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날 알몸으로 만드는 건 정당하지 않다"라는 브래들리 매닝 일병의 편지에 대해 보도한 <가디언>.
 "날 알몸으로 만드는 건 정당하지 않다"라는 브래들리 매닝 일병의 편지에 대해 보도한 <가디언>.
ⓒ <가디언>

관련사진보기


"경비가 (알몸 상태인) 내게 손을 등 뒤로하고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린 열중쉬어 자세로 서 있으라고 말했다. 나는 약 3분간 열중쉬어 자세로 서 있었다. (중략) (군 교도소 감독관과) 다른 경비들이 내 감방 쪽으로 걸어왔다. 그(감독관)는 나를 보고 잠시 멈춘 후, 내 옆 감방으로 갔다. 난 이 모든 사람들이 내 알몸을 빤히 쳐다보는 것이 너무나도 당황스러웠다."

위키리크스에 미국의 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구금된 브래들리 매닝 미군 일병이 밝힌 수감 생활 모습이다. 그동안 매닝의 변호사나 친구를 통해 수감 생활 모습이 전해진 적은 있지만, 매닝이 직접 털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1일(현지 시각), 매닝이 자신의 변호사인 데이비드 쿰스를 통해 배포한 '날 알몸으로 만드는 건 정당하지 않다'라는 11쪽짜리 편지 내용을 '매일 밤 알몸... 브래들리 매닝, 수감 생활의 시련에 대해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가디언>은 "매닝이 매일 밤 알몸 상태로 장교들과 경비들 앞에서 열중쉬어 자세를 취해야 하는 상황은 3월 2일 시작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며 "그날(3월 2일) 매닝은 감옥에서 받고 있던 가혹한 대우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실패했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3월 2일부터 매일 밤 알몸으로 열중쉬어... 정당하지 않다"

매닝은 이 편지에서 지난해 7월 쿠웨이트에서 미국 버지니아에 있는 콴티코 해군 기지 영창으로 이송돼 독방에 갇힌 이래 "지나치게 가혹한 조건 아래 수감돼 있었"으며 자신이 "재판 전 불법적 형벌"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닝은 기소된 상태며, 기소 내용에는 "적을 도운" 혐의도 포함돼 있다.

<가디언>은 매닝이 편지에서 "1월에 자신이 어떻게 '자살 방지 집중 감시' 대상이 됐는지, 어떤 식으로 매일 밤 알몸으로 지내야 하는지" 등에 관해 일상 언어로 묘사했다고 보도했다.

매닝은 1월 18일부터 사흘간 '자살 방지 집중 감시' 대상이 됐다. 이때의 경험을 매닝은 이렇게 표현했다. "난 속옷을 제외하고 모두 벗어야 했다. 그들이 내 안경을 가져가 난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앉아 있어야 했다."

매닝은 자신이 '자살 방지 집중 감시' 대상이 된 건 자해 위험이 실제로 있어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 전날(1월 17일) 콴티코 해군 기지 바깥에서 매닝을 옹호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미군 당국이 자신에게 그러한 보복 조치를 취했다고 매닝은 주장했다.

매닝은 '자살 방지 집중 감시' 대상이 됐을 때의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다. "난 속이 뒤집어졌다. 좌절감에 머리를 움켜쥐고 소리쳤다. '당신들은 내게 왜 이러는가? 왜 내가 벌을 받고 있는 건가? 난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다.'"

또한 매닝은 "'자살 방지 집중 감시'가 시작되기 직전 경비가 날 조롱하고 괴롭혔다"며 이는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브래들리 매닝 일병의 가혹한 수감 생활에 대해 보도한 <가디언>. 사진은 미국 버지니아의 콴티코 해군 기지 바깥에서 매닝 일병을 옹호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시민들.
 브래들리 매닝 일병의 가혹한 수감 생활에 대해 보도한 <가디언>. 사진은 미국 버지니아의 콴티코 해군 기지 바깥에서 매닝 일병을 옹호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시민들.
ⓒ <가디언>

관련사진보기


군 교도소 기록 "매닝, 예의 바르고 자살 충동 전혀 없다"

매닝이 이 편지를 작성한 이유는 '상해 방지(Prevention of Injury, PoI)'라는 규정을 매닝에게 계속 적용하기로 결정한 미군 당국에 반박하기 위해서다(매닝은 편지를 미군 당국에 발송했다). 미군은 PoI 규정을 적용해 매닝을 "하루 23시간 독방"에 감금하고, "5분마다(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한밤중에도) 경비가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지난해 12월 20일 ▲매닝이 수감된 독방의 크기가 가로 1.83미터, 세로 3.66미터이고 ▲매닝은 하루 1시간만, 그것도 야외가 아닌 빈 방에서 걷기만 할 수 있으며 ▲낮잠을 잘 수 없고 낮에 잠들 경우 경비들이 매닝을 서 있게 할 수 있으며 ▲경비들이 5분마다 상황을 확인할 때 매닝은 대답해야 하고, 잠든 매닝이 담요로 머리를 덮어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매닝을 깨우도록 돼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가디언>은 이 편지에는 매닝의 수감 생활을 관찰한 군 교도소 측 기록(발췌본)도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이 자료에는 매닝이 "공손하고, 예의 바르며, 고상하게 말한다"고 일관성 있게 기록돼 있으며 "자살 충동 감정을 보이는 건 전혀 없다"고 돼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가디언>은 "지난해 8월 27일부터 올해 1월 28일까지 만들어진 16개의 기록들은 감옥의 정신과 의사들이 '매닝은 자해할 위험이 없으며 (따라서) PoI 명령을 철회해야 한다'고 평가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매닝이 가혹한 처우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그간 미군은 "그는 다른 수감자와 같은 대우를 받는다"며 부정해왔다.


태그:#브래들리 매닝, #위키리크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