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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직자들은 퇴직 후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기업을 향해 칼 자루를 쥐었던 인사들에 대한 모시기 경쟁 때문이다. <오마이뉴스>는 이춘석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퇴직공직자의 영리사기업체 재취업 현황'과 '취업제한대상 퇴직공직자 현황자료'를 입수해 그들의 공생 관계를 분석했다. 두 번째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에서 근무하던 고위 관료가 국방관련 사업체로 이동한 사례와 사외이사로 대거 이동한 고위 관료 실태를 공개한다. [편집자말]
국방부 퇴직자, 방위산업체·건설회사로 이동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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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2010년까지 국방부 취업 제한 대상자(4급 이상) 중 사기업체로 재취업한 이는 모두 97명이다. 이 중 군수업체로 이직한 이는 32명에 달한다.

구체적인 이직 현황을 보면, 방위산업체 매출 현황 1위(2008년 기준)인 LIG넥스원에 4명, 그다음인 삼성테크윈에는 3명, 다음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에 5명, 삼성탈레스에 5명 순으로 취업했다.

국방개혁 예산을 평가하고 조정하는 국방부 군구조개혁관은 삼성테크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국방부 5군수지원사령부 사령관도 방위산업체인 풍산에 상무로 취업했다. 국방부 해군본부에서 감사를 담당한 중령은 삼성탈레스 부장으로 취업했다. 모두 국방부에서 '한 자리'하던 이들이 국방부에 군수품을 납품하는 업체에 취직을 한 것이다.

문제는 없을까. 참여연대는 2010년 발표한 '퇴직 후 취업제한제도 운영실태 보고서'에서 "2009년 국방부 내 수의계약 비리에 대한 김영수 소령의 공익제보 및 고발사례에서 나타났듯이 군조직의 특성상 조직이 폐쇄적이고 기수별로 상하 관계가 엄격하므로 인적 연관성에 의한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높다"며 "국방부 퇴직자들의 경우 방위산업체로의 취업을 제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행태는 방위사업청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동안 방위사업청 취업제한대상자(4급 이상) 중 사기업체로 재취업한 이는 7명인데 이 중 5명이 방위산업체에 취업했다. 면면을 들여다보면 방위사업청에서 연구개발관실 체계개발과장으로 일한 한 관료는 LIG넥스원 상임고문으로, 방위사업청 국방기술품질원 기술기획단 소속 관료는 삼성탈레스 상무보로 각각 이직했다.

 방위산업체 매출 순위별 국방부 고위 관료 이직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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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에서 퇴직 후 하루 만에 건설사로 이동한 관료들

건설사로 이직한 국방부 고위 관료들도 18명이나 된다. 이 같은 이직에는 '군 기반 시설' 건축이라는 잇속이 숨겨져 있다.

지난해, 포천 병영시설 BTL(임대형 민자사업)을 따내기 위해 건설업체 간에 경쟁이 붙었다. 생활관 9개 동과 간부숙소 50실을 짓는 포천 병영시설 건축에는 총 사업비 854억 원이 투여될 예정이었다.

동부건설·한라건설이 한팀이 됐고, 다른 편에는 두산건설·고려개발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러한 피 튀기는 경쟁 속에 눈에 띄는 이직이 있었다. 국방부에서 국방시설본부 건설사업 2과 시공관리장교·건설사업 2팀 공사관리담당이었던 육군 중령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해 3월 31일 돌연 사표를 냈다. 직후 그가 향한 곳은 한라건설이었다. 하루 만의 이직이었다.

 국방부 고위 관료들의 건설사 재취업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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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국방 시설 관리와 시설공사를 담당하던 관료가 군 시설 건축 경쟁에 뛰어든 업체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업무 연관성'이 매우 높다고밖에 볼 수 없는 지점이다.

육군 중령이 퇴직한 바로 그날, 국방부에서는 또 한 명의 퇴직자가 나왔다. 역시 국방부 국방시설본부 대미건설사업과장으로 근무한 공군대령이었다. 그는 한라건설의 경쟁업체인 고려개발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역시 퇴직 하루 만의 이직이었다.

같은 '국방시설본부'에 있던 관료들이 '포천병영시설 사업 경쟁'에 뛰어든 각기 다른 업체로 재취업한 것이다. 건설사 측에서 국방부 내부의 인맥을 이용하기 위해 영입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는 부분이다.

거센 바람을 막아줄 '바람막이'용 사외이사에게 급여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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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2010년까지 취업제한 대상자 중 재취업한 이는 총 606명이다. 이 가운데 사외이사로 직을 옮긴 공직자는 모두 134명으로 전체의 22%를 차지한다. 취업 형태 중 가장 많은 수치다.

2008년 5월까지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을 지낸 황두열씨는 GS글로벌과 GS리테일에서 사외이사를 겸직했다. 조윤제 전 영국대사는 동양종합금융증권과 GS홀딩스, STX 중공업 등 무려 3개 업체에서 사외이사를 지냈다. 김성진 전 조달청장은 현대삼호중공업과 미래에셋증권 사외이사를 맡았다. 오영호 지식경제부 전 차관은 다이와증권 SMBC와 키움증권에서 사외이사를 겸직했다.

또한 김종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화증권의 사외이사로, 남상덕 한국은행 감사는 SK로, 이훈규 인천지검 검사는 SK에너지로, 이종백 국가청렴위원장(현 국민권익위원회)은 SK건설로 취업했다. 특히 담합 등을 규제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원장을 지낸 권오승씨는 담함으로 유리 값을 40~50% 올린 것이 적발된 KCC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사외이사는 자유로운 겸직이 가능할 뿐 아니라 급여 또한 높다. 2009년 에쓰오일은 사외이사에게 6744만 원을 지급했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등기임원 및 사외이사 9명의 평균 급여가 1억4269만 원에 달했다. 2010년 국민은행 사외이사는 1인당 평균 6600만 원을, 신한은행은 5408만 원을, 우리은행은 4400만 원을 받았다. 평소 다른 직업에 종사하다가 분기에 1회 정도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해 경영 활동을 감시하는 역할만을 수행하면 되는 것치고는 매우 높은 급여다. 

경영권 감시 역할도 제대로 못 하는 사외이사

문제는 유일무이한 역할인 '경영감시'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최고경영자에 대한 견제 역할을 담당해야 할 사외이사들은 대부분 최고경영자의 결정사항에 100% 찬성표를 던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조 상명대학교 명예교수와 이재경 여주대학교 교수는 2010년 발표한 논문을 통해 "사외이사의 비율이 높을수록 경영성과는 낮게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두 교수는 "사외이사제도가 기업경영의 구조적 취약점을 보완해 주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의 의사결정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쓰인다는 비판이 있다"며 "대부분의 사외이사들이 독립성을 잃고 이사회에서 단지 거수 역할만을 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밝혔다.

이처럼 명확한 역할은 해내고 있지 못함에도 고액의 월급을 주면서까지 고위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모셔오는 까닭은 따로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관료출신을 대거 영입해 해당 공공기관으로부터 불어올 바람을 막아줄 '바람막이'로 이용하려는 전략이라는 것.

김선웅 좋은기업지배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소액 주주를 대변하는 이를 사외이사로 뽑기보다는 기업과 친한 이들을 뽑는 게 지배적"이라며 "이 과정에서 나름 경력이 있는 고위 관료를 스카우트함으로써 로비 창구나 인맥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다른 소액 주주들이 총의를 모아 사외이사를 뽑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직공직자 중 사기업에 사외이사로 재취업한 그들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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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퇴직공직자 재취업, #국방부, #방위산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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