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되지 않은 노사 대타협과 노동자 죽음의 행렬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2009년 여름 77일간의 총파업을 통해 정리해고 반대투쟁을 전개했다. '정리해고는 살인이다, 함께 살자!'고 외치며 투쟁했으나 쌍용차 사측은 노동자들을 산 자와 죽은 자로 분리했다. 정리해고 명단이 발표되기 전 파업에 참가했던 소위 산 자들은 구사대로 변했다. 정리해고자들은 공장을 점거한 채 끝까지 목숨을 건 투쟁을 전개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경찰을 동원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을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파업집행부는 불가피하게 '대타협'의 이름으로 8.6노사합의를 통해 파업농성자 중 42%의 1년 무급휴직자와 52% 정리해고를 수용했다. 이후 100여 명의 노동자가 구속되고 수많은 조합원들에게 징계가 떨어졌다. 그 외에도 경제적인 압박이 계속됐다. 80억 원이 넘는 손배가압류와 110억 원의 구상권이 청구되었다. 지금까지 쌍용자동차노동자 14명이 탄압과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쌍용자동차는 노동자 정리해고를 통해 2009년 12월 17일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았다. 회사는 'M&A를 통해 회생절차를 조기에 종결하여 역량 있는 지배주주로 하여금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판단하고 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아 M&A를 적극 추진한다. 2010년 2월 9일 삼정KPMG 컨소시엄(삼정KPMG Advisory Inc., 맥쿼리증권 주식회사, 법무법인 세종, 삼정회계법인)을 주간사로 선정한다.
같은 해 8월 10일 쌍용자동차와 M&A주간사는 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아 M&A 입찰을 실시하여 마힌드라 앤 마힌드라(Mahindra & Mahindra Ltd.)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다. 8월 23일 양해각서(MOU) 체결, 11월 23일 '회생회사 쌍용자동차(주) M&A를 위한 투자계획'을 체결한다. 1년여의 과정을 거쳐 2011년 1월 28일 법원에 다시 <변경회생계획안>을 제출한다.
대주주와 은행채권단을 위한 회사 회생계획안이날 제출한 <관리인보고서>에는 '본 변경회생계획안은 채권자, 주주, 종업원 및 기타 이해관계인의 이해를 조정하면서 채무자를 갱생시킨다는 명제를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으며, 공정과 형평의 원칙에 입각해 작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전면적인 정리해고가 시작되기 전 20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공장을 떠났고, 희망퇴직·무급휴직·정리해고 등으로 3000여 명의 정규직 노동자들을 공장에서 쫓아냈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과 고통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다.
5000여 명의 노동자를 포함한 수만 명의 가족들이야말로 종업원과 가족이고 진정한 이해당사자다. 그러나 자본은 채권자와 주주 특히 대주주의 이해만을 위한 회생방식을 택했으며 천박하고 추악한 주주자본주의의 폭력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쌍용자동차의 비극에서 최소한의 이해당사자 자본주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공정과 형평'을 내세웠지만 이는 가증스런 사기이자 기만이었다.
회계조작을 통한 2646명 정리해고 발표인도기업인 마힌드라는 5225억 원에 쌍용자동차를 인수했다. 매각주간사는 17억5천만 원의 용역보수를 챙겼다. 2011년 1월 27일 현재 쌍용자동차가 변제해야 할 회생채무는 회생담보권 2764억9천만 원, 미확정 채무를 포함한 회생채권 4559억2천만 원 포함 7324억1천만 원이다.
다시 2009년 초로 돌아가 보자. 상하이자동차와 경영진 그리고 회계법인이 공모하여 2646명 정리해고와 법정관리를 위해 회계를 조작했다. 2008년 12월 31일 안진회계법인은 손상차손(유형자산의 급락이 예상될 때 미리 기록해 두는 장부상의 손실)계상 회계보고서를 작성하였는데 당시 쌍용자동차의 부동산 가격은 5252억 원이었다. 실제가격보다 5000억 원 정도를 낮게 평가했다. 이를 근거로 2009년 1월 9일 쌍용자동차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009년 3월 31일 삼정KPMG(회계법인)은 안진회계법인 보고서에 근거하여 쌍용자동차 경영정상화방안을 보고하고, 2009년 4월 8일 쌍용자동차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삼정회계법인은 쌍용자동차와 파산법원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본 보고서에 포함되어 있는 회사에 관한 각종 정보 및 자료의 작성 책임은 회사에게 있으며, 삼정KPMG는 회사로부터 제공받은 정보 및 자료가 삼정KPMG가 용역수행과정에서 이용할 수 있었던 다른 정보 및 자료와 모순되는지 여부에 대해 가능한 한도 내에서 검토를 수행하였으며, 동 정보 및 자료의 정확성 및 신빙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증 절차 없이 용역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명시하고 있다.
