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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가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2008년 1월 22일 오후 서울 역삼동 '이명박 특검' 사무실로 출두하고 있는 모습.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가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2008년 1월 22일 오후 서울 역삼동 '이명박 특검' 사무실로 출두하고 있는 모습.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오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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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대선과정에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발목을 잡았던 'BBK사건'이 재점화되고 있다. 대선 당시 한나라당이 제기한 '김경준 기획입국설'에 대해 조작 의혹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후보라고 주장했던 김경준씨가 입국할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기획입국설'을 제기했다. 당시 여권에 의해 김경준씨의 송환이 기획됐고, 이는 이명박 후보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 제시된 물증이 바로 김경준씨의 친구라는 신경화씨의 편지다. 한나라당은 "김경준과 미국에서 함께 수감생활을 한 A(신경화)씨가 먼저 국내에 들어와 이명박 후보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 다음에 김경준이 들어오도록 기획입국이 시도됐다"고 주장하면서 신경화씨가 김경준씨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이 편지에는 "이곳에 와 보니, 자네와 많이 고민하고 의논했던 일들이 확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네, 자네가 '큰 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해 가지고 나오는 보따리도 불필요한 것을 다 버리고 오길 바라네"라고 적혀 있었다. 편지에 언급된 '큰 집'은 청와대를 뜻하는 것으로, 김씨의 입국이 당시 여권과의 거래와 음모에 따른 것이라는 암시가 담겼다.

신명씨 "편지 조작 제안, 이명박 가족이 했다"

'BBK 의혹'을 폭로한 에리카 김씨가 9일 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후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검찰 조사 받은 'BBK 의혹' 에리카 김 'BBK 의혹'을 폭로한 에리카 김씨가 9일 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마친 후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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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나라당이 당시 제시한 이 편지가 최근 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 9일과 10일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신경화씨의 동생인 재미교포 신명씨는 "형이 김경준씨한테 보낸 것으로 세상에 알려진 편지는 형이 쓴 게 아니라 내가 작성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당시 형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편지를 쓸 수밖에 없었다, 편지를 쓰도록 강요한 세력이 있지만 지금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어떤 정치권 인사가 신명씨에게 접근해 '형 이름으로 편지만 써주면 미국 이송 등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자신이 편지를 써줬고 이것이 신경화씨가 김경준씨에게 보낸 편지로 세상에 공개됐다는 설명이다.

신명씨는 "편지를 쓰라고 강요한 세력을 차기 총선이나 다음 대선 전에는 밝히겠다"면서 "이런 내용을 입증할 문건들이 있고, 때가 되면 모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신명씨는 이어 '편지를 쓰도록 강요한 세력'은 이명박 대통령의 가족이라고 추가 폭로했다. 10일자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신명씨는 "(편지 조작을 제안한 것은) MB(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가족이다, 직접 내가 본 적은 없지만 사건을 진두지휘했다, 중간에 두 사람이 더 개입했다"고 밝혔다.

신명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해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MB 봐주기' 혹은 편향수사 아니었냐는 의혹으로 이어진다.

한나라당은 당시 '기획 입국설'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하면서 문제의 편지를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김경준씨를 횡령, 주가조작,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지만, '기획 입국'에 대해서는 '사건의 실체가 없다'며 수사를 종결했다.

한편 검찰은 "증거로 제출된 편지가 조작됐다는 내용을 알고 있었고, 이는 당시 수사결과에도 포함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조작된 증거로 수사를 의뢰한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수사도 처벌도 없었다. 이에 대해선 '편지를 쓰라고 시킨 사람이 없다'는 신명씨의 진술이 있었기 때문에 따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의 해명이다. 

민주당 'BBK 대책반' 구성... 청와대 "수사 중이어서..."

민주당은 신씨의 폭로를 계기로 조작 편지에 대한 검찰의 부실 수사뿐 아니라 '이명박 후보는 BBK의 실소유주가 아니다'라고 결론 지은 검찰 수사 전반의 수사부실을 점검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10일 우윤근·양승조 의원, 최재천·정봉주·서혜석·정성호 전 의원, 임래헌 법률지원단장 등으로 'BBK 김경준 검찰수사 대책반'을 구성한 뒤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귀남 법무부장관을 향해 "BBK사건의 핵심 증거인 편지가 조작됐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재수사를 하겠느냐"고 공세를 폈다.

박 원내대표는 "친이계 핵심인 A의원, 현직 고위관료인 B씨가 관여됐다"며 "정부 고위관료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할 정도의 직위"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정부 관계자가 김경준씨의 입국이나 허위 폭로에 가담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답하고, 재수사 여부에 대해선 "수사할 게 있으면 수사하겠지만 선거법상 공소시효 시간이 지났고…"라며 부정적인 뉘앙스로 답했다.

한편 '기획입국설'에 대한 검찰의 부실수사가 드러났고, 편지 조작에 이 대통령 가족이 관련됐다는 폭로가 있었지만 청와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경준씨와 그의 누나 에리카 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수사기관을 통해 진행중인 것인데,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태그:#BBK, #김경준, #기획입국설,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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