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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남 작품 ‘1,025’. 윤석남은 어머니와 여성, 평화에 대한 담론을 다루며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로 불린다.
윤석남 작품 ‘1,025’. 윤석남은 어머니와 여성, 평화에 대한 담론을 다루며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로 불린다. ⓒ 이정민

# 개만큼만 의리를 지켜라. 모든 것이 너무 흔하다. 귀하고 소중한 게 없다. 쓰다 버려지는 게 어디 개뿐이랴. 버려진 개는 바로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의 초상이다. (윤석남 작가의 '1,025')

# 대중(조직)은 무리 짓고 반응한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눈도, 귀도, 입도 없다! 무리를 이루고 있는 그들 각자의 개별적 특수성은 현대의 세계적 보편성 안에서 통제되고 길들여지면서 박탈당하고 지워진다. 그들은 그들의 개별적 특수성으로, 그에 대해 소통하고자 무리 안으로 뛰어들지만 그 무리에서 소외되지 않고 일원으로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무리의 사회가 요구하는 보편의 기호를 뒤집어 써야 한다.

오혜미 큐레이터는 인천아트플랫폼 2기 레지던시 입주 작가 프레스 오픈전에서 말했다. "전시와 공연의 경계를 허물었다. 전쟁의 아이콘, 이주 노동자, 예술가의 사회적 책임, 귀에 익은 것, 역사적 상징 등 미술사의 반란을 꿈꾸며 입주 작가 28명이 아름다운 혁명을 일으킨다"라고.

 오석근 작품 ‘교과서(철수와 영희 p19)’. 그의 작품들은 근대의 상흔이 가득한 인천과 부천을 중심으로 촬영됐다.
오석근 작품 ‘교과서(철수와 영희 p19)’. 그의 작품들은 근대의 상흔이 가득한 인천과 부천을 중심으로 촬영됐다. ⓒ 이정민

 배진호 작품 ‘동행’. 배 작가는 작품이 풍기는 분위기만큼이나 전통적 조각의 형태와 소재를 고집스럽게 탐구한다.
배진호 작품 ‘동행’. 배 작가는 작품이 풍기는 분위기만큼이나 전통적 조각의 형태와 소재를 고집스럽게 탐구한다. ⓒ 이정민

 이승현 작품 ‘명화 바이러스’. 이미지에 권력을 부여해준 미술관의 형식을 다시 이용함으로써 우리 의식 속에서 고정화, 권력화된 명화가 가지고 있는 권위에 도전한다.
이승현 작품 ‘명화 바이러스’. 이미지에 권력을 부여해준 미술관의 형식을 다시 이용함으로써 우리 의식 속에서 고정화, 권력화된 명화가 가지고 있는 권위에 도전한다. ⓒ 이정민

인천아트플랫폼(관장 이승미)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2011 2기 레지던시 입주 작가 '인천상륙작展'이 12일 오후 4시, 플랫폼 크리스탈과 B동 전시실에서 프레스 오픈전을 시작으로 5월말까지 항해에 들어갔다.

이날 오픈 전시회는 에클립스[=천체의 식(蝕)] 공연 연주로 이재신 작곡·지휘, 이준서 플루트, 이지윤 바이올린, 최지은 비올라, 이창현 첼로, 윤경록 피아노, 내레이션 박하민이 하모니를 맞춘 '달그림자'와 '블랙 쉐도우'가 서막을 울렸다.

이승미 관장은 인사말을 통해 "입주 예술가들로 인해 앞으로 아트플랫폼에는 사람과 사람간의 만남이 잦아지고, 그로 인해 사랑을 포함한 감정이 쌓이고, 미학에 대한 담론이 생성되고, 시민과 예술가의 경계에 대한 질문이 던져지고, 각양각색의 예술형태가 충돌하고 재결합해 또다시 새로운 문화가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우리는 과연 서로를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는가

 작품 ‘사막으로 가는 문’을 설명하고 있는 이민경 작가.
작품 ‘사막으로 가는 문’을 설명하고 있는 이민경 작가. ⓒ 이정민

  박하민 작품 ‘이클립스 2010’. 항구가 가진 매력을 영상, 음악, 무용 등 예술의 여러 형태를 결합해 세 가지 테마로 제작했다.
박하민 작품 ‘이클립스 2010’. 항구가 가진 매력을 영상, 음악, 무용 등 예술의 여러 형태를 결합해 세 가지 테마로 제작했다. ⓒ 이정민

오픈전이 열린 B동 전시장에는 1층엔 회화와 설치미술 작품, 2층엔 미디어아트와 동영상 작품, 그리고 만화 휴게실 등이 꾸며졌다.

1층 전시실에서 제일 먼저 만난 사진작가 김영욱은 작품 '잊혀진 것 II'에 대해 "백인과 흑인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아메리칸 니그로와 아프리칸 니그로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유럽인과 동남아시아 인들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조선족과 새터민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조선족 재일 한국인과 재일동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과연 양자를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는 잣대가 존재하는가, 라는 물음에 강한 의문부호를 찍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찰흙으로 꼼꼼하게 사실주의적 형태를 빚은 배진호는 작품을 통해 세련된 도시적 감수성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듯 투박함의 정서를 드러냈다. 그의 작품은 또한 엄청난 노동력을 요구한다. 예술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는 성실함 그 자체다.

  ‘영웅들의 섬 프로젝트-월미도 2011’을 설명하고 있는 김태은 작가.
‘영웅들의 섬 프로젝트-월미도 2011’을 설명하고 있는 김태은 작가. ⓒ 이정민

 김태준 작품 ‘행동했던 기억’.
김태준 작품 ‘행동했던 기억’. ⓒ 이정민

'혼재된 풍경-아파트'를 그려낸 오민수 작가는 그의 작품을 설명하면서 "도시의 숲을 이루는 고층빌딩, 빠르게 진행되는 일상 속에서 무심코 스쳐지나가게 되는 것들을 주의 깊게 살필수록 자연에 대한 갈증과 동경은 커져간다"고 전했다.

이민경 작가는 '사막으로 가는 문'을 통해 노마디즘(끊임없이 자기를 부정하면서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철학 사조)과 이주에 대한 사유를 그려냈다. 그는 "창조주가 부여한 인간의 정체성이 한정된 시간과 공간을 떠돌다 창조주가 예비한 또 다른 도시로 돌아간다는 콘셉트를 불어 넣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전쟁과 인천상륙작전에 관한 작품 '영웅들의 섬'을 설명한 김태은 작가는 "작전의 성공과 실패를 떠나, 서로 다른 견해로 인해 하나의 역사적 사실에서 두 가지의 서로 다른 영웅이 영화라는 미디어를 통해 재생산된다"고 한 뒤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상징물이 시간이 지나면서 대중에게 팝 아이콘으로 인식되는 과정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김태준의 '행동했던 기억'은 계명대 광장을 그려 역사성의 현재화를 표현했으며, 오석근 작가는 '교과서-철수와 영희'를 통해 현재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작품 속에 담아냈다.

한편, 인천아트플랫폼은 구도심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중구 해안동 일대에 조성된 복합문화예술 매개공간이다. 근대 개항기 건물을 리모델링해 건립된 플랫폼은 예술가들에게 일정 기간 동안 안정적이고 편리한 창작과 연구, 거주 공간을 지원하고 작가들의 프로모션을 담당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윤석남 작품 중에서,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윤석남 작품 중에서,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이정민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인천상륙작전#레지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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