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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성장 일변도, 글로벌 무한경쟁, 생산성 향상 등 최근의 기업경영 패러다임에 '천대' 받아왔던 인문학이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CEO는 물론 기업 간부, 일반인,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관심 밖의 영역이었던 문학, 철학, 미술, 사학, 고고학 등 기초학문 분야에 대거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이는 기업 경영에 있어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경쟁 논리가 아닌 인간의 본질과 감성에 호소하는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적 사고가 강조되면서 글로벌 시대의 새로운 탈출구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소크라테스와 점심식사를 할 수 있으면 회사의 모든 것을 걸겠다"고 할만큼 철학적 사고와 논리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잡스는 애플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의 매혹적인 디자인도 대학 시절 수강한 서예 강좌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인문학 열풍은 지나친 경쟁논리에 지친 사람들이 마음의 쉼터를 인문학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이 같은 현상은 기존 경영 패러다임보다는 '근본'으로 돌아가 요즘 같은 혼란기에 인문학적 소양과 상상력이 기업생존에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때 인문학의 위기가 공공연히 거론되었던 대학을 생각한다면 이제 인문학은 새로운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이후 불기 시작한 인문학 바람은 삼성경제연구소의 인문학 조찬 강좌 '메디치21'에서 찾을 수 있다. 2005년 8월 시작한 이 강좌는 최고 600여 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몰렸는가 하면 2007년 9월 개설된 서울대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인 'AFP(Ad Fontes Program)'도 수업료가 1000만 원이 넘지만 CEO들 사이에 큰 인기를 누린다.

그런가 하면 포스코가 사내에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고 부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정기 수강하도록 의무화하기도 했다. 세계적 기업으로 크기 위해선 인문학 지식과 실무 능력을 두루 갖춘 '통섭(統攝·지식의 통합)의 인재'가 필요하다는 것이 포스코 측의 설명이다.

CEO 대상 인문학 강좌는 비싼 수강료에도 지원자들이 몰려든다. 출판계에서도 인문학은 경제 경영서 분야의 최대 '흥행 코드'로 자리 잡았다.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1, 2> <시읽는 CEO> <옛시 읽는 CEO> <그림읽는 CEO> <CEO, 고전에서 답을 찾다> <철학자 경영을 말하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제너럴모터스를 경영한다면>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대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인 'AFP(Ad Fontes Program)'는 중세 네덜란드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의 명구 '원천으로!(Ad Fontes!)'에서 따온 명칭이다. '인문학에서 미래경영의 지혜를 얻는다'라는 목표를 내걸고 있는 이 강좌는 동서양을 넘나드는 인문학강좌로 40~45명의 소수정예를 지향한다. 총 18주 과정으로 지난 3월 초 8기 강좌가 개강했다.

최근의 경향은 인문학의 르네상스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인문학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금만 눈 돌리면 명품 인문학 강좌를 무료로 들을 수 있는 곳이 많다.

광주문화재단이 매월 4째주 목요일 오후 4시 빛고을문화관에서 갖는 문화나무 상상강좌는 '문화광주의 내일을 상상하라'는 주제로 국내외 스타급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초청하여 지난 1월 김동호 강원문화재단 이사장, 2월 김명곤 전 문광부장관이며 현재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 등이 특강을 했다.

광주지역에도 기업경영의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한 인문학  열풍이 일면서 곳곳에 명품 무료강좌가 개설되어 시민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 인문학이 뜨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김명곤 전 문광부장관의 강의장면 광주지역에도 기업경영의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한 인문학 열풍이 일면서 곳곳에 명품 무료강좌가 개설되어 시민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 정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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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맘마미아> <아이다> 등을 잇달아 성공시킨 한국 뮤지컬계의 '미다스의 손'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와 비언어극 <난타>를 세계적 퍼포먼스로 키워낸 송승환 PMC대표 등 스타 연출가 두 명을 비롯해 한국국제아트페어를 아시아의 대표 아트페어로 끌어올린 표미선 한국화랑협회장, 세계적인 문화예술교육가 스캇 놉 브랜던의 강의도 마련되어 있다.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에서도 지난해 강좌와는 달리 올해는 '시민과 함께 광주미학을 창조하자'라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광주미학의 실마리를 풀어나가기 위한 강좌로 17일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의 '문화의 전통과 삶의 일체성'에 이어 오는 12월까지 매월 3째주 목요일 오후 3시 상록전시관에서 열린다.

장경화 분관장은 "이 강좌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서 이제는 광주미학의 아우라(窓)를 가지고 세계의 여러 나라와 소통할 수 있는 우리 미학의 원형을 찾아내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프로그램 개설 이유를 밝혔다.

이밖에도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매월 2째, 4째 화요일 오후 2시에 진행하는 '엉망진창 현대미술 이야기'는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하여 매회마다 5개 강좌씩 이루어지며 오는 22일 제3회 5강으로 윤익 학예연구실장의 '신디셔먼- 사진으로 표현된 자화상'이 마련됐다.

또 제4회 강좌는 4월 19일부터 6월28일까지 루리스 부르주아, 안셀름 키퍼, 리차드 롱, 안토니 곰리,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이 시대 위대한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현장경험담과 작품이미지를 이용하여 생기발랄하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게 진행된다.

조선대 인문학연구원도 지난 10일 오후 7시 이종범 조선대 교수의 '호남의 역사문화 지형과 기억순례' 강좌 등 인문학 진흥을 위해 마련한 인문학 콜로키움이 매월 한 차례 조선대 중앙도서관에서 열린다. 이어 이용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의 '분류 사유와 창의성' 이만방 숙명여대 교수의 '음악과 사회', 정과리 연세대 교수의 '한국어, 한국문학의 생존' 등을 주제로 한 강의도 있을 예정이다.

또한 조선대 기초교육대학 주관으로 대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창의적 문화리더되기 프로젝트를 마련, 지난 3일 나희덕 교수의 '왜 문화인가?'에 이어 오는 17일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의 '한국 속의 세계문명', 31일 정성일 영화평론가의 '영화를 본다는 것이라는 질문' 등 5월 26일까지 7개 강좌를 진행한다.


태그:#인문학, #문화나무, #상상강좌, #광주문화재단, #문화중심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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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무등일보에서 경제부장, 문화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냈다. 시민의소리에서 편집국장도 했다. 늘 글쓰기를 좋아해서 글을 안쓰면 손가락이 떨 정도다. 지금은 광주광역시 서구문화원 원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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