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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학교는 개교를 했는데도 안팎이 모두 마무리가 되지 않아 공사중인 곳이 많습니다.
▲ 보도블록 공사가 한창인 교문 앞 신설학교는 개교를 했는데도 안팎이 모두 마무리가 되지 않아 공사중인 곳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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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는 지난 3월 2일 개교한 신설 초등학교입니다. 그러나, 우리 학교 학생 800여 명과 50명이 넘는 교직원들은 준공검사도 아직 안 끝난 학교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학교 시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일과 중에도 공사하는 분들이 오가기도 합니다. 그것도 모자라, 여기저기 공사자재들이 쌓여 있기도 합니다. 청소를 해도 먼지가 계속 쌓이고 있고, 아이들이 지내기에 위험하고 불편한 곳도 많습니다. 새 건축자재와 새로 칠한 페인트 때문에, 교실에 들어서면 목과 눈이 따갑고 숨이 막혀 답답합니다.

지난 1월 24일 개설요원 발령장을 받고 학교에 들어섰는데, 학교가 한창 공사중이어서 과연 학교가 3월 2일 정상적으로 개교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개교준비로 미리 학교에 출근을 했는데, 한창 공사중이어서 공사 소음과 매캐한 먼지, 환경호르몬 속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문에 교사들 모두 비염과 두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아토피를 앓고 있는 사람은 아토피가 심해지기도 했습니다.

학교 공사가 늦어지다 보니, 수업을 위한 시설을 갖추는 것도 늦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무상급식이 처음으로 실시되는 올해, 우리 학교는 급식실이 완성되지 않아서 아직 학교 급식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리한 공사... 날 풀리자 깨지고 망가지는 시설물

새 학교는 친환경재질을 사용했다해도 환경오염 물질이 많이 나와 눈과 목이 따갑고 가슴이 답답하고 비염에 시달립니다.
▲ 학교 건물에 칠한 각종 페인트들 새 학교는 친환경재질을 사용했다해도 환경오염 물질이 많이 나와 눈과 목이 따갑고 가슴이 답답하고 비염에 시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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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공사 마무리가 되지 않아 개교 뒤에도 학교곳곳에 건축자재가 쌓여있습니다.
▲ 쌓여있는 건축자재들 아직 공사 마무리가 되지 않아 개교 뒤에도 학교곳곳에 건축자재가 쌓여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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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추운날씨가 지속된 올 겨울에 학교 공사를 하느라, 눈 쌓이고 꽝꽝 얼어붙은 운동장을 굴착기가 파고 있습니다.
▲ 영하 15~16도를 오르내릴 때 공사장면 유난히 추운날씨가 지속된 올 겨울에 학교 공사를 하느라, 눈 쌓이고 꽝꽝 얼어붙은 운동장을 굴착기가 파고 있습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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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우리 학교 공사가 늦어진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특히 공사를 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추운 겨울에 공사를 시작했기에 공사가 더 늦어졌고 그에 따른 문제가 더 크다고 봅니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3한 4온이 아니라 29한 2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하 15~16도를 오르내리는 날씨가 계속되었습니다. 날씨사정으로 공사가 더디게 진행되다보니 급기야 개교를 앞둔 3월에 급히 마무리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영하 15도의 추운 날씨에 단단하게 얼은 흙을 파고 콘트리트를 붓고, 언 땅 위에 보도블록을 깔았습니다. 또 영하의 날씨에 나무를 심었습니다. 급하게 진행되는 과정이 지켜보는 사람들이 다 불안해 할 정도였습니다.

개교를 앞두고서는 눈에 보이는 마무리는 끝났습니다. 하지만, 3월이 되어 날씨가 풀리자 벌써부터 보도블록이 여기저기 꺼지고, 바닥에 깐 타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운동장에는 물이 고여 진흙구덩이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불편하고 다치기 쉽게 공사한 곳도 여러 군데라서, 아이들이 등교를 한 상태에서 공사 마무리도 하고, 여러 곳의 보수 공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 날이 완전히 다 풀리지 않았는데도 문제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데, 3월이 지나 날씨가 완전히 풀리고 난 뒤 과연 학교시설에 문제가 없을지 걱정입니다. 시설이 부족한 것은 그에 알맞는 교육활동으로 대체하면 되는데, 무엇보다 아이들이 다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학교 건물 준공, 6개월 전에 끝내주세요

추운날씨에 본드로 붙인 것이 쉽게 떨어져 나갑니다. 이 밖에 바닥 타일도 벌어지고 일어난 곳이 많습니다.
▲ 그새 떨어져 나간 장애인을 위한 유도블록 추운날씨에 본드로 붙인 것이 쉽게 떨어져 나갑니다. 이 밖에 바닥 타일도 벌어지고 일어난 곳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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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 때 운동장 곳곳에 물이 고이더니, 곧 진흙탕이 되었습니다.
▲ 진흙탕이 된 운동장 비가 올 때 운동장 곳곳에 물이 고이더니, 곧 진흙탕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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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벽에 붙인 나무쫄대가 들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 나무위에 한 칠 때문에 조금만 있어도 숨이 막힙니다.
▲ 들고 일어나는 벽 곳곳에서 벽에 붙인 나무쫄대가 들고 일어나고 있습니다. 또 나무위에 한 칠 때문에 조금만 있어도 숨이 막힙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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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에 신설학교에 처음 근무를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전에도 신설학교에 계시던 분들 말씀이, 대부분의 신설학교 사정이(조금 차이는 있지만), 비슷하다고 합니다. 개교 일정에 쫓겨서 공사를 급히 마무리 짓는 모습은 어디나 똑같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학교와 같은 고통을 겪는다고 합니다. 신설학교에 아이를 입학시킨 한 학부모는 개교를 한 뒤에도 학교가 어수선하자, 일정 기간 동안 아이를 학교에 안 보냈다고 합니다.

신설학교를 준비하기 위해 발령난 개설요원은 근무하던 학교에서 오전 근무를 하고 오후에는 신설학교에 와서 개설준비를 해야 합니다. 한꺼번에 양쪽 학교의 일을 맡느라 아무리 밤낮없이 일해도 두 곳 다 소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학년말에 마무리할 일이 많은 교사들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교사들은 학교 시설을 갖추고 일과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일과 수업 준비를 한꺼번에 해야 해서 매우 힘든 상태에서 아이들을 만나게 됩니다. 

학교 공사가 늦어지고 개교일정에 맞추느라 급히 서두르다보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갑니다. 그래서 학교 건물 준공을 되도록 6개월 전에 끝내야 합니다. 6개월이 지나면 신축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이 많이 가시게 됩니다. 개교 요원도 한달 전에 겸직을 발령을 낼 것이 아니라, 일부만이라도 6개월 전에 개설전담요원으로 전일제로 파견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개교 전에 학교를 충실하게 준비해서 새 학교에 전입학한 아이들이 준비가 완료된 안전하고 안정된 학교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해야합니다.

날씨가 풀리자 추울 때 깐 보도블록이 여기저기서 꺼지는 일이 생깁니다. 다시 보수해도 또 꺼지고 보수해도 또 꺼지는 일이 반복됩니다. 놀고 있는 아이들이 넘어져서 다칠까 걱정입니다.
▲ 꺼진 보도블록 날씨가 풀리자 추울 때 깐 보도블록이 여기저기서 꺼지는 일이 생깁니다. 다시 보수해도 또 꺼지고 보수해도 또 꺼지는 일이 반복됩니다. 놀고 있는 아이들이 넘어져서 다칠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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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학교공사문제, #신설학교문제, #신설학교준공시기, #개설요원발령시기, #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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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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