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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군 삭선리 조병상(59) 이장이 올해 한서대학교 노인복지학과에 수석 입학해 화제가 되고 있다.
▲ 신입생 된 만학도 충남 태안군 삭선리 조병상(59) 이장이 올해 한서대학교 노인복지학과에 수석 입학해 화제가 되고 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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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을 앞둔 나이에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은 만학도가 올해 대학에 학과 수석입학을 했다. 충남 태안군 삭선리 조병상(59, 남) 이장은 올해 한서대학교 노인복지학과에 새내기로 당당히 입학, 평생 배우지 못한 가슴의 한(恨)을 풀었다.

어릴 적 어머니를 일찍 여윈 조씨는 집안 살림을 도맡으며, 아버지를 부양했으나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간신히 중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이내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40년이 넘도록 가슴에 품었던 배움에 대한 열망은 슬하의 자식들이 모두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야 비로소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만학도의 꿈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지난 2008년 충남 홍성방송통신고등학교의 입학을 앞두고 아내가 뇌출혈로 쓰러졌기 때문이다. 방향감각을 상실할 정도로 아내의 증상이 심각했지만 조씨는 병수발을 하면서도 공부를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3년을 아내 병수발을 하면서 혼자서 밥을 해먹어가면서 학교를 다녔다. 낮에는 농사짓는 일과 용달사업 등을 하며 아내의 재활을 돕고, 밤이 되면 사이버 강좌를 들으며, 그야말로 주경야독했다. 당시 하루 잠자는 시간은 고작 3~4시간 정도. 코피를 흘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늦바람이 무섭다'고 늦깎이 학생의 배움은 날로 커져 대학입학에까지 도전, 마침내 상아탑에 입성하게 됐다. 조씨 특유의 근면, 성실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조씨는 "고등학교 입학 당시 아내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잠시 학업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더 이상 지체하면 평생의 꿈을 이루지 못할 것 같았다"며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전공은 노인복지학을 선택했다. 약 11년 동안 이장직을 맡아 시골마을의 고령화 현상을 직접 체험해보니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일들을 많이 겪었기 때문이다.

조씨는 "혼자 사는 독거노인들이 늘면서 소리 소문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모르게 사망하는 노인들을 자주 목격한다"며 "노인복지에 관한 배움을 통해 쓸쓸히 세상을 떠나는 노인들이 없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지난 2일 첫 강의에 참석한 조씨. 강의 내용이 빼곡히 적인 노트를 펼쳐 보이며 "강의를 들으니 노인문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심각한 것 같더라"며 학업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또한, 첫 수업이 후 아들뻘 되는 동기생들의 '삼촌'이 되었다는 그는 "과부대표로 선출됐다"며 내심 젊은 학생들과의 경쟁이 즐거운 듯 연방 웃음을 잃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태안군, #만학도, #수석 입학, #한서대학교, #노인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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