2009년 5월 6일 삼일회계법인이 법원에 보고한 쌍용차 부동산가격은 1조197억 원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실사조정을 통해 정리해고 정당성을 부여했다. 정리해고 할 때는 부실한 회사로 둔갑시키고 정리해고가 끝난 다음에는 자산가치를 정상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파산법원 역시 이를 묵인하고 방조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회계조작사건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고발당사자에 대한 단 한 차례의 조사도 없이 일선경찰서에 이첩했고 결국 무혐의 처리했다.
1962년 동방자동차(주)로 출발해 1963년 하동환자동차(주), 1974년 신진지프자동차(주)와 합작설립, 1977년 동아자동차(주), 1986년 쌍용그룹 인수 후 1988년 쌍용자동차(주)로 변경했다. IMF외환위기로 1988년 대우그룹에 경영권이 인수되었다가 2000년 분리했다. 2005년 중국 상하이기차에 매각됐다.
상하이 대주주가 노조와 맺은 1조2천억 원 투자와 완전고용보장에 관한 특별협약(공증)은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노무현 정부(당시 산자부 장관 정세균)에서 해외 투기자본에 매각돼 기술유출과 '먹튀'를 당했고, 이명박 정부 하에서 대규모 정리해고와 공권력의 폭력 그리고 죽음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2008년 말 7천 191명이었으나 2010년 9월 말 현재 인원은 4289명으로 40.3%인 2900여 명이 줄어들었다. 물론 비정규직노동자는 제외된 수치다.
경제위기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쌍용자동차 측은 2011년 1월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파산부에 제출한 <변경회생계획안(수정안)>에서 회생절차의 개시신청에 이르게 된 경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채무자는 2009년 초 가용현금이 74억 원에 불과하여 2009년 1월 지급어음 결제분 약 932억 원의 지급과 2009년 4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1500억 원에 대한 상환이 불가능한 재정적 파탄상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에 채무자는 2009년 1월 8일 이사회에서 회생절차개시신청을 의결하였으며, 2009년 1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의 개시를 신청하게 되었고, 2월 6일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게 되었습니다."(자료 10쪽) 그리고 재정적 파탄에 이르게 된 주된 요인의 첫째로 2008년 유가급등 및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판매 급감을 들고 있다. 2008년 초 휘발유 리터당 1500원이던 것이 그 해 7월에 1900원으로 인상되자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자동차 판매가 부진했다고 한다. 나아가 2008년 말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경제위기로 확산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도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경영난을 겪었다고 주장한다.
2004년~2008년 5년간 승용차는 5.4% 증가했지만 SUV(스포츠형자동차)는 19.5% 감소, CDV(Wagon형의 승용차)는 37.1% 감소, 상용차(버스, 트럭 등 상업에 사용되는 자동차)는 15.9% 감소하여 국내 완성차 내수 판매실적이 총 5.3% 감소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쌍용차 주력인 SUV차량 판매가 19.5%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인원은 40.3%나 감축했다. 당시 노동조합이 회사경영의 어려움에 동의하여 임금과 복지삭감, 순환무급휴직 등을 제안하였다. 이는 악법이긴 하지만 현행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이전에 당연히 거쳐야 하는 절차다. 긴박한 경영상의 위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정리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노조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권과 자본은 경제위기를 빌미로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노동자를 정리해고 하기 위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9년 8월 6일 파업이 종료되면서 기존의 노조 집행부를 모두 구속·해고시킨 뒤 산자들을 중심으로 총회를 개최해 73.1%의 찬성으로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시킨다. 반면 같은 기간 판매가 15.9%가 감소한 상용차를 생산하는 현대차나 대우타타에서는 그런 대규모 정리해고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대우타타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였다.
투기자본(먹튀)과 친기업 정부에 의한 노동자 간접타살둘째로 환율급등에 따른 파생상품거래 손실을 들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자동차 수출거래와 원자재 수입거래를 함에 있어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금융기관과 통화옵션이나 통화선도 등의 파생상품거래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2008년 하반기 환율급등으로 인해 약 380억 원 파생상품 관련 손실이 발생했다. 이 자금의 경우 현금으로 유출되어 회사의 유동성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1조 원이 넘는 부동산을 가지고 있고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으로부터 수 천억 원의 부채를 운용해 온 자동차 회사가 고작 380억 원에 유동성 위기에 빠져 대규모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셋째로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투자부진을 이유로 들고 있다. 2004~2008년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 실적을 보면 2004년 4644억 원, 2005년 3788억 원, 2006년 2723억 원, 2007년 2274억 원, 2008년 3143억 원이다. 위기에 빠지게 됐다는 2008년의 연구개발 등의 투자를 보면 2004~5년 보다는 적지만 2006년, 2007년 대비 각각 13.4%, 27.6%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자동차를 인수해 약속한 1조 2천억 원을 투자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투자부진이 파산에 이르렀고 그래서 노동자를 대규모로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에 대한 정책적 책임을 지고 있는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SUV차량의 핵심기술을 가지고 있는 쌍용자동차에 새로운 기술개발을 위한 자금 대출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결국 정부(산업은행), 상하이자본(먹튀), 쌍용차경영진의 합작으로 구조조정을 통한 대규모정리해고를 단행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