하는가, 그리고 부자에게 징세하고 보편적 복지를 실행할 만한 정치적 의지력이 있는가 등등입니다.

진짜 문제는, 한국의 기업세가 최고 22%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독일 같으면 기업이 내는 연방, 지방세 및 "사회연대세" 등을 종합해보면 32% 정도 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또 한국의 유수 재벌들이 각종 세금혜택을 받아 기업세 6-10%만 내는 것이야말로 문제입니다. 노동자 착취만 하고, 그 과실을 사회에 환원하려 하지 않는 것이죠.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될는지 모르지만, 사람 살기 좋은 나라를 그렇게 만들 수 없죠." 

-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최근 한국의 높은 교육 성취도를 칭찬했는데 노르웨이와 한국의 교육제도를 비교해서 이야기 한다면, 그리고 한국의 교육제도가 노르웨이로부터 배울 점이 있다면? 
"'교육'은 꼭 수학 공식을 푸는 것만 의미하지 않습니다. 노르웨이 같으면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수학 공식이나 영어 단어 이외에는 수많은 다른 것들 - 그리고 인생에 있어서 훨씬 더 중요한 것들 - 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학교 운영에 참여해서 발언을 할 수 있기에 민주주의를 배울 수도 있고, 또 친구 사귀는 법부터 연애하는 법까지 다 배울 수 있습니다.

실제 노르웨이 청소년들의 대다수는 17-18세쯤, 고교에서 성생활을 시작하는데, 이는 자연의 리듬에 딱 맞는 것입니다. 한국 같으면 학습기계가 되어서 대입에 성공해야 하는 압박부터 학교의 엄숙주의적 환경까지 다 겹쳐져서 차세대의 자연스러운 성생활 시작을 사실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 한국과 노르웨이를 각각 10년씩 살아 보셨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배울 것이 있다면? 
"일단 수학교육의 내용은 한국에서 조금 더 충실하다고 할 수는 있겠습니다. 그런데 일부 과목의 교육내용이 충실하다고 해서, 한국 교육제도 전체를 합리화할 수 없습니다. 피교육자들의 경쟁심을 부추겨서 인성을 파괴하고, 특히 고교생을 잠을 여섯 시간 이상 잘 수 없는 학습기계로 만들어서 각종 질환과 자살 충동 등을 가져다주고 거기에다가 권위주의 시절부터 남은 각종의 폐단이 많아 (체벌은 폐지됐다 해도 선생들의 폭언, 교실에서의 반말 사용 등은 여전하다고 합니다) 학교를 강제노동 수용소처럼 만듭니다."

-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에서 매년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 Index)를 발표하는데 노르웨이는 항상 좋은 점수가 나온다. 노르웨이 사회가 높은 청렴성(integrity)과 투명성(transparency)을 유지 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일단 직장에서는 노조들이 노동자를 잘 보호해주니 내부 고발은 비교적으로 더 쉬운 것이죠. 내부 고발했다가 해고당할 경우에는 적어도 변호사 비용이라도 대줄 노조가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다 좌파 신문들이나 지역 신문 등 국가 보조금을 받아 활발히 발행되는데, 거기에서는 늘 크고 작은 고발들이 잘 나옵니다. 한국은 노조들이 약하거나 사용자에게 포섭돼 있는 경우가 많고, 신문시장은 여지없이 독점화돼 있기에 문제입니다."

- 사회복지와 한국사회의 청렴성 향상을 위해 주고 싶은 충고나 조언이 있다면? 
"우리사회가 소수 대재벌에 좌우되는 기업사회, 기업국가로 남아 있다면 청렴성 따위를 이야기할 수 없겠습니다. 왕조 같은 재벌기업에서는 청렴성이란 외국말일 뿐입니다. 재벌마다 노조들이 건설되어 경영참여권을 얻고, 또 재벌에 대한 국가 통제가 강화돼 은행 등 사회적 서비스의 기능을 가진 대기업이 국유화된다면 그나마 기초적인 공공성이라도 보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국가가 재벌을 통제한다기보다는 재벌이 국가를 통제하죠. 민중을 대표하는 진보정당들이 정당한 몫을 찾아 국정운영에 상당한 역할을 하지 않는 이상, 아마도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사회복지#박노자#노르웨이#김성수#부패#복지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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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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