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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에 대한 입법로비를 사실상 허용하는 정치자금법(이하 정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지난 4일 국회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이하 행안위)에서 '기습 처리'된 후 여론의 강력한 비난에 부딪힌 탓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후폭풍에 7일 정치권에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자법 개정안에 대한 신중한 처리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에 행안위를 통과한 정자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며 "법사위에서 국민의 여론과 법리상 문제점 등을 철저하게 검토해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최고위원도 "의원 면소 관련 법안은 해방 이후에 전례가 없다"며 "'의원 구하기'는 재판을 통해서 해야지 입법권의 남용 형식을 빌려서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사건의 처벌 조항이 없어지게 돼 '면죄부 입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홍 최고위원은 "이런 법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해서 그래도 시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없도록 국민 여론이 악화되고 있는 만큼 무리한 법 개정 시도는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견... 3월 처리 물 건너갈 듯

 

민주당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소액다수 후원금 제도는 투명한 정치를 위해서 어떠한 경우에도 필요하기 때문에 정자법의 일부 중 오해나 위헌 요소가 있는 부분을 개정은 필요했다"며 "앞으로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합리적 처리 절차에 따라 처리될 것을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천정배 최고위원은 "청목회 사건에서 검찰이 무리한 과잉 기소를 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정자법 개정안의 졸속처리는 안 된다"며 "이번 개정안이 재판을 받고 있는 의원들에게 면소 판결을 받게 해주기 위한 것이라면 입법권 남용으로 국민을 위한 입법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천 최고위원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더 신중히 검토하고 여론을 수렴한 다음 처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거부권 행사'까지 언급하고 나선 청와대의 강경 기류도 여야 정치권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3월 임시국회 처리를 합의했던 여야 원내 지도부의 전략 수정도불가피해졌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모두 정자법 개정이 필요하긴 하지만 3월 국회 내 처리를 고집하지는 않겠다는 태도다. 

 

여야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 정자법 개정안을 상정해 심의에 들어가되 행안위를 통과한 안에 대해서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는 절차를 밟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한나라당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주성영 의원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어 법사위 상정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작품'인 현행 정치자금법이 지나치게 잣대가 엄격해 순기능이 더 큰 소액후원제도마저 옥죌 수 있다는 불만도 높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현행 정치자금법은 돈 있는 사람 말고는 정치하지 말라는 법"이라며 "과거 오세훈 시장이 만든 정치자금법의 근본 취지는 다른 정치자금 수수는 막더라도 10만 원 소액 후원금만 투명하게 받자는 것이었는데 이를 검찰이 문제 삼고 나선 이상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태그:#정치자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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