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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법요? 하하 노력해야지요. 머릿속에서 항상 생각하고... 관심과 흥미가 있는 분야를 하면 잘 할 수 있어요. 공부가 좋았어요. 그러다 보니 계속하게 됐고 목표를 세우고 한 걸음 한 걸음 가다보니 어느 날 박사가... 카프카의 '변신'처럼 자고 일어나 보니 제가 박사가 돼 있더군요." 

쉰넷이라는 늦은 나이에 박사 학위를 받은 안양시청 7급 공무원 이현우씨가 말한 공부 비법이다. 이씨는 지난달 10일, 안양 성결대학교에서 사회 복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논문 제목은 '결혼이주 여성배우자의 역기능적 의사소통이 부부갈등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현우 박사(좌), 최대호 안양시장(우)과 함께
이현우 박사(좌), 최대호 안양시장(우)과 함께 ⓒ 안양시

8일 오후 3시, 안양시청에서 이현우 박사를 만났다. 스펙 쌓아서 취업할 것도 아닐 텐데 무슨 이유로 밤잠 설치고 열공(열심히 공부) 했는지가 궁금했다.

"이유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요. 그냥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싶었어요. 처음부터 박사까지 할 생각은 없었어요. 대학원 가서 공부하다 보니 점점 흥미도 생기고. 그러다 보니 박사까지... 꼬박 10년을 공부한 것이죠. 우리 미래가 고령화, 다문화 사회이기 때문에 사회 복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공부를 시작하게 됐고요."

이 박사는 군 화학 장교 출신이고 대학에서 전공한 과목도 화학이다. 하지만 정작 적성에 맞는 공부는 인문학 쪽이었다고 한다. 특히 글쓰기에 소질이 있어 학창 시절 글쓰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적도 있다. 그가 늦은 나이에도 공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유는 지난날 미처 하지 못한 공부에 대한 미련 때문이기도 했다.  

"사실 하고 싶었던 공부는 문학, 역사 , 철학 같은 인문학 이었지요. 그런데 당시만 해도 그런 공부 한다고 하면 굶는다고, 굶는 과 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화학과를 가게 됐고 화생방 장교 생활, 화생방 담당 공무원을 하게 된 거죠. 따지고 보면 그 미련이 남아서 다시 공부를 하게 된 것이죠"

박사학위를 받았을 때,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시원하고 또 한편으로는 섭섭하기도 했다고 한다.

"성취감 때문에 기뻤어요. 특히 아이들에게 모범이 됐다는 게 자랑스러웠지요. 목표를 세워서 도전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 줬다고 생각하니... 그런데 왠지 섭섭하기도 하더군요. 논문을 왜 좀 더 열심히 쓰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 이지요."

고진감래(苦盡甘來)는 이 박사를 위해 만들어진 고사성어였다. 영광을 위해 감내해야 할 어려움도 많았던 것. 가장 어려운 일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해야 하다 보니 늘 시간에 허덕였다. 그러다 보니 다이어트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공부를 시작한 이후 몸무게가 6kg이나 줄었다고 한다.

학비 부담도 컷다. 한 학기당 학비. 책 값을 합하면 700만원, 빠듯한 공무원 월급으로 감당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덕분에(?) 그의 아내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를 보태야 했고 석사 학위를 딴 이후에는 이 박사 자신도 시간 강사를 해서 번 돈으로 학비 일부를 충당했다. 그래도 부족하면 대출을 받기도 했다.

이 박사 정년은 약 7년 정도 남았다. 하지만 이 박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지금부터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면서 살겠다는 각오가 담긴 말이었다. 

"우선 후학들을 지도해야 겠지요. 교수를 직업으로 택하기는 너무 많은 나이 이지만... 성결대 자원봉사 학부 외래교수를 하고 있고요, 한세대는 박사 과정 들어가면서 외래 교수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또 사회복지 연구도 계속하면서 자원봉사가 필요한 곳을 찾아서 봉사도 해야 겠지요."

이 박사는 안양 성결대 사회복지 박사학위 1호다. 지난 2004년에는 '해결중심 단기가족치료 이론을 적용한 사례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제출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또 요양보호사 1급, 보육교사 1급,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한마디로 사회 복지 분야 전문가다. 그런 그에게 우리나라 사회 복지 수준이 어느 정도 냐고 물었더니.

"열망은 있는데 대중화 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요. 복지는 그 나라 사회 경제 문화 수준을 그대로 따라 갈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적으로는 경제 문제와 가장 밀접하지요. 잘 사는 사람들이 사회에 기탁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는데 아직까지는 그렇지 못합니다. 부자들이 사회 복지를 위해 기탁하는 행위를 당연하게 생각하면 좀 더 나아질 듯합니다. 또 사회 복지에 대한 정책도 많고 단체도 많은데 그게 일원화돼 있지 않다 보니 도움 받아야 할 분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입니다. 시혜 대상 기준을 정해 놓고 여기저기서 그 대상만을 지원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사회 복지 소외 계층이 발생합니다. 영국 같은 데서는 오래전에 이런 시행착오를 겪었지요. 이 문제는 하루 발리 개선해야 한다고 봅니다."   

인터뷰을 마치며 늦은 나이에 공부하려고 마음먹은 분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말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시기입니다. 목표 의식만 가지고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환경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애로사항은 극복하면서 나아가는 것이고요. 하고자 하는 일을 했을 때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이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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