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J씨의 메일 "유출자료에 내가 제출하지 않은 자료가 섞여 있다" 상하이 스캔들의 주인공 덩아무개씨(33)의 남편이 언론사에 보낸 메일 한 통이 진위논란에 휩싸였다. 곧바로 이 메일의 계정이 도용당했다는 남편의 또다른 메일이 다른 언론사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만약 앞의 메일이 진짜 남편 J씨가 보낸 메일이라면 사건의 성격을 재규정해야 할 사안이지만, 가짜라면 누군가 남편을 사칭하는 작전세력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덩씨의 남편 J씨는 9일밤 보내온 이메일을 통해 "현재 보도되고 있는 내용 가운데 제가 제출하지 않은 자료도 섞여 있다"며 "특히 정관계 인사 200명의 자료는 솔직히 제 와이프(덩씨)의 컴퓨터에 들어있지 않던 것"이라고 밝혔다고 일부 언론이 10일 보도했다.
'정관계 인사 200명의 자료'는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로부터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지난 2007년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의 비상연락망과 한나라당 주요 국회의원 등의 연락처(휴대전화 번호)이다.
메일에 따르면, 남편 J씨는" 법무부 출신 H영사와 부인과의 관계를 떼어놓기 위해 올 초 법무부 감찰관실에 덩씨와 상하이 총영사관 소속 영사와의 부적절한 관계 등의 내용을 담은 투서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J씨는 상하이 총영사관 소속 김아무개 영사(법무부 출신)의 도움을 받아 진정서를 한국에 전달했다는 것. 하지만 이후 법무부 감찰관실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제출하지 않은 자료가 포함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J씨가 김 영사에게 어찌된 영문인지 묻자 김 영사가 "치정 문제로만 몰고 가면 H영사가 사표를 쓰고 중국에 다시 올 수 있으니 확실히 하려면 국가기밀 유출 문제로 몰아가야 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J씨는 또 김 영사가 "나도 장아무개 부총영사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J씨의 이같은 주장에 장 부총영사는 "기가 막히다, 노코멘트"라고 말했고 김 영사는 "진씨의 진정서를 대신 제출해준 적이 없으며 이후 통화만 한번 한 적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미모의 중국여성에게 빠진 외교관들의 국가기밀 유출사건'이라고 규정된 사건의 성격이 '단순한 치정' 내지는 '영사관 내 권력다툼'으로 바뀌어 사건의 원점 재조사가 불가피하다.
지금까지 언론들이 국가기밀 유출로 보도한 유력한 근거였던 '정관계 인사 200명의 자료'가 빠지면 사건은 단순한 치정 사건이 되고, 나아가 김정기 전 총영사가 주장해온 '정보기관 개입설'이 설득력을 얻기 때문이다. 국정원 소속의 장 부총영사는 김 전 총영사와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메일 "나는 그런 메일 보낸 사실이 없다" 그런데 같은 날 연합뉴스는 자신들도 두 번에 걸쳐 덩씨의 남편 J씨로부터 메일을 받았다며 J씨가 "누군가 (이번 사태를) 조작·은폐하려는 것 같다. 내가 작성하지도 않은 메일이 언론사에 전달된 것을 뒤늦게 알았다. 내가 메일을 보낸 것으로 돼있는 기자와 일면식도 없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J씨는 이 메일에서 "최근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의 메일이 와서 평소 아웃룩(POP3)을 사용한 탓에 직접 열어보지 않던 웹메일에 접속했더니 휴지통에 내가 모 언론사 기자에게 보낸 것으로 돼있는 두 통의 메일이 들어있었다"며 "나는 그런 메일을 보낸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J씨는 김 전 총영사를 비호하는 세력이나 불륜 파문을 일으키고 현재 중국에 같이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덩씨와 H영사(41) 전 영사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한편, 김영진 법무부 대변인은 "감찰관실에서 작년 12월 말 덩씨의 남편 J씨와 전화 통화를 한뒤, (김 영사를 통하지 않고) 그로부터 직접 네 차례에 걸쳐 이메일로 영사들의 사진과 유출 자료 등을 전달받았다"고 밝혀 계정 사칭설에 무게를 실어줬다.
사건을 취재해온 기자들도 첫번째 메일의 말투나 어법이 평소 사용하던 것과 다르다며 J씨를 사칭해서 김 전 총영사를 옹호하려는 '작전세력'이 있는게 아니냐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