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후지산(富士山) 동북 쪽에 있는 야마나카코(山中湖) 호수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야마나카코 호수는 서기 800년부터 2년간 지속된 후지산 화산 폭발로 흘러나온 용암이 이미 있던 우즈코(宇津湖) 호수를 둘로 나누면서 생긴 호수라고 합니다. 하나는 야마나카코 호수이고 또 하나는 오시노코(忍野湖) 호수입니다.
후지산 주변에는 야마나카코 호수 이외에도 모토스코(本栖湖) 호수, 쇼진코(精進湖) 호수, 사이코(西湖) 호수, 가와구치코(河口湖) 호수 등 호수 다섯 개 가 있습니다. 이들을 가리켜 후지고코(富士五湖) 호수라고 합니다. 모두 해발 900 미터 정도에 있으며 크기나 깊이가 제 각각 다릅니다.
야마나카코 호수는 둘레가 13.5 킬로미터로 후지고코 가운데 가장 큽니다. 다른 호수에 비해서 수심이 15미터로 얇고, 수면이 해발 982미터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겨울이 되면 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다른 후지고코 호수는 물이 자연적으로 빠져나는 곳이 없지만 야마나카코 호수만 가츠라가와(桂川) 강으로 물이 흘러나갑니다. 가츠라가와(桂川) 강은 야마나시켄(山梨県)에서 부르는 이름이고, 가나가와켄(神奈川県)에서는 사가미가와(相模川) 강이라고 부릅니다.
이곳 사람들은 야마나카코 호수 모습이 고래를 닮았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엔 고래보다는 반달에 더 가깝습니다. 야마나카코 호수 주변에는 여러 가지 위락시설이나 스포츠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그리고 호수 주변 여러 곳에는 호텔이나 별장, 콘도미니엄들이 있어서 여름철 피서인파가 많습니다. 수도인 도쿄까지 190 킬로미터 정도로 가까워 해마다 찾아오는 관광객이 40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야마나카코 호수를 비롯한 후지고코에 1801년 후지산을 숭배하는 수행자들이 처음 잉어를 방생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후 이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잉어 탑을 만들었습니다. 이들 후지고코는 후지산에 내린 빗물이나 눈 녹은 물이 바닥의 화산암으로 스며들었다가 산중턱에서 솟는 물로 채워지는 호수입니다. 그래서 일년 내내 일정한 물 높이를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후지고코 가운데 모토스코(本栖湖) 호수 물 깊이가 138미터로 가장 깊습니다. 그리고 모토스코(本栖湖) 호수와 쇼진코(精進湖) 호수, 사이코(西湖) 호수 물은 거의 비슷한 물 높이를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지하수계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고 원래 한 호수였는데 화산 활동이나 후지산에서 흘러내린 용암이 세 호수로 나누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후지고코 호수 가운데 야마나카코 호수는 교통이 편리하고 일찍부터 개발이 이루어져서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져 있고 찾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 호수는 후지산 북동쪽에 있고 호수 경사면에 별장이나 호텔 등 숙박 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화산 폭발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공포와 위협을 줍니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재산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화산이 폭발한 뒤 몇 백 년이 지나면 달라진 자연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쉬기도 하고 놀기도 하고 자연을 즐기기도 합니다. 어쩌면 자연이 보여주는 두 얼굴이겠지요.
※ 가는 법1. 도쿄 신주쿠에서 출발하는 야마나카코(山中湖) 호수행 중앙고속버스가 있습니다. 이 버스는 4월부터 9월까지 주말에 하루 두번 왕복합니다.2. 시즈오카켄(静岡県) 미시마(三島) 역 앞에서 출발하는 야마나카코(山中湖) 호수행 후지직행버스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