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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했던 황초령, 다랭이논에 걸친 멋진 운해를 담을 때의 가슴 벅찬 감동의 서사시도 잠시, 먹을 것을 달라며 따라다녔던 어린아이의 슬픈 눈망울을 뒤로 한 채 다음 목적지로 향하는 마음은 만감이 교차한다. 아이의 조상과 할아버지와 부모가 가꾸고 일궈왔던 거대한 다랭이논을 어쩌면 이 아이들도 대를 이어 나갈 것이다. 생계의 수단으로 일궈야 하는 힘겨운 무게를 그 아이의 표정에서 여실히 나타나 가슴이 저리다.

 

1천여 년이 넘게 피와 땀으로 일군 삶의 터전에서 살고 있는 현지인들은 먼 이국땅에서 이곳을 찾아온 이방인들이 그들의 생활을 들여다보며 장엄한 풍경을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담고 작품으로 남기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끝없이 펼쳐지는 풍경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는데 구름바다가 우리의 발길을 붙잡는다. 걸음을 멈추게 한 이곳은 지역이름이 모마겐이라는 곳으로 일출도 아름답지만 수시로 변하는 구름의 모양이 산과 다랭이논의 골을 돌아 휘어 감싸기 때문에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좀 전에 보였던 풍경들이 일순간 사라지기도 하고 이내 또 다시 나타나기도 하는 마술 같은 곳이다. 마을을 끼고 좁은 물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야 황홀한 풍경을 만날 수 있기에 분주한 발걸음으로 이동한다.

 

농사철이 다가와 간간이 농부들이 다랭이논에서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대나무로 엮은 바구니 같은 등짐을 지고 가는 모습도 한 폭의 그림 같아 사진가들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담는다. 풍경과 잘 어울리는 운해를 만날 때면 대장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며 일행들을 신속하게 내리게 한 다음 사진을 찍을 만한 곳으로 안내한다.

 

우리는 출사코리아 운영자 손상철(57)씨를 대장이라고 부른다. 운영자는 이번이 원양제전 출사 4번째로, 회원들을 안내해 다녔기 때문에 사진가들이 좋아할 만한 장소를 대부분 알고 있었다. 수시로 변하는 구름의 모습에 따라 새로운 장소를 개발하기도 하지만 여러 번 다녀갔던 경험으로 중국출사가 처음인 사람들도 체력이 뒷받침만 된다면 아름다운 풍경들을 맘껏 담아 올 수 있도록 친절히 안내한다.

 

"소똥 밟으면 대작 담아요"

 

다랭이논의 논둑이 어른 키 높이 정도 되지만 견고하게 만들어져 수천 년 동안 그대로 이어져 내려온다는 것이 불가사의한 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특이할만한 점은 많은 농사를 모두 기계를 이용하지 않고 재래식 농기구를 이용하여 사람과 소들이 한다는 것이다. 물론 열악한 환경이기에 첨단기계가 들어갈 수도 없다. 그래서 차가 다니는 도로나 마을 논두렁 어디를 가나 소들을 만날 수 있다.

 

덕분에 멋진 구름바다에 빠져 자칫 한눈을 팔게 되면 소똥을 밟게 되니 항상 신경을 곧추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아뿔싸! 소똥을 밟고 있는 나에게 대작 담겠다는 명언으로 위안을 해주는 회원이 고마운 것은 이곳에 잘 적응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가들끼리 흔히 국민 포인트라고 말하는 곳, 일몰을 담기위해 용수바로 향한다. 용수바는 고즈넉한 마을 뒤 다랭이논으로 비치는 일몰 빛이 아름다워 꼭 들려야 하는 곳 중에 한 곳이다. 좀 이른 시간에 도착해 해가 지려면 기다려야 하는데 이 마을 아이들이 논둑에 나와 여자 아이들은 고무줄 놀이도하고 남자 아이들은 우리 일행들을 보며 구경도 한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노는 모습과 별반 다름없다.

 

지루한 시간을 메우기 위해 아이들에게 공중부양놀이를 시켰더니 잘도 한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만국공통어 손짓 몸짓이면 다 통한다. 이때는 미리 챙겨간 초콜릿이 한몫 톡톡히 했다. 이내 해가 지기 시작하자 환상적인 빛내림이 시작되고 물빛에 반사되어 멋진 풍광을 만들어 낸다. 이곳은 붉은 색을 띠고 있는 개구리밥이라는 식물이 물에 떠 있는데 해가 질 때 이 잎이 반사되어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벼를 심을 때가 되어서인지 대부분의 개구리밥은 걷어내 하니족의 한이 서린 선홍빛의 붉은 개구리밥은 많이 볼 수가 없었다. 개구리밥이 벼를 심을 때는 방해가 되는지 한 농부가 개구리밥을 걷어내고 있는 풍경도 목격했다.

 

이번 중국 여행은 사진을 취미생활로 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하여 오로지 사진을 찍기 위한 여행이었다. 직업도 다양하다. 공무원, 회사원 ,지점장, 대학교수, 개인사업 등 다양한 직종의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였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살지만 같은 취미생활을 한다는 것이 공감대 형성에 계기가 됐다. 어느샌가 가족적인 분위기가 돼 즐거운 출사가 돼 가고 있다.

 

쇼핑, 관광도 안 되고 단지 사진만을 위한 여행이기에 각오가 단단한 일행들은 빼곡한 일정에도 모두들 잘 적응해 가며 서로 양보하며 도와주고 있다.

 

사진은 발품을 팔아야 좋은 작품을 얻을 수 있다고들 말한다. 다랭이논은 대체적으로 지형이 높은 곳에 끝없이 펼쳐져 있기 때문에 멋진 풍경을 담으려면 끊임없이 산자락을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해야 한다. 그래서 평소 체력을 안배해두는 게 좋다. 원양제전은 어디를 가나 자연스런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을 연상킨다. 카메라를 갖다대면 작품이 되기에 끊임없이 셔터를 누른다.
 

강행군속에도 현장에서 원하는 작품을 얻지 못해 터덜터덜 걸어오는 일행들에게 엔돌핀이 팍팍 돌게 하는 말로 웃음을 자아내는 센스있는 회원도 있다. 덕분에 피로가 한방에 날아간다.

 

"메모리카드 꽉꽉 채워 집에 돌아갈 때 너무 무거워 비행기 뜨지 않게 합시다."

 

서로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느낌, 이곳에서 남아 아쉬웠던 풍경들을 더 담아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용수바 일몰을 끝으로 오늘 일정은 여기서 끝내고 숙소로 향한다.


태그:#용수바, #모마겐, #용수바일몰, #개구리밥.소, #다랭이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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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